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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개 캐는 남자


 

 

 

 

 

   차에서 내린 나는 수직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모자를 썼다. 고개를 드니 평택시와 당진군을 잇는 서해대교가 한창 공사 중이었다. 가장자리의 얕은 바다는 모래 언덕이 되어있었고 굴착기도 보였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포클레인 곁을 트럭이 덜렁대면서 지나치곤 했다. 조금 떨어진 바다에는 시멘트 기둥이 줄줄이 바다에 꽂혀 있었다.

  평일이라 물이 빠져나간 개펄에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았다. 나와 함께 왔던 일행은 자루를 든 채 흩어졌다. 바다를 의지하며 사는 것들이 개펄에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개흙 빛깔의 크고 작은 게들은 내 발소리에 이내 구멍으로 자취를 감췄다. 개펄은 개흙에 모래가 약간 섞여있어서 부드러우면서도 발이 쉽게 빠지지 않았다. 나는 썰물을 따라 계속 걷다가 바위를 몇 개 지나치고서야 개펄에 앉았다.

  “요쪽을 살짝 긁어 보세유.”

  충청도 사투리였는데 약간 어눌한 말투였다.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았다. 얼굴이 납작하면서도 둥그런, 달리 말하자면 인상이 좋은 남자였다. 남자는 빨간 모자를 쓰고 있었고 손에는 개흙이 묻은 자루가 들려 있었다. 나는 남자에게 약간 미소를 보였을 뿐이었다.

  남자가 말한 곳에 호미를 대자 씨알이 제법 굵은 바지락 너덧 개가 튕겨져 나오면서 물을 뿜었다. 내 앞에 남자가 쪼그려 앉았다. 남자는 웃음기가 배인 눈으로 바지락을 줍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거 보세유. 내가 말하는 대로 하면 꿈에도 떡 얻어 먹는다니깐유.”

  남자의 말투는 끝부분만 충청도 식이었다. 꽤나 순박하게 느껴졌다.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지 다리를 보셨시유?”

  나는 고개를 들어 멀리 쳐다보았다. 공사장에는 먼지가 풀풀 날리고 있었고 다리는 아직 기둥만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대답이 없는 나를 쳐다보던 남자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고, 그 다리 말고유. 이 다리 말에유.”

  남자가 허벅지를 두들겼다. 순간 내 눈은 남자의 가랑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가랑이 사이에 주먹 정도 크기의 공을 집어넣은 것처럼 옷이 불룩했다. 나는 곧 얼굴을 붉혔고 얼른 왼손으로 모자의 챙을 눌렀다.

  별거중인 남편은 간혹 내게 연락은 취했지만 단 한 번도 섹스에 대한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일 년 넘게 나는 혼자였다. 삼사일에 한번 씩 관계를 했던 나는 자존심 하나로 버텨내고 있었다. 간혹 몽정처럼 해결하는 경우도 있었다. 꿈에서 깨어나면 항상 상대는 전혀 모르는 남자였다. 섹스에 관한 생각을 지우려고 호미를 바쁘게 놀렸다.

  “호미는 놓고 저 좀 보세유.”

  뜸을 들이다가 빨간 모자의 그늘에 가린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서 있던 남자가 바다 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기우뚱거리는 걸음이었다.

  “차에 다쳤시유. 해필 아는사람 차였구먼유.”

  “예...그래도 다행이네요.”

  잠깐 나는 다리 사이에 있는 물건에 문제는 없을까하는 상상을 했다. 혼자 지내다보니 무엇보다 그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다리만 다치신 건가요?”

  다소 엉뚱한 질문일 수도 있었다. 남자는 나를 마주 보면서 얼굴에 함박웃음을 담았다.

  “허리 말인가유? 남자는 그거 다치면 말짱 꽝이지유.”

  남자가 손으로 목을 자르는 시늉을 했다.

  “그때 돈으로 이억밖에 받지 못했네유. 적게 받았다고 다들 그랬는디유. 아는 처지라는 게 그만큼 부담시럽더라구유.”

  남자는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다리를 벌린 자세로 양 무릎에 팔꿈치를 올려놓았다. 얘기 도중에 남자는 바지락이 조금밖에 담겨 있지 않은 자루를 들었다가 놓았다.

  “여기도 개발이 되면서 땅값이 좋아졌지 옛날에는 똥값이었시유. 사람들은 나더러 부자라고 하지만 시골 살면서 땅 오천평 정도 안 가진 사람이 어디 있간디유? 글고 이억이라고 해봐야 별로 큰돈도 아니더라구유.”

