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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를 그리며...


 
 
  어머니 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머니는 양력 삼월 말께쯤 돌아가셨다. 햇빛이 좋던 날 어머니는 사래긴 밭 위쪽에 자리를 잡고 누우셨다. 반평생 일구었던 밭을 굽어보는 그 자리에. 지금 그 밭은 산이 되어있다. 조림을 하지 않아서 소나무는 거의 없고 칡덩굴만 뒤덮여있다. 

  봄이면 나물을 뜯으러 다니시던 어머니, 어머니는 죽순과 고사리, 취를 말려서 주시곤 했다. 간혹 싸리버섯도 부쳐 오곤 했는데 그건 귀해서 따기기 쉽지 않다고 하셨다. 무릎이 좋지 않으셔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산을 타셨을 어머니.

 
어머니의 무릎은 관절염이라는 질병이었지만 원인은 다른데 있었다. 어머니는 도시에서 자취하는 동생에게 쌀을 가져다주시다 작은 사고를 당하셨다. 쌀을 이고서 기차에서 내리는데 바닥과 계단 사이가 멀어 발을 헛딛으셨다. 그 이후부터 어머니는 왼쪽다리를 절름거리셨는데 그게 관절염의 시초였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무릎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셨다. 별거 아닌 걸로 엄살을 피운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아니 구박에 가까웠다. 아버지의 말씀처럼 어머니는 일을 잘하는 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밭일 많은 농촌에 시집 온 어머니는 일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여름철 내내 사래 긴 밭을 매야했던 어머니는 몸 구석구석이 망가져갔다.

  어머니의 외모는 평범했는데 노래 솜씨는 일품이었다. 딱 한번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날 나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동심초였는데 목소리가 어찌나 맑은지 흔히 말하는 꾀꼬리 소리 같았다 (어머니가 동심초를 불렀기 때문에 아마 나는 더 놀랬을 것이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소프라노 가수와 이미자의 중간 목소리라고나 할까?). 나도 좀 노래를 하는 편이지만 어머니에 비하면 B급 정도밖에 안된다.
 
 
어머니는 일흔 둘이던 봄에 돌아가셨다. 자식에게 의지하기 싫어 망가진 몸을 끌고 여름이면 밭일을 종종 하셨던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뜨셨다. 나는 어머니가 안식처를 찾아 가셨다는 생각을 한다.
 
  절름거리며 산비탈을 오르셨을 어머니를 생각한다. 어머니는 어느 곳에 취가 있고 어느 곳에 고사리가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 길만 따라 다니셨을 것이다. 어린시절 어머니를 따라 가 보기도 했지만 나는 그런 장소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취나 버섯은 숲에 들어가야만 볼 수 있지만 고사리는 묘지 부근에서도 흔하다. 무덤에서 뜯은 고사리는 제사 음식으로는 쓰지 못한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었는데, 참으로 묘한 기분이었다.
 
  돌아가시기 전에는 꿈에 어머니를 본 적이 거의 없는데, 돌아가신 후에는 꿈에 종종 뵙곤 한다. 오늘처럼 햇살이 좋은 날에는 어김없이 바구니를 끼고 산으로 향하실 건데.... 나는 중얼거려 본다.





 
 

 
김은숙   200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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