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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주 이야기 2


 

 

 

 

 

 

  나를 알고자 시작했던 공부가 명리학이다. 약 오년간의 세월이지만 나는 매우 게으르게 공부를 했다.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기 때문이며, 소설쓰기라는 주업(?)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오년이라면 강산이 반 정도는 바뀔만한 세월이 아니겠는가. 이쯤해서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반문을 해본다. 입에 풀칠조차 어려운 글쟁이다보니 가끔 철학관이나 해볼까하는 상상을 할 때가 있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그 골방은 좁은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가야하는 이층에 붙어있다. 길가로 난 불투명 유리창에는 사주, 궁합이라는 글자가 빨간 색으로 빛나고 있다. 일층 계단 입구에는 인생 상담소라고 쓰인 나무 간판을 단다.

어느 지역에서든 철학관이나 점집은 흔히 볼 수 있다. 일 년에 한두 번쯤은 그런 곳을 찾는 여자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여자는 남편의 사주와 아이들의 사주까지 역술인에게 묻기 때문에 남자가 철학관을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

큰 문제에 부딪쳤을 때 점집이나 철학관이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이유는  문제에 대한 답을 본인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술인이나 점술사는 해결사라기 보다는 도우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는다. 자신이나 가족이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와 언제쯤 부자가 될 것인가는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갖는 궁금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점집이나 철학관에서 듣는 말 중 가장 흔한 건 내년이나 내후년쯤 좋아 진다는 말일 것이다. 역술인들이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어차피 복채를 받기 위해 하는 일이니 손님에게 듣기 좋게 말을 해야 할 필요는 있으니까. 거의 맞지 않는 말이지만 몇몇 사람에게는 그게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엉터리 점집이지만 몇 사람들에게는 잘 맞추는 역술인일 것이니 아이러니 하다고나 해야 할까.

내년이나 내 후년이 되어 상황이 좋아지지 않아도 그 역술인을 다시 찾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저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역술인을 신뢰한다고나 해야 할까. 그래서 실력이 없는 점집이나 철학관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 것 같다.

사이버 공간에서 나는 사주를 풀어보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사주가 평범하다고 하면 굉장히 실망을 한다. 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주인지 장관이 될 수 있는 사주인지 풀어내진 못한다. 가끔 잘 짜여 있는 사주를 보면 사주가 좋군요, 라는 말을 할 뿐이다. 제대로 공부를 한다 해도 그런 부분을 귀신처럼 알아내기는 쉬울 것 같진 않다. 역술공부가 제대로 되었다하더라도 영감이 발달되지 못한다면 신출귀몰할 수는 없다한다.

멈춰있는 듯 보이지만 아주 천천히 돌고 있는 인생의 시계. 그 시간을 함부로 흘려보내면서 그저 한방만을 노리는 사람들. 그렇듯 사람들은 한 순간에 뭔가가 이뤄진다는 착각을 하며 산다. 물론 로또 복권 당첨처럼 횡재를 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런 사람의 사주가 특별할까. 그런 사람 중 소수는 특별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이유는 그렇게 들어 온 돈의 대부분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니까.

노력을 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라도 기회가 온다. 다만 늦고 빠름의 차이일 뿐. 가장 별 볼일 없는 사주는 노력 없이 뭔가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사주일 것이다.

내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사주가 좋아도 인품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별 볼일 없는 사주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다. 전직 대통령이건 재벌이건 강부자라 불리는 사람이건 간에 인품이 꽝이라면 대단한 인물이라고 추켜세울 필요도 없다. 하지만 많은 역술인들은 그런 인물들의 사주를 강의 재료로 쓰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만약 강의를 할 정도의 실력이 된다면 다른 인물을 강의 재료로 쓸 것 같다. 이승만이 아닌 김구, 김영삼이 아닌 김대중, 이명박이 아닌 노무현, 부시가 아닌 오바마.

좋은 사주와 좋은 인품은 별개이다. 물론 사주로 사람의 인품까지 꿰뚫어 본다면 그 역술인이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역술인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역술인이라면 그저 길흉화복이나 잘 예단해서 족집게 소리를 들으면 그만이 아니던가? 

 

 

 

김은숙   200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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