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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 쫓던 개


 

  

 

 

 

                             

   건너편 안경점에 젊은 남자가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남편과 실랑이가 시작되었는데, 주로 그 남자의 생김새에 대한 입씨름이었다.  남자의 얼굴은 액자처럼 각이 져 있었고, 벌렁거리는 주먹코가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게다가 머리까지 스포츠형으로 깎아 매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어찌 생각하면 우스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이상하게도 나와 남편은 그 남자에 대한 말싸움으로 시간을 죽이곤 했다.

  걷는 자세를 보면서 남편은, 그 남자가 분명 인품을 갖추었을 거라는 말을 했다. 남편이 인품 운운한 것은 그 남자가 대학 출신이었기 때문에 갖다 붙인 수식어라고 할 수 있었다. 주변에서는 까맣게 모르고 있겠지만, 남편은 공고 중퇴생이었고 나는 산업체 부설 중학교 출신이었다.  

  한편 남자가 상당히 못생겼기 때문에 남편은 안심을 하는 눈치였다. 남편의 얼굴에는 광대뼈가 자리 잡고 있었고, 몸의 균형은 C급이 될까 말까였다. 어깨가 좁으면서 가슴까지 빈약해서, 아무리 좋은 티셔츠를 입고 있어도 철사옷걸이에 걸린 옷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작은 키 때문에 입대를 거절당한 남편은 그 사실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안경점의 남자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매력은 젊다는 것과 큰 키, 넓은 가슴 정도였다. 그 남자가 전문대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솔직히 코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 가게가 마주 보이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면 그 남자에 대한 생각은 털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내가 그쪽으로 몸의 방향을 틀 때마다 시선이 우리 커피숍을 향해 있었다.

  남편은 나와 나이차가 꽤 난다는 것에 대해 늘 불안해하고 있었다. 내 얼굴이 달걀형인데다 몸매까지 팔등신에 가까우니 남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한편 남편은 신체적으로 열악한 조건인데다 언변까지 딸리다보니 열등감에 절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내게 관심이 많았다. 동네 유지이면서도 인물이 훤한 김 사장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부친에게 빌딩을 물려받은 김사장은 마흔 다섯도 안 되었기 때문에 남편에게 형님이라는 호칭을 쓰기도 했다.

   어느 날 김 사장이 장난삼아 내 허리에서 엉덩이로 흐르는 선이 고려자기를 연상시킨다고 하자, 남편의 얼굴빛이 서리 맞은 배추처럼 시퍼렇게 변했다. 김사장이 고객이었기 때문에 화를 낼 수 없었던 남편은 가끔씩 커피와 쌍화차를, 쌍화차와 녹차를 바꿔서 카운터에 올리곤 했다. 손님에게 몇 번씩이나 사과를 해야 했던 나는 그날 밤 밤새도록 남편을 들볶았다. 물론 남편은 끽소리도 하지 못했다. 

  거울 속의 나는 귀밑에서 턱으로 이어지는 선이 처녀시절과 전혀 다르지 않다. 솔직히 눈 꼬리 쪽 외에는 주름을 찾아볼 수가 없다. 섬섬옥수라 불리 울 만큼 손이 예뻐서 손님에게 14K 반지를 선물로 받은 적이 있었다. 다소 뚱뚱했던 그 손님이 워낙 부담을 주기에 잠깐 모텔을 가기는 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후 나는 나이 든 싱글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어릴 때 고생을 많이 했던 남편을 보면서 나와 10살 이상 차이가 날 것 같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방장이 내 남편일 거라고 생각하는 손님은 얼마 되지 않았다. 매출을 위해서 남편을 김사장님이라 부르고 있었고, 남편은 나를 부를 때 미스김이라는 호칭을 썼다. 하지만 손님들은 남편에게 사장이라는 호칭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한결같이 나는 미스김이였지만, 과일을 썰고 두세 가지 칵테일을 만들기도 하는 남편의 호칭은 바리스타도 아니고 주방장이었다.

  남편과 내가 동시에 취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세 들어 사는 집주인이 이 커피숍의 주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커피숍이었지만 칵테일 서너가지를 끼워 파는 자그마한 가게였다. 남편이 지인의 커피숍을 6개월 정도 도와준 게 경력의 전부였지만, 마땅한 사람을 구할 수 없었던 주인은 우선 우리에게 가게를 맡기겠다고 했다. 공사장에서 다쳐서 발목에 붕대를 감고 있던 남편이나 미용 기술을 배울까하던 내겐 괜찮은 제안이기도 했다. 