  “예...”

  듣는 내내 솔깃했지만 나는 시큰둥하니 대답했다. 남자가 공사현장으로 시선을 던졌다.

  “아따, 기둥을 바다에다 박은 지가 꽤 되는디 완공이 더디네유. 지역이 멍청도라서 그런가? 서울 사람들은 충청도를 멍청도라고 한담서유?”

  “저는 그런 생각 한 적이 없는데요?”

  “탁 보니께 똑똑하면서도 참한 분 같더라구유. 제가 마흔이 되도록 장가는 가지 못했어도 사람은 볼 줄 알거든유.”

  “그렇진 않고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나는 남자를 쳐다보면서 눈을 깜박거렸다.

  “만약 애 하나 정도 딸리고 머리가 똑똑한 여자와 머리통이 돼지 같은 처녀가 있다면 당연히 난 똑똑한 여자를 택하지유.”

  사십대 중반이지만 나는 그리 밉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지나치게 똑똑해서 일을 그르친 경우였다. 그러니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그러나 남편은 피곤한 여자라면서 떠나갔다.

  “똑똑해도 피곤하답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든가유? 하긴 껍딱만 좋아하는 인간들이 많으니께유. 세상이 영 이상하게 돌아간다니깐유.”

  남자는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들고 있던 호미를 쳐들었다.

  “조개를 간혹 캐러 나오지만 실은 이거 안 해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어유. 하지만 집에서 놀기에는 아직 팔팔한 나이잖아유. 지 손 좀 보세유. 어디 조개 캐는 남자 같어유?”

남자는 호미를 놓고 양손을 펴서 붙였다. 얼굴 피부에 비해 고왔고 손가락이 길쭉길쭉했다.

  “어머니가 계시는디 따로 사는 거나 마찬가지에유. 작년에 어머니 뫼실려구 이층집을 지었거든유. 통나무로 지을까하다가 너무 사치스럽게 보일까봐서 벽돌로 지었네유.”

  요즘에는 시골에도 슬레이트집은 사라져가는 추세였다. 농촌을 지나다가 우아한 집이 눈에 띄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라는 오래된 유행가 가사를 떠올리기도 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붉은 색 보다는 커피색 벽돌로 지은 집이 더 근사해 보였다.

  “저쪽이 우리 동네구먼유.”

  나는 남자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공사장과 정 반대쪽에 자리한 마을이었다. 드문드문 집이 있었고 더러 잎이 무성한 나무도 눈에 띄었다. 멀리 있어 벽에 걸린 그림처럼 조그맣게 보이는 풍경이었다.

  “커피색 벽돌을 써서 지었구만유. 저기 저 나무와 뽀짝 붙은 이층집 알아보겄시유?”

  도로를 지나서 들 가운데에 있는 마을이었지만 이층 벽돌집을 구별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아...”

  나는 입을 벌린 채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서 햇살이 내려앉은 집을 바라보았다. 햇살은 곁에 서 있는 나무에도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저래 뵈도 가구 수는 제법 많아유. 만석꾼도 몇 집 되고유. 저의 집은 거기에 비하면 세발의 피지유.”

  생각해보니 그동안 나는 늘 가난에 시달리면서 살아 온 것 같았다. 딸애가 피아노를 사달라고 졸라서 피아노 학원을 그만 두게 했던 게 그 중 가장 속상한 일이었다. 지금은 사교육비라고 해봐야 딸이 단과 학원에 다니는 게 전부였지만 그것조차 부담스러웠다. 이혼을 결정하고 나면 삶이 벽에 부딪칠까봐 차일피일하고 있었다. 호미를 개흙에 꽂은 상태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따...지금 보니께 손이 이쁘네유.”

  남자가 갑자기 내 왼손을 잡았다. 손을 빼려던 나는 앞으로 넘어졌다. 순간 남자가 무릎을 꿇으면서 내 상체를 안았다. 떠밀었지만 남자는 꿈쩍하지 않았다. 가슴팍의 근육이 돌처럼 단단한 남자였다.

  “이러시면 안 되는데요.”

  나는 가슴이 울렁거려서 말을 더듬었다.

  “지가 그만 혼을 뺏겨서유.”

  남자가 두 손을 잡고 비비면서 중얼거렸다. 나는 주위를 슬쩍 둘러봤다. 물이 멀리까지 빠져서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참, 저기 저쪽이요. 피조개가 가끔 나와유. 따라와 봐유.”

