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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딸, 수연이


 

 

 

 

 

  직 나는 노인정에 가기엔 이른 예순 넷이다. 돌아다니는 성격이 아니어서 내겐 하루해가 참 길다. 동갑내기인 남편은 퇴직 후부터 지금까지 취미생활에 열심이다. 강태공 낚시이긴 하지만 재미없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나는 간혹 친구도 만나긴 하지만 대부분 케이블방송을 의존하며 산다. 가끔 수연이가 마련하는 이벤트가 아니라면 나의 노후는 사막과도 같을 것이다.

수연이는 엄마의 용돈을 위해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간혹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엔 손녀딸은 내 차지이다. 일을 끝마치고 아이를 데리러 오는 수연이는 가방에서 흰 봉투를 꺼내어 내게 내민다. 품삯이라는 글자가 봉투에 쓰여 있거나 아니라면 품삯과 플러스알파라고 쓰여 있다. 어릴 적부터 수연이는 늘 쾌활했고 익살맞았다. 딸과 오래 지내다 보니 농담이 늘었고 주변에서는 내 말투가 젊다고 한다.

“아빠랑 약속 있는 것 아니에요?”

전화를 받자마자 수연의 목소리가 공처럼 튀어나왔다.

“그래 보여?”

“응. 엄마 목소리가 여왕처럼 우아한 걸요. 뮤지컬이라도 보러 가시나?”

“뮤지컬은 무슨... 그걸 보면서 자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

딱 한번 수연이 준 뮤지컬 티켓으로 남편과 예술의 전당에 간 적이 있었다. 중간에 잠깐 잠이 들어버려 깨어나면서 무척 민망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누구나 처음에는 그래요. 익숙해지면 괜찮죠.”

“오늘은 텔레비전 채널만 돌릴 예정이야.”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아빠 나가셨어요?”

“빨리도 묻는구나. 친구 만나러 가셨다.”

“그럼 나랑 영화 볼래요? 오늘은 내가 엄마를 좀 울려야겠다.”

“영화? 아이는 어쩌고? 오늘은 이 서방 회사 안 갔어?”

사위는 토요일에도 툭하면 출근을 했다.

“회사 갔어요. 인호씨랑 갈 때도 아이 데리고 갔는 걸. 애는 어두워지기만 하면 밤인 줄 알아요.”

아이에게만 그런 버릇이 있는 게 아니었다. 수연이도 어린 시절에는 주변이 어둡기만 하면 늘 잠을 잤다. 밤에도 한번 잠이 들면 깨우기가 힘들었다. 한번은 비가 왔는데 수연이만 두고 잠깐 나갔다가 곤욕을 치렀었다. 10분이 채 되지 않았는데 하필 문까지 잠그고서 수연이는 잠이 들어 있었다. 아무리 문을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아서 문 앞에 서서 아들 녀석들을 기다려야 했다.

“그럼 펑펑 울어볼까? 몇 시에 만나면 되겠니?”

“일찍 나오세요. 점심도 먹고 백화점도 둘러보게요.”

우리는 백화점의 8층에서 점심을 먹었고 세일기간이라 먼저 숙녀복 매장에 들렀다. 주말이라 더욱 혼잡한 것 같았다. 옷을 고르느라 나와 수연이는 각기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어머...애가 어디 갔지?”

수연의 날카로운 소리에 손아귀가 풀리면서 옷이 툭 떨어졌다. 팔에 걸려있던 옷까지 바닥으로 떨어졌다. 옆에서 이 아주머니가 어쩌고 하는 소리가 났지만 내겐 들리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네가 아이 손을 잡고 있었잖아.”

내 고함 소리에 사람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나와 수연을 쳐다보았다.

“아이고, 아가. 아가. 세원아.”

나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처럼 아이를 불렀다. 거친 내 행동에 사람들이 뒷걸음질 치기도 했다.

“엄마. 이럴 것이 아니라 방송을 해야겠어요.”

