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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여자네 국밥집


 

 

 

 

“정말 손님 많네. 어디다 부적이라도 붙였나?”

남자가 이쑤시개를 물고서 말했다.

“그러게. 맛도 별로구만.”

“그렇지?”

여자를 돌아보던 남자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어렵쇼. 뭐지? 돼지코잖아.”

현관문을 쳐다보던 여자의 눈도 커졌다.

“어머, 어머...”

여자는 들어오는 손님들을 비켜서느라 뒷걸음질 치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삶은 돼지 머리에서 잘라낸 코였는데 말라서 약간 딱딱했다. 그날 밤 늦은 시각, 실에 매달린 돼지의 코는 여자의 핸드백에 담겨졌다. 돼지 코가 옮겨 간 곳은 댓 평 남짓 되는 순대국밥집이었다.

규모가 작은 가게라 비릿한 냄새가 빠져나가지 못했다. 돼지의 코는 잠시 주방과 홀 사이에 있는 탁자에 놓여있었다. 돼지 코에 달라붙어있던 파리 한 마리가 날아가 남자의 얼굴에 달라붙었다. 남자는 아직 세수를 하기 전이었고 자다가 흘린 침 자국이 허옇게 말라 있었다.

문 틈새로 부부의 살림이 내다 보였는데 신혼살림처럼 깔끔했다. 레이스가 달린 침대보는 오렌지 빛깔을 띠고 있었다. 침대의 머리맡에는 스탠드가 놓여 있었고 벽에는 결혼사진이 걸려 있었다. 서 있는 남자가 앉아있는 여자에게 몸을 살짝 기울인 상태였다.

남자의 손길이 빨라졌다. 채칼 사이로 빠져 나오는 무채가 그릇에 곱게 쌓였다.

“이거 어디에 매달까?”

여자가 칸막이용 탁자 위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가만있자. 현관 손잡이에 매달면 손이 탈 텐데... 새시에 붙일까?”

남자가 가게의 뒷문으로 나가더니 무엇인가를 가져왔다.

“돼지본드로 붙이는 게 좋겠다.”

남자는 실을 빼버린 돼지 코 뒷면을 반듯하게 만드느라 칼로 저몄다. 본드를 바르고 후후 불어대면서 현관문 앞으로 갔다. 남자가 현관문 위쪽에 돼지코를 붙이는 동안 여자는 얼굴을 쳐들고 있었다. 높이에 비해 구멍이 커다란 여자의 코가 유리문에 비쳤다.

가게를 한다 해도 잘된다는 보장이 없었다. 게다가 가진 돈을 박박 긁어 가게를 차렸으니 망하게 되면 길거리로 나 앉을 수도 있었다. 가게를 계약하기 전, 찾은 곳이 신점을 치는 선녀보살 집이었다. 두 사람을 바라보던 점쟁이는 궁합이 좋다는 말부터 끄집어냈다. 다만 여자의 콧대가 낮고 구멍이 커서 돈이 샐 거라며 성형을 하라했다.

성형외과에 갔을 때 탁자의 유리 사이에 끼워진 견적서에는 상품에 대한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 코를 성형하는데 가격이 백 단위가 넘어 망설여졌다. 치료를 받으러 온 중년여인을 보는 순간 아예 마음이 바뀌어버렸다. 방망이 모양의 시퍼런 코가 중년여인의 얼굴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십대 때 멋모르고 했던 쌍꺼풀 때문에 맘고생 했던 기억까지 떠올라서 여자는 성형외과를 나와 버렸다.

“내 코가 복코네.”

여자가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코와 돼지코를 번갈아 보면서 중얼거렸다. 여자는 바쁜 걸음으로 가게를 가로질러 가서 주방의 수돗가에 쪼그려 앉았다. 여자 앞에 놓인 함지박에는 돼지창자가 담겨 있었다.

“퐁퐁에 하이타이를 섞어 씻으면 냄새가 안 난다던데...”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하이타이로 씻나. 그냥 밀가루로 하라구.”

“요즘 밀가루가 금값인데...”

여자가 푸념을 하면서 돼지창자를 주물럭댔다. 골절상을 입었던 손목이 아팠다. 사람들이 앞에 있으면 여자는 턱밑의 꿰맨 흉터 때문에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과거가 잠시 떠올라서 머리를 어지럽히자 여자는 주물럭거리는 속도를 높였다.

남자는 가스렌즈 앞으로 가서 돼지머리가 담긴 들통 뚜껑을 열었다. 김이 쏟아져 나와서 가게를 채우자 현관문을 열었다. 파리가 몰려와서 쫓으려던 남자는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남자의 손에 들려진 건 끈끈이었다. 주방 안쪽의 천장에 끈끈이를 매단 후 남자는 일회용 비닐장갑에 물을 채워 홀의 천장에 매달았다. 마치 작물의 열매처럼 물주머니가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식사 되나요?”

