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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 여행기 - 보라카이(1)


  

 

 

 

 

     

 

   보라카이로 가기 위해 탄 비행기는 세부퍼시픽 항공이었는데 기내가 매우 좁았다. 국제선은 보통 가장자리에 두세 명, 가운데 자리에 다섯 명 이런 식으로 앉지만 세부퍼시픽 국내선은 양쪽 가장자리에 둘씩 앉게 되어 있었다. 우리가 탄 비행기에는 앞뒤에 프로펠러가 붙어 있어 헬리콥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공항에서 대기 중인 비행기를 바라보면 재미있다. 세부퍼시픽의 로고처럼 영락 돌고래 모양이기 때문이다.

오후 5시 20분 쯤 깔리보 공항에 도착했고 까띠끌란 항구까지 가기 위해 승합차를 탔다. 흥정한 가격은 한사람 당 175페소였다. 우리 외에도 두 사람이 더 탔는데 콧수염을 매달고 있던 기이한 복장의 남자는 내릴 때 접혀진 100페소를 기사에게 내밀었다. 특이한 모양새여서 관광객일까 생각했던 터라 내릴 때도 자세히 쳐다봤다. 그는 까띠끌란에 도착하기 전에 내렸고 필리핀어를 구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 이해는 갔다. 한 남자는 얼마 냈는지 기억하지 못하며 그의 얼굴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깔리보에서 까띠끌란까지 자그마치 1시간 30분이 걸렸으니 시간에 비해 요금이 비싸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약간 지루한 상태였는데 차창에 선팅이 되어있어서 거리를 구경하기조차 어려웠다. 우리가 탄 승합차 바로 앞에 가던 공항버스를 보면서 몇 번이고 푸념을 했다. 승합차의 기사가 선착장 입구에서 호객을 했고 따라가던 중에 서 있던 공항버스를 발견했기 때문에 버스를 놓쳤다고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공항버스보다 천장이  높아서 바깥 풍경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공항버스의 요금은 200페소이지만 그런 구조라면 관광객들에게는 충분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당 25페소가 저렴한 봉고형 승합차는 다리를 제대로 뻗기도 어려웠고 유리창이 낮아서 몸을 구부리고 밖을 봐야만 하니 말이다.

도로 주변의 풍경은 그리 생경하진 않았다. 다만 들이 있고 주변에 산이 있다는 게 필리핀의 타 도시들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논은 추수를 끝낸 상태였는데  이제 방금 모내기를 끝낸 논이 사이에 끼어 있기도 했다. 모가 심어져 있는 논과 주변 산을 보니 야자수만 아니라면 한국과 비슷한 느낌일 것 같았다. 물론 산에는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종의 활엽수가 대부분이었다.

거리에 붉은 기운이 도는가 싶더니 도중에 날이 저물었다.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는 어둠이 완전히 내려 있었다.

까띠끌란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시계를 보니 오후 일곱 시가 넘어있었다. 여행 책자에 의하면 비수기에는 7시쯤이면 배가 끊길 수도 있다고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미리 알아 본 상태였다. 세부 여행 중에 딸이  보라카이의 여행안내소와 통화를 했었다. 하지만 안내소와는 통화가 원할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부의 호텔 프론트에 부탁을 해야만 했다. 통화를 끝낸 아가씨가 자세한 설명을 했고 덕분에 걱정을 놓고 올 수 있었다.론트의 아가씨에게 답례로 40페소를 주었을 때 아가씨의 입에서 ‘생큐 맘’이라는 말이 다섯 번 쯤 나왔던 것 같다. 깜깜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선착장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말이라서 보라카이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배표를 끊으려고 하니 50페소를 더 내라고 했다. 환경 보존을 위해 내는 돈이었다. 터미널 이용료 50페소, 환경 보존료 50페소란다. 배표가 25페소이니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였다.

보라카이로 들어가는 배는 작고 허름했다. 배 한쪽에는 의자가 줄지어 있었고 반대쪽에는 짐을 싣게 되어 있었다. 짐을 놓고 엉덩이를 걸칠 수 있게 널빤지가 대어져 있는 가장자리에 앉았다. 앉아서 쳐다보니 천장에 구명조끼가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보라카이 선착장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선착장에 도착한 뒤 트라이시클을 잡고서 프랜즈 리조트를 가자하니 요금이 100페소라 한다. 여행책자에 나와 있던 요금과 같아서 가격을 깎지 않고 탔다. 리조트로 가는 동안 계산을 해보니 총 비용이 1000페소였다. 픽업을 나오지 않아서 약간 불편하기는 했지만 800페소를 아낀 셈이었다.