수연이 나를 따라오면서 소리를 쳤다. 그때서야 나도 백화점에 맞는 상황 대처방법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일단 내가 방송실을 맡았고 수연이는 아이를 찾기로 했다.

여직원은 울며 들어가는 내 얼굴에서 시선을 뗀 후 아이의 인상착의를 물었다. 직원은 마이크에 대고 방송을 한 뒤, 워낙 서럽게 우는 나를 마주하기가 민망했던지 딴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흐느끼면서 30년 전을 더듬고 있었다. 수연이는 그때 24개월이 갓 지난 나이였다.

                                                                

                                                                                  * * * * *


 

  이의 무릎에 흙이 묻어 있었고 이마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수도공사 때문에 파헤친 아스팔트 더미에 이마가 찢긴 것 같았다. 아이는 작은 소리로 울고 있었지만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얼굴이었다. 그 앞쪽에 아파트 단지가 있었고, 경비실이 훤히 보이는 위치였다. 나는 경비실 앞으로가서 경비원을 불렀다. 경비원은 아파트 아이가 아니라면서 손을 내저었다. 나는 손수건으로 아이의 얼굴을 닦은 다음 안았다.

“아가, 엄마 어딨어?”

아이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이는 파마머리칼이었는데 가마 부근에서 묶여있었다. 사탕처럼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방울이 달랑거렸다.

“어디 사니?”

아이는 대답 없이 손가락으로 비탈진 골목길을 가리켰다. 골목 주변에는 좁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어차피 나는 볼일을 봤으므로 정류장으로 가야했다. 아이가 가리키는 방향과는 약간 달랐지만 아이의 부모를 찾지 못하면 파출소에 데려다 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내가 몇 마디 더 했지만 아이는 전혀 입을 열지 않았다. 두 돌 쯤 되었을 나이이니 어쩌면 말을 배우기 전일 수도 있었다.

“고양이 맘마.”

아이가 갑자기 종알댔다. 쓰레기통 옆에 점박이 고양이가 뭔가를 주워 먹고 있었다. 고양이는 내가 쓰레기통 앞에 서자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아직도 젖어 있는 아이의 속눈썹을 보면서 물었다.
“아가. 집이 어디야?”

아이가 가리킨 검지의 방향이 아까와 똑 같았다. 두 블록쯤 내려가자 상가가 하나 있었다. 일층의 반은 옷가게였고 반은 약국이었다.

약국에서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는데 아이가 흐느꼈다. 나는 길은 잃은 아이인 것 같다며 아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가로젓던 약사가 파출소에 데려다 주는 게 나을 거라는 얘기를 했다.

아이는 눈물을 매단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골목을 내려오면서 가게를 몇 군데 더 들러보고 아이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면 파출소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거리를 사기위해 주부들이 길바닥으로 쏟아져 나오는 시간이었지만 아이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저었다.

“엄마, 엄마...”

아이가 들뜬 소리를 냈다. 아이는 입에 물고 있던 손가락을 빼어서 멀리 가리켰다. 나는 두리번거리면서 시야를 넓혔다. 이백 미터쯤 떨어진 곳의 만두가게에서 검은 봉지를 들고 있는 젊은 여자였다. 여자는 생머리를 묶고 있었다. 가까이가자 둥글납작한 솥에서 김이 올라오면서 만두냄새를 풍겼다. 내가 다가가자 여자는 손님에게 봉지를 들러주고 나를 돌아보았다. 순간 내 팔에 있던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여자는 아이의 엄마가 아니었다.

“길을 잃었나 봐요. 길 건너에 파출소가 있다고 하더군요.”

나는 범죄자라도 되는 것처럼 파출소라는 말을 덧붙였다. 여자는 아이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는 아이는 아니네요. 잠깐만요. 배가 고픈 것 같군요.”