 가게를 시작한 이후부터 나는 큰 소리를 치고 살았다. 내겐 팁이라는 게 있었고 따라서 남편이 모르는 통장에는 꽤 많은 돈이 적립 되어 있었다. 그러니 앞 가게의 젊은 남자와 썸을 타더라도 전혀 걱정이 없을 것 같다.    

  가끔씩  남자의 시선이 나의 목 언저리에서부터 가슴을 슬쩍 탐하기도 했고, 엉덩이 곡선을 타고 다리로 미끄러져 내리기도 했다. 그 남자가 안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곁눈질을 해도 잘 표시가 나지 않았지만, 촉이 빠른 나는 그의 속마음까지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날에는 남편과 함께 퇴근하다 남자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안경점의 유리벽을 닦고 있던 남자는 남편에게 공손히 인사를 건네더니 밀대를 움직여 마저 닦았다. 나는 딴 데를 보는 척하며 그 사람의 뒤통수를 흘깃 훔쳐보았는데 네모지고 편편한 얼굴에 맞게 아예 절벽이었다. 그 사람의 머리와 얼굴은 어느 고찰의 마당 한 쪽에 서 있는 부처와 지나치게 닮은꼴이었다. 내 기억 속의 그 돌부처는 앞에서 보면 그저 넓적하고 옆에서 보면 뒤통수에 커다란 코가 붙어있는 그런 모양새였다.

  “당신, 앞을 잘 봐야지, 넘어지면 어쩌려구.”

 잠깐 그 남자를 보느라고 돌부리에 걸렸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던 상황이었다. 남편이 어깨를 감싸 안자 나는 눈을 흘기면서 뿌리쳤다. 소란스러워서 그랬는지 밀대를 쥐고 있던 남자가 슬쩍 돌아보았다. 남편과 밀착되어 있는 상황이 창피해서 나는 걸음을 빨리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다 남편이 죽네 사네 하는 바람에 아들 하나를 낳았던 나는, 아들이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가 되자 시어머니에게 보냈다. 나는 아이가 딸린 유부녀라는 게 너무 싫었고, 시어머니는 손자에 대한 사랑이 지나쳤기 때문에 양쪽이 다 흡족하게 된 케이스라 할 수 있었다. 아들 덕분에 홀시어머니의 외로움까지도 해결이 된 셈이었다.

  태어날 때 몸무게가 많이 나갔던 아들 때문에 샤워를 할 때마다 기분이 별로였다. 수중기가 서린 거울을 문지른 다음 내 몸을 쳐다보면, 눈밭을 싸리 비질해 놓은 것처럼 배가 허옇게 튼 게 눈에 들어오곤 했다. 다행히 아들을 우유로 길러서 젖가슴은 팽팽했다. 못난이 남편은 나를 신주단지 보다 귀히 여겼다. 하긴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들 중 나를 아줌마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남편이 긴장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남자가 안경점에 출근한지 한 달 쯤 되었을까. 남편과 나는 한가한 시간이 되자 그 남자를 염두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앞집 총각은 보면 볼수록 괜찮다. 그치?”

  남편의 말에 호락호락 속을 보여줄 내가 아니었다.

 “자기도, 참... 각진 턱은 그렇다 치고 대패로 밀어버린 뒤통수를 아직 못 봤어?”

  일부러 비웃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과장되게 말했다.

  “얼굴이 네모진 게 더 남자답잖아? 그런 데다 대학 출신이지, 교양 있지.”

  남편은 은근히 나를 떠보고 있었다. 내 뇌리는 노동판을 떠도는 아버지를 소 닭 보듯 하던 어머니가 점유하고 있었다. 아버지 귀가 시간 직전에 귀신처럼 들어오는 어머니는 늘 향이 진한 화장품을 썼다. 당시 나는 아버지에게 단 한 번도 고자질한 적이 없는 영악한 아이였다.

  아무리 무딘 남편이라지만 그 남자와 내가 눈길을 교환한다는 것을 이미 감지했을 수도 있었다. 시작도 못해보고 파토가 날까싶어 선수를 쳐야만 했다.  

  “우리가 저 남자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 자기는 되게 할 일도 없나부다.”

  “무료하니까 해본 소리야.”

   모과 같은 남편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만족스럽게 웃을수록 광대뼈가 살을 비집고 나올 듯 툭 불거졌다. 주름이 가득한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니 내 인생이 처참하게 느껴졌다.

   우리 커피숍은 원래 배달하는 가게가 아니었다. 다만 한가할 때면 주변 상가에만 배달을 했다. 앞 가게에서도 간혹 커피를 시켰다. 안경점 주인과  젊은 남자가 친척간이어서 가게를 그 남자에게 아예 맡겨놓고 있었다. 손님이 왔다는 핑계로 커피를 시키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나를 보기 위해 배달을 시키는 것 같았다.