“오늘은 개업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겠네요. 다음에 꼭 와 주세요. 맛있게 해드릴게요.”

남자는 얼굴을 들이밀고 있던 젊은 여자 앞으로 가서 공손히 말했다.

“예감이 좋으네.”

여자가 돼지창자를 뒤집던 손을 멈추고 팔을 들어 이마를 닦았다. 여자의 볼이 발그레했다.

“창자를 국물에 넣어 삶을까?”

“무슨 소리, 따로 삶아야지. 소주도 붓고 생강도 넣어 삶아야 냄새가 제거 될 거야. 대파와 후추도 넣어 봐.”

“손님이 없어 썰렁하면 어떡하지?”

“글쎄...서울처럼 각박하기야 할라고.”

“그래도 아는 사람이 전혀 없으니 걱정이네. 개업식은 북적거려야만 하는데... 인상이 좋은 당신이 한 바퀴 더 돌아봐.”

여자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삶은 창자를 건져서 기름을 떼고 절였던 배추를 씻어 버무리자 가로수의 그림자가 가게로 슬그머니 들어왔다. 여자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쌀 안쳐야겠네.”

압력솥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건너편 담배 가게 노인이 왔다.

“다 되어가나?”

“예... 들어오세요.”

“아닐세. 이번 판이 끝나면 함께 오겠네.”

장기판 앞에 황토색 잠바를 입은 중노인이 앉아있었다. 담배 가게 노인이 제법 붉어진 햇살을 등지고 마주 앉았다. 그 후 오 분도 채 되지 않아 판이 끝났고 그들은 일어섰다. 그들이 휴지를 들고 가게에 들어오면서부터 그 골목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잇따라 들어왔다. 퐁퐁과 하이타이, 휴지가 한쪽 귀퉁이에 쌓였다.

“애쓰는 모습이 보기 좋아.”

담배가게 노인이 불콰해진 얼굴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애들은 없나봐요.”

김밥 집의 여자가 남자를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김밥집은 기름때가 묻은 앞치마를 두른 상태였다.

“애는 서울에 있어요. 지 고모 집에 있죠.”

남자가 주방에 있던 여자를 흘낏 쳐다보면서 말했다.

“벽지만 바꿔도 가게가 환해지네요.”

“형광등을 바꿔서 더 밝겠죠. 주방 쪽은 수리도 좀 했습니다.”

김밥집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렸다. 그 옆에 앉은 만물상의 주인은 악다구니 쓰듯 음식을 입에 몰아넣고 있었다. 만물상 주인이 홀애비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남자는 순대국을 한 그릇 더 가져왔다.

“여보, 머릿고기 서너 접시 더 준비해요.”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게 김치인 것 같았다. 뭐든 충분했기 때문에 여자는 마음이 그저 뿌듯했다. 남자가 잠깐 나가서 막걸리를 더 사왔다. 사람들은 소주와 막걸리를 마셨고 맥주는 찾지 않았다. 소박한 먹을거리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아 가게가 잘 될 것만 같았다. 여자는 접시에 음식을 넘칠 듯이 담아 놓고 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선 채로 음식을 먹는 사람을 위해 먼저 자리를 뜨는 사람도 있었다. 테이블이 여섯 개였지만 의자는 20개뿐이었다. 두 개의 테이블은 한 면이 벽에 붙어 있어서 의자가 두 개씩만 필요했다.

사람들이 빠져 나간 후 텅 빈 가게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지쳐있었다. 몇 잔 받아 마신 술 때문에 남자의 얼굴도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의 이마를 물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조금만 고생하자. 그래야 아이도 데려올 수 있지.”

여자의 눈시울이 빨갛게 변했다. 남자가 여자의 등을 토닥거렸다.

 

 

   돼지 코 덕분이었는지 가게가 제법 잘되었다. 음식장사는 3개월이 고비라고 했기 때문에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남자가 죽 몸담았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왔기 때문에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었다. 서울은 변두리 쪽 상가에도 권리금이 붙어있어 근교의 작은 도시로 내려 올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고향이랄 수 있는 도시였지만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남자가 어릴 적에 서울로 올라갔던 탓일 수도 있었다. 남자의 고향은 개발 붐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중이었고 국밥집은 그곳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반찬이 맛깔스럽다는 소문에 점심시간에는 늘 북적거렸다. 근처에 자잘한 사무실이 많아서 점심 메뉴에 백반을 추가했다. 홀에서 일을 하는 남자는 손님이 없을 때면 밀린 설거지를 했다.

“이야!”

점심시간이 벗어나서 잠깐 한가한 틈이었다. 은행에 다녀오던 남자가 과장되게 입을 벌렸다.

“왜?”

“칠백 칠십이야. 돈도 돈이지만 행운의 숫자이잖아.”