여자가 아이의 입에 손가락이 물려 있는 걸 쳐다보더니 찜솥을 열었다. 아이가 울음을 그쳤고 여자는 김이 나는 만두를 꺼내서 봉지에 담았다.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아이는 다섯 개의 만두를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 치웠다. 나는 근처의 가게에 들러 우유를 샀다.   

며칠 후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파출소에 전화를 했다. 아이의 속옷에 생년월일은 쓰여 있었지만 이름이 쓰여 있지 않더라는 말부터 끄집어냈다. 이어 직원은 같은 날 출생한 아이를 조사하고 있는데 부모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직원은 더 알고 싶으면 아동복지센터로 전화를 해보라며 전화를 끊었다. 아동복지센터에서는 나에 대해 꼬치꼬치 캐더니 ‘버려진 아이’ 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썼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눈시울을 닦았다. 

입양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남편은 아들이 둘씩이나 있다는 말을 하면서 화를 냈다. 무슨 일이든 결과를 먼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는 남편의 말에 동의 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이가 계속 눈에 밟혔다. 며칠간 남편을 설득하고 나니 아동복지센터에서 흔쾌한 답을 주지 않았다. 대신 입양보다는 위탁부모 노릇을 우선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어왔다. 대신 어느 정도의 교육과정이 필요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얻은 딸이 수연이었다.

아이를 잃어버린다면 수연이가 어찌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게다 수연이는 깊은 상처를 입고 있는 상태였다. 단지 가족이나 친척들이 함구했기 때문에 본인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 *   

 

    “머니, 걱정 마시고 좀 앉으세요.”

나는 그때까지 서 있었다. 얼굴을 닦았던 손수건은 파운데이션 때문에 완전히 살색이었고  손으로 쥐면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푹 젖어 있었다.

“찾을 수 있을까요?”

딸꾹질을 할 때처럼 말이 중간 중간 끊겼다. 

“잃어버린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찾을 겁니다. 또 직원들이 배치되어 있으니 아이가 울기라도 하면 신경을 쓰죠.”

“울지 않으면 어떡하죠?”

“어머니, 병 나시겠어요.”

직원이 내 질문에 동문서답을 했다.

수연이 방송실로 올라온 지 오 분도 되지 않아서 제보가 들어왔다. 아이를 잃은 지 20분이 채 되지 않아서였다. 우리는 세원이가 있는 에스컬레이터 앞으로 갔다. 무전기를 든 남자 직원이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아이는 얼굴이 얼룩져 있었지만 울음은 그친 상태였다.

"세원아!"

나는 달려가서 아이를 끌어안았다.  조금 한산한 통로로 나오면서 수연이와 나는 아이를 가운데에 두고 각자 한 손을 잡았다. 의외로 담담하던 딸이 내게 물었다.

“와, 우리엄마 땜에 딸을 잃은 내가 민망했네.”

“민망하기는... 내가 보기엔 니가 독한 것 같다.”

나는 수연의 시선을 피하느라 수연이 준 손수건으로 눈 가장자리를 누르면서 말했다.

“그래? 난 백화점 안이라 크게 걱정은 안했어. 물론 불안하긴 했지. 근데 엄마. 엄마가 나를 잠시 잃어버렸더라도 그렇게 울었을까?”

“당연하지.”

“에이, 아닐 것 같다. 딸보다 손녀에게 정이 많다던데, 아마 그런 이유일 거야.”

나는 대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미소는 잠시였고 또 눈물이 흘러나와서 고개를 숙이고 차문을 열었다. 나는 뒷자리에 앉아서 화장을 고치는 척 하면서 눈을 닦았다. 

“엄마, 영화 보러 가야지?”

“늦지 않았니?”

내겐 몸서리나도록 긴 시간이었다. 어느새 아이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빨간불을 쳐다보고 있던 수연이 몸을 돌렸다. 수연이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웃음을 흘렸다. 울 엄마가 최고야, 라는 말을 할 때 쓰는 수연이만의 제스처였다.

 

                               

                                                          -월간 안경계에 기고한 작품-

 

 

 

 

김은숙   2008-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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