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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


 

 


   

       -꿈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아니다. 보통 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컬러꿈을 꾼다. 어린이나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도 컬러 꿈을 꾸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의 말>

     어릴 적부터 나는 잦은 꿈에 시달리는 편이다. 지금도 하룻밤에 두세 번 이상 꿈을 꾼다. 자주 보는 것들은 동전과 조개, 빨간색의 과일, 녹색의 들판, 파란바다 등등.

   어느 날의 꿈에서 나는 벼 포기가 가득 찬 들 사이의 길을 가다 대여섯 살 정도인 딸을 보았다. 얼마쯤 더 가다보니 마을이 하나 보였는데 당산나무가 초입에 서 있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고향이었다. 마을로 들어서려는데 성숙한 딸이 당산나무 근처에 있었다. 

  댓살의 딸은 머리가 헐렁하게 묶여 있었고 자주 입던 검정색 티 차림이었다 (보통 엄마들은 딸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까지 고무줄로 머리를 묶곤 하는데 나는 아플 것 같아 그렇게 하지 못했다. 때문에 유치원에서 돌아온 딸은 잔 머리카락이 빠져나와 얼굴에 달라붙어 있곤 했다). 배시시 웃는 딸은 영락 어릴 때의 모습이었고 당산나무 근처에 있던 딸은 당시의 모습이었다. 몇년 전의 꿈이니 스물 이쪽 저쪽일 것이다.  좀 신기하긴 하지만 별 내용은 없는 꿈이었다.

   요새는 꿈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자주 보는 편이다. 어떤 이가 얘기하길 죽은 자는 꿈에서 말이 없다는데 내 꿈은 그렇지 않다. 어머니는 평소처럼 나를 대하고 나와 얘기를 주고받는다. 어젯밤에도 꿈을 꾸었고 역시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 나, 어린 내 아들이 함께 있었다. 어머니는 어둔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처지였다. 나는 그 자리에 있어야할 사람이고 어머니는 이십 리가 다되는 길을 가야할 상황이었다. 게다 일부는 마을을 지나는 길이었지만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는 산속에 나있는 길이었다 (내 단편 '부랑'에 차용된 길이기도 하다).

   꿈에서도 나는 그 길이 무섭게 생각되어 아들과 함께 어머니를 바래다 드리기로 했다. 중간에서 어머니와 헤어지기로 했는데 나머지의 길을 어머니가 혼자 가실 거라는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되었다.

  결국 우리는 우회로를 택했다. 그 길은 도로를 따라가다 마을로 접어드는 방식이었다. 물론 마을 몇 개를 지나고 들과 산 사이에 놓인 길을 가야하지만 산길을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부담이 덜했다.

   어머니와 나와 아들은 별 말이 없이 도로를 걸었다. 그런데 걷다가 마주쳤던 이정표에는 ‘다시’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물론 그건 '다음에 또'라던가 아니면 '하던 것을 되풀이해서' 라는 뜻을 가진 ‘다시’가 아니다. 어머니의 친정 즉 내 외갓집이 있는 곳의 지명이 ‘다시’이니까. 그 부분이 좀 희미하긴 하지만 어머니는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샛길로 접어들었고 나와 아들은 도로변에 남았던 것 같다.

   내가 꿈에 어머니를 계속 따라갔다면 어찌 되었을까? 게다가 천연색 꿈은 정신이상자들이 자주 꾼다고 하는데... 

  간혹 꿈에 관한 낭설들을 떠올리긴 하지만 무섭거나 두렵진 않다 . 죽음이란 삶과 맞닿아 있으며 자연스런 현상이라 할 수 있으므로.

 




 

 

김은숙   200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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