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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독서는 초등학교 이학년 때부터 시작되었다. 일학년 무렵에는 한글을 깨우치는 시기였기 때문에 읽기가 그리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도서관을 이용할 줄 몰랐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독서를 시작할 무렵 하필 읽은 책은 만화로 된 인어공주였다. 죽어서 물거품이 되어 버리던 결말 때문에 허무를 알아버렸고, 그 후부터 허무와 죽음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잘 웃지 않는 남자가 있다. 말하자면 안데르센 동화속의 주인공 같은 남자이다. 물론 안데르센은 웃지 않는 공주를 모델로 삼았다. 바보이반이 웃기기에 성공해서 공주와 결혼을 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가 못했다. 바보 이반과 나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도 그저 낙천적이기만 하다면야 어려울 것도 없는 과제이다. 하지만 난 가슴에 담겨 있는 게 상처뿐이니 어찌 쉬우랴.

  물론 나는 개그에 소질이 있고 세상을 무대로 아는 사람이니 어려울 것이 없다. 하지만 나는 사랑할 대상이 생기면 상처부터 들이미는 나쁜 습관이 있다.

  아파트 6층에서 살 때 늘 죽음을 떠올렸다는 말을 했다. 이제 3층에서 사니 그런 소망이 필요 없다는 말도 했다. 그런 말을 하다니, 바보 같으니라고...따지자면 바보이반은 현명했고 나는 바보였던 것이다.

  이야기가 딴 데로 가는데 내 아버지는 일찍 장가를 들었다. 아버지는 사회성에 문제가 있어 읍내 나들이를 하지 옷했다 (스무살이 다 되었는데도 그렇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지만). 때문에 자식들이 한꺼번에 호적에 올랐고 다들 나이가 엉망이 되었다. 훗날 호적을 고치게 되었는데 그때는 일부러 딸의 나이를 더 많게 올렸다. 딸자식은 많이 배울 필요가 없으니 공장에 갈려면 나이가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나는 억울하게도 호적의 나이가 더 많다.

  내 딸년은 어제 술 먹다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술을 마실 때면 영락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늘 불안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다.

  내 아버지나 내 딸의 그런 모습은 또 다른 내 모습이기도 하다. 하긴 내게 콤플렉스가 없다면 무엇으로 글을 쓰랴.

  그는 자신을 웃게 할 여자를 찾다가 나를 만났는데, 나야말로 자신이 웃겨 주어야만 할 여자였던 것이다. 어쩌면 그게 부담스러워 떠날 채비를 했던 게 아닐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꼭 그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술을 마셨고 여러 가지 실수를 했다. 다시 또 지옥에 다녀온 셈이다. 이럴 때의 상상력은 내 스스로를 베이게 하는 면도날일 뿐이다.

  내 현실은 남자로 인해 소설을 한편 건지는 게 아니다. 달리 말하자면 좋은 남자를 얻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나는 60이 될 때까지는 남자를 얻기가 어려울 것 같다. 물론 그 나이가 되면 남자에 대한 그리움을 벗을 테니 찾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역술인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왜 남자를 지나치게 그리워하는지를. 역술인이 껄껄 웃더니 사주에 관이 없기 때문이란다. 없으니 찾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여자 사주의 관은 남자이다.

  영화에서는 남녀의 만남이 거의 운명적이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김은숙   2008-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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