남자가 통장을 여자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여자가 통장을 건성으로 쳐다보더니 눈을 달력으로 옮겼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7일이네. 9월 7일...”

중얼거리던 여자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김치 좀 버무려야겠어. 다 절여졌을 거야.”

여자는 바쁜 사람처럼 주방으로 가버렸다.

“양념은 다 준비되어 있어?”

“오늘은 좀 한가하니까 내가 다 할 수 있어. 방에 들어가서 잠시 쉬어. 당신이 아침에 먼저 일어났잖아.”

“응. 알았어.”

남자는 통장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남자가 눈을 붙였다가 나오자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때로는 늦은 시간에 밥을 먹기도 했지만 어느 때는 손님이 오기 전 미리 밥을 먹기도 했다. 여자의 손에서 나는 냄새를 맡던 남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장갑을 끼고 하라니깐. 습진 생기면 어쩌려고.”

“그러려고 하는데 불편하네.”

“이제 당신이 좀 쉬어라. 내가 저녁 손님은 받을게.”

남자의 말에 여자는 방에 들어가서 문을 꼭 닫았다. 방의 뒤쪽으로 난 문을 잠깐 열어 환기를 시켰다. 가게는 좁았지만 뒤쪽으로 난 공간이 널찍해서 제법 쓸모가 있었다. 축대가 있었는데 그 위쪽이 언덕길이었다. 언덕길은 거의 풀밭이었고 길은 새끼줄처럼 폭이 좁았다. 언덕의 풀밭에서 내려온 으름덩굴과 칡덩굴이 서로 엉켜있었다. 그 틈을 비집고 수세미 줄기가 뻗어내려 있었는데 매달린 열매가 제법 누르스름했다. 한 여름에는 뒤꼍이 서늘하고 축축해서 거의 문을 열어 놓다시피 했다.

침대에 누운 여자의 눈꺼풀이 스르르 닫히는 중이었다. 의식이 아스라해지는데 갑자기 귀에 익은 음성이 귀를 스쳤다. 여자는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을 걷어내면서 발딱 일어났다. 호흡을 조절하면서 미닫이문을 약간 밀었고 틈새에 얼굴을 바싹 붙였다.

“따로국밥으로 주세요.”

장갑을 벗어 탁자에 놓으며 중년남자가 말했다. 장갑의 바닥에는 빨간 페인트가 발라져 있었다. 여자는 중년남자의 카키색 잠바를 빤히 쳐다보았다. 10년도 더된 옷이라 흙물이 잔뜩 배어있는 것처럼 우중충했고 낡아보였다. 표정을 보니 여자의 소재파악을 하고서 들어온 것 같진 않았다. 여자는 휴대폰을 들고 뒷문으로 나갔다. 잠시 후 주방과 홀 사이의 탁자위에 있던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탁자 위에 쟁반을 놓은 남자가 수화기를 들었다. 밝았던 남자의 얼굴빛이 차츰 어두워졌다. 남자는 순대국에 밥을 덜어 넣는 카키색 잠바를 쳐다보다가 수화기를 놓았다. 주방의 구석에 놓인 동그란 의자에 주저앉아 남자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더 필요한 것은 없으세요?”

남자가 주방의 탁자 앞으로 다가가서 묻자 카키색 잠바가 소주를 한 병 주문했다.

“소주에 따라 나오는 안주입니다.”

남자는 삶은 창자와 순대가 담긴 접시를 카키색 잠바 앞으로 밀었다. 카키색 잠바의 눈 밑 그늘이 깊어 아픈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소주를 따르는 카키색 잠바의 손이 조금 떨렸다.

“어제 집에 올라갔어야 하는데 오늘까지 일을 해달라고 해서요. 생일은 아침에 쇠야 하는 건데...”

“가족의 생일인가 보군요.”

“아들놈이죠. 지 에미가 없어 아침에 함께 있고 싶었는데...”

“예...”

카키색 잠바는 입을 다물었고 따랐던 잔을 다 비우지 않았다. 소주는 반병 정도 남아있었다. 카키색 잠바는 바로 일어섰다. 강한 인상이었지만 헐렁한 잠바 때문에 오히려 쓸쓸해 보이는 이미지였다.

“저기요...”

정류장으로 가던 카키색 잠바가 돌아봤다. 남자는 숨을 고른 다음 입을 열었다.

“이거...제 조카 생각이 나서요. 아들에게 주세요.”

카키색 잠바가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집사람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

카키색 잠바는 종이 백을 받아들면서 낮게 중얼거렸다. 남자는 종이 백을 들고 총총히 걸어가는 카키색 잠바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남자가 돌아서자 채색이 되어가는 조각달이 눈을 비집고 들어왔다.

 

 

                                                                -한국 어촌 어항 협회에 기고한 작품-

 

김은숙   200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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