 

트라이시클은 약간 속도가 느리긴 했지만 창문이나 문이 있어야 할 곳이 그대로 뚫려 있어서 좌우를 보기가 수얼했다. 달리는 동안 바람이 쌩쌩 지나쳐서 시원하기도 했다. 원동기 소리가 났지만 승합차를 탈 때보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트라이시클은 오토바이에 붙은 수레라고 할 수 있는데 여섯 명까지 탈 수 있으니 원동기의 힘이 대단하다 싶기도 했다.

프랜즈 리조트의 숙박료는 하루에 2100페소였다. 세부에 비해 1000페소 이상 비쌌는데 이유는 보라카이가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이었다.  숙소의 주인은 호주 출신인 백인남자였고 와이프는 필리핀인이었다. 다른 숙소처럼 종업원들은 전부 다 필리핀인이었다. 숙소의 마당에는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바를 겸하고 있었다. 첫날 우리가 묵었던 방은 이층으로 되어 있어서 정말 근사했다. 아들은 일층에서 자고 딸과 나는 이층에서 자기로 했다. 우리는 짐을 방에 놓고 밖으로 나갔다.

골목에는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들이 즐비했는데 사람들이 무척 많았고 대부분 관광객이었다. 해변까지 걸어가면서 음식점을 찾다가 다시 도로변으로 나왔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대부분 저렴한 가격이었다. 음식이 나오는 순간 우리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80페소밖에 되지 않은 볶음밥이 커다란 접시에 가득 담겨 있었다. 잡채는 100페소였는데 역시 양이 많았고 한국에서 먹는 맛과 똑같았다. 입맛에 잘 맞아서 세 사람이 각자 하나씩 시켜 나온 많은 양의 음식을 다 먹었다. 그날 밤부터 우리는 그 음식점의 단골이 되었다. 우리는 식당에서 나온 다음 술과 물을 사들고 숙소로 왔다.

                                

숙박료가 비싸서 에어컨이 없는 방을 골랐는데 희안하게도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에어컨은  전원을 숙소에서 차단했기 때문에 무용지물이었다.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자다가 중간에 스위치를 꺼도 될만큼   숙소는 선선했다. 필리핀에 대나무 집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끔씩 개코라 불리는 작은 도마뱀이 천장을 지나다니면서 우리의 시선을 끌곤 했는데 그 녀석들은 불빛에 모여드는 날파리나 모기들을 잡아먹기 위해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숙소의 내부 구조는 서양식이어서 별 불편함이 없었다. 벽이나 천장 바닥까지 대나무를 재료로 썼는데, 못질을 하지 않고 엮어 만들었다는 게 놀라웠다. 바람이 잘 통한다는 점 때문에 열대지방에 꼭 필요한 집이었지만 결점도 있었다. 옆 숙소의 말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들린 다는 점이었다. 건물이 함께 모여 있어야하는 리조트라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연인끼리 여행을 간다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숙소라 할 수도 있겠다.

지붕은 초가집과 비슷한 스타일이었는데 지붕을 덮고 있는 건 갈대 잎과 비슷한 풀이었다. 숙소 몇 동은 풀 대신 반으로 쪼개어진 대나무를 엮어서 지붕으로 쓰고 있었다. 손으로 일일이 엮은 대나무 벽은 모기 한 마리 들어 올 수 없을 정도로 촘촘했다. 벽에는 액자 몇 개가 걸려 있어서 운치를 더하는 것 같았다. 화장실의 수도꼭지에서는 녹 냄새가 심하게 나는 물이 나와서 예전에 펌프질해서 먹던 물이 떠오르기도 했다.

 

숙소가 보라카이 해변 근처였고 섬의 중심부라서 사람들이 밤낮으로 북적거렸다. 사람들을 살펴보니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훨씬 많은 것 같았다. 물가가 좀 비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주변에서 가장 큰 마트를 이용했고 밥은 이미 정해 둔 저렴한 음식점에서 해결을 했다. 주변에 빨래방이 몇 군데 있었는데 돈이 든다는 점과 또 복잡하다는 점을 들어 빨래를 숙소에서 해결했다. 숙소의 베란다에 빨래 줄이 걸려 있어서 빨래를 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숙소의 벽에는 빨래금지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햇살이 잘 드는 마루의 줄에서 말라가던 빨래는 마루 앞에 심어진 열대 식물의 아름다움과 부조화를 이뤘지만 사흘 내내 빨래가 걸려 있었다. 숙소 주변에는 공터가 있었는데 농구장이 있어서 농구를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반라의 남자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한낮에도 공터의 농구장에 머물곤 했다. 햇살은 공터에 엉켜있는 식물위로 쏟아져 내렸고 우리는 그 길을 부지런히 지나다녔다. 나머지는 보라카이 후편에 쓰기로 한다.

 

 

 

김은숙   201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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