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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집 강아지 2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개는 이젠 강아지가 아니다. 어릴 때는 하얀빛을 띠었던 털인데 이젠 털빛이 누르스름해지고 벼를 훑고 남은 재료로 만든 빗자루처럼 뻣뻣하다. 피부에는 반점이 생겼는데 사람을 빗대어 말할 것 같으면 아마 검버섯일 게다. 목덜미 살도 늘어졌고 몸매도 S라인이 아니라 구부정하다.

  올해 나이가 13살쯤 된 것 같다. 길거리에서 주운 개이니 정확한 나이를 알기는 어렵다. 집에서 기르기로 결정이 난 날 강아지수첩을 만들었다면 정확히 알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동물병원에서 진료 카드를 만들어 준 것 같은데 이사를 다니는 통에 그것도 남아있을 리가 만무하다.

  나는 개에게 개 취급을(?)하지 사람에게 하듯 그런 대접은 않는다. 몰인정하다는 말을 들어도 별 수 없다. 그렇다고 이유 없이 때리거나 개를 집에 두고 장시간 집을 비우는 일은 없으니 그런대로 대접은 한다할 수 있겠다. 다만 청소를 할 때 거실 구석에서 털이 날리는 걸 보면서 원수 취급을 한다. 원수 취급이란 그 녀석을 쳐다보면서 노려보는 정도이다.

개와 나는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산다. 그 녀석을 방에 들이지 않은 지 오래되었으니까. 이쯤에서 개 이름을 들먹거려야 할 것 같다. 개라는 호칭이 어쩐지 불편하기 때문이다.

  단비는 요즘에 노망든 행동을 보이곤 한다. 내가 육류나 어류를 조리하게 되면 사료를 먹지 않는다. 생선찌개의 경우 발라낸 가시와 머리를 들고 나가 아랫집 개에게 주는데 그 틈에 단비는 거실에 대소변을 갈긴다. 처음에는 그런 것들과 연결시켜서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반복적인 행동을 보게 되었고 분명 연관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그러니 화가 이만저만 나는 게 아니다. 어제 또 그런 일이 생기자 나는 단비를 밖으로 내 놓고 깜깜해질 때까지 집안에 들이지 않았다. 나중에 안으로 들여놓고 불빛 아래에서 보니 입 주변이 빨갛다. 아랫집 똥개 먹으라고 더러운 그릇에 부어 놓은 생선찌개를 먹었던 것이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단비에 대한 얘기를 했다.

  "늙으니까 지능은 낮아지면서  교활해 지는 거 있지. 저승사자는 뭘 하나. 저 짐승 안 데려가고..." 

  고려장을 할까 아님 안락사를 시킬까, 했더니 그 친구는 복날 누군가에게 주라는 말을 한다. 개가 그리울 때면 그 사람을 만나면 될 테니까.

  이쯤에서 내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나이 들면 단비와 비슷한 행동을 하지 말란 법이 없을 것이다. 며느리가 밥을 주지 않는다고 헛소리를 하고 다니는 노인들을 떠올려 보라. 게다가 치매를 앓게 되면 대소변을 아무 데나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단비를 보니 그게 혹 의도적인 경우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믿거나 말거나...

 

 

 

 

 

 

 

김은숙   2007-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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