   남편은 내가 안경점에서 좀 늦어진다 싶으면 홀에 나와서 오락가락했다. 엷은 회색의 남방이 거무스름한 커피 물과 불그레한 칵테일로 얼룩져 있어 남편은 더욱 못나 보였다. 내가 상기된 볼에 미소를 머금고 가게로 돌아오면 남편은 화가 난 표정이긴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남편은 주제파악을 잘하는 편이었다.

   안경점에 커피를 배달하면서 그 남자의 이름도 알게 되었다. 때로는 농담도 주고받으며 조금씩 가까워졌다. 그 남자는 나를 예쁜 누나라고 불렀고 나는 그 남자를 민수씨라고 불렀다.

 그 남자와 처음 몰래 데이트를 할 때 나는 조금 비싸게 굴었다. 내 무릎 위로 다가온 손을 슬쩍 밀어내었고 입술이 나를 막 덮칠 무렵엔 슬픈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돌렸다. 역시 그는 쩔쩔매더니 내 모습이 아름다워서 자기도 모르게 그랬노라고 변명하였다. 두 번째 만나던 날은 빼는 척하다 입술을 허락했다. 그 남자의 서툰 표정을 보며 솟구치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세 번째의 노래방에서 데이트는 아슬아슬했다. 그가 입술로 내 몸을 더듬을 때 무진장 갈등을 했다. 본능에 충실하고 싶어 하는 몸이 머릿속을 마구 헝클어놓았기 때문이었다. 장소가 창고와 별반 다르지 않는 노래방이라서 내 몸의 은밀한 부분까지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서너 번 정도는 거절해야 그 남자가 완전히 내 소유물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나는 레이스 커튼과 샹들리에가 있는 호텔에서 그 남자와 첫 밤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 남자의 아쉬워하는 표정에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안경점으로 시선을 돌리다보면 좌불안석인 그 남자와 시선이 마주친다. 그 남자는 이미 보랏빛 레깅스를 신는 늘씬한 미시녀에게 푹 빠져버린 것 같다. 그 남자의 가슴엔 내가 들이부은 인화물질로 가득 차있어서 나는 성냥을 당기는 일만 남았다.  

 

 

  어스름이 골목길을 슬슬 덮어 가고 간판의 글씨가 형광 불빛 가운데서 제 모습을 진하게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문이 비죽이 열리면서 그 남자가 씽긋 미소를 보내는 게 아닌가. 이내 남자는 밖이 잘 보이는 통유리 옆 자리에 앉았다.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시간이라 쟁반을 든 나는 연신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온통 그 남자에게 쏠려 있었다.

  마당에서 애들에게 몰리는 거위마냥 허둥대는 나는, 남자의 시선 때문에 두 볼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아가씨 셋이서 재잘거리며 들어왔다. 아가씨들은 자리를 잡으려다 말고 마침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남자를 보더니 우르르 몰려왔다.

  스물 너덧쯤 되어 보이는 아가씨들이 그 남자와 한 테이블을 두고 앉자 나는 본능적으로 기둥에 붙어있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에는 한낮의 태양 볕에 시달린 것처럼 얼굴이 푸석푸석한 중년여인이 있었다.

  “이 집, 분위기가 별론데... 민수씨, 여기 자주 와요?”

  미니스커트 밑으로 드러난 굵은 다리를 까닥거리던 단발머리 아가씨가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 아뇨, 앞집이지만 올 일이 있어야죠.”

  그 남자는 약간 멈칫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아니오’ 에 유난히 힘을 주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연두빛 투피스를 입은 옆자리의 아가씨가 미소를 띠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투피스의 아가씨는 쌍꺼풀이 진하고 입술이 도톰해서 꽤 예쁜 얼굴이었다. 남자가 아가씨의 어깨에 팔을 두르자, 아가씨가 남자의 코끝에 통통한 볼을 비볐다. 

  “자기야. 엄마가 우리 사주를 봤는데 찰떡궁합이래.”

  아가씨의 속삭임이 귀 끝을 스치면서 옆 탁자를 훔치던 내 손이 잠깐 떨렸다. 그 순간 꽃무늬의 화려한 커피 잔이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산산 조각나고 말았다.

  “내 참 더러워서...”

  다소 신경질적인 내 목소리에 그 남자가 벌떡 일어섰다. 남자는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 아짐씨가 정말... 주제에 시비야, 뭐야?”

 
                                                                              - 동아일보 사보 東友 1996년 11월호에 기고한 작품 -
 
 
 
 

 
김은숙   200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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