  남자가 내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나를 일으켰다. 나는 일어나서 남자의 손을 떼어내고 뒤따라 걸었다. 바다 쪽으로 더 나아간 장소였지만 지나치게 멀리 나가는 건 아니었다.

  “일행을 찾아봐야할 것 같아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사람들 어디 안 가유. 피조개나 캐자니께유.”

  나는 주춤거리는 척하다 남자를 따라 앉았다. 약간 웅덩이 진 곳이었다.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말 피조개가 있었다. 귀신처럼 자리를 알고 있는지 남자의 호미 끝에만 간혹 딸려 나왔다. 탁구공보다는 작은 크기였지만 바지락과는 달리 포만감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내가 호미질을 하면 끈적끈적한 개흙만 달라붙었다.

  “조금 있다 소주나 한잔 해유.”

  남자는 너덧 개의 피조개를 내 자루에 넣으면서 말했다.

  “일행이랑 서울 올라 가야해요."

  “그 아줌니들 말하는 거지유?”

  “예...”

  “함께 마시면 되쥬. 돈은 걱정 마시고유.”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건성으로 하는 호미질에 토막 난 갯지렁이가 나오기도 했다.

  “좀 쉬었다해유.”

  남자가 내 호미의 중간을 잡았다. 나는 얼른 호미를 놓지 못했고 바로 앞에 있는 남자의 벌린 다리 사이를 쳐다 볼 수밖에 없었다. 추리닝 바지라 물건이 어느 쪽으로 머리를 두고 누웠는지 알 수 있었다. 바다 쪽으로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자리 잡고 있어서 사람들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얼굴이 화끈거려 나는 남자에게 호미를 주어버리고 일어섰다. 갑자기 남자가 내 두 손을 잡았다. 워낙 빠른 동작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자리에 엎어졌다.

  “이런 감정 처음이에유. 내가 꼭 호강시켜 주께유.”

  순간 머리에 벽돌집이 떠오르면서 거실 한쪽에 자리한 피아노가 보였다. 이어 딱딱한 물체가 내 엉덩이 닿았다. 일 년 가까이 참아왔던 욕망 때문에 내 몸의 반응은 지나치게 빨랐다.

  “사람들이 와요.”

  나는 엎드린 채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여기는 멍청도라 사람들도 굼벵이처럼 다녀유. 물도 들어올려면 멀었구유.”

  남자의 몸이 내 몸에 부딪자 내 무릎과 손이 개흙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아따 내 것과 딱 맞네유. 좋다는 소리 내봐유.”

  남자는 충청도 사람답지 않게 말이 많았다. 남자와 부딪칠 때마다 바닷물이 바위를 때릴 때처럼 철썩 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 아...여보, 여보....”

  내 입에서 저절로 말이 튀어 나왔다. 나는 두세 번이나 까무러치는 소리를 냈다. 남자도 숨넘어가는 소리를 끝으로 동작을 멈췄다. 남자가 내게서 떨어졌고 나는 그 자리에 엎어졌다. 남자는 재빠르게 바지를 입었다. 엎어져있던 나는 살벌한 소리를 내면서 밀려들어오는 물을 보았다. 몸을 일으켜 둘러보니 주변이 물바다였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말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몸을 일으켜 젖은 바지를 입었다. 남자는 벌써 저만치 가고 있었다.

  워낙 빠른 속도로 물이 들어오고 있어서 나는 잰 걸음을 놓았다. 나는 조개자루를 든 채 지대가 높은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바위를 계속 건너뛰어야 했기 때문에 중간에 자루가 거추장스러워 버려야만했다. 남자가 가는 방향을 보면서 걸어 가까스로 물을 벗어났다. 바닷가로 나와서 내려다보니 발목 근처가 상처투성이였다.

  “왜 조개가 이것밖에 안 돼?”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느라 나는 얼굴을 들었다. 짜증나는 투로 말을 하는 여자는 긴 단발 머리였다. 여자는 남자가 가까이 가자 안고 있던 아이를 내려놓았다. 짜증 투와는 달리 여자는 남자의 팔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할머니 좀 드렸어. 요샌 나이든 분들이 조개를 캐러 오네.”

  남자가 웃음 띤 얼굴로 팔짱을 낀 여자를 쳐다보았다. 여자가 움직이자 남자도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노려보고 서 있었지만 남자는 똑바른 걸음걸이였다. 나는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발목의 상처가 욱신거려서 나는 다리를 절름거리며 개펄에서 빠져 나왔다.

 

 

                                                                        -끝-

 

                                                          - 계간 항만협회지 기고 작품-

 

 

 

 

 

 

김은숙   200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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