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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네디언록키 여행(4)


  

 

 

 

  

   어릴 적 그네도 미끄럼틀도 두려워했던 내가 곤돌라를 탄다며 들떠있다니... 난 생각하면서 속으로 피식 웃는다. 그런 게 겁나는 일이라면 흔한 말처럼 나이 값도 못하는 게 아니겠나싶어서다. 사람들과 함께 종대로 서 있는데 두개의 전깃줄에 매달린 곤돌라가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게 보인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모자를 썼다. 하늘이 대충 걷힌 것 같긴 하지만 아직 이슬거리가 풀풀 날리고 있다.

  곤돌라를 타기에 앞서 의자의 물기를 직원들이 닦아준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서넛 되는 걸 보니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곤돌라에 앉자마자 의자의 팔걸이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곤돌라와 땅 사이가 더 멀어진다. 눈을 감아보기도 하다가 땅을 내려다보지 않으려 애를 쓰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씩 용기를 내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중간쯤 올라가는데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입구와는 온도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았다. 가끔 산에 곰이 출현하기도 한다 해서 멀리까지 시선을 보냈지만 움직이는 물체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가문비나무와 잣나무만이 열병식을 하는 것처럼 줄을 지어 서 있다.

정상에 다다랐을 때 발견했던 동물은 하얀 엉덩이를 드러낸 채 풀을 뜯고 있는 엘크였다. 우리는 암수 짝을 지어 풀을 뜯고 있는 엘크를 쳐다보면서도 더 이상 가까이 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근접하면 몇 걸음 뒷걸음질 치는 게 그놈들의 습성이었다.

산을 향해 올라갈 때 보다 내려 올 때 가 더 고역이었다. 풍경이 아래쪽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에 곤돌라가 마치 낭떠러지를 향해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의 풍경사진이 영 시원찮은 걸 보면 조카도 곤돌라에서 조바심을 쳤던 것 같다. 절대 아니라고는 하지만 믿기 어렵다.

 

사진에서는 한쪽에 레이크루이스가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는데 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사진의 어디쯤에 그 호수가 자리 잡고 있는지 알 수가 없을 것 같다.

이쯤에서 아싸이베리로 만든 건강식품을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어차피 다음 코스는 캔모어의 철길 너머 건강식품판매장 방문이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아싸이베리는 성인병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강식품이었다. 브라질 첩첩 산중에서 채취해 온 아싸이베리라는 열매로 만든 제품인데 액체로 된 제품도 있었고  병에 캡슐로 담긴 것도 있었다. 아무튼 가이드 설명이나 그 사업가의 말에 의하면 아싸이베리는 만병통치약이었으며  장기 복용을 하면 수년이나 수십 년 젊어지는 약이었다.

한국에서 저렴한 관광버스를 타면 으레 들르는 곳이 있다. 한약재를 넣은 흑염소중탕 판매소와 전자파가 없는 이불 따위를 만드는 공장 견학이다. 한번인가 여행객으로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주최자들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진실이 몇 퍼센티지를 차지할까, 라는 생각만 했었다.

사장은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는데 딱 그 나이대의 얼굴이었다. 분명 아싸이베리를 복용하고 있을 텐데 왜 젊어지지 않았는지 질문을 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아무든 꽤 많은 사람들이 한 병당 6천 달러인지, 6병 한 세트에 6천 달러인지, 그런 정도의 가격인 아싸이베리를 샀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물건을 사지 않았던 나는  민망해서 가이드의 시선을 피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서 물건을 매입하게 만드는 가이드야말로 뛰어난 수완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난 비싼 건강식품에는  관심이 없다. 사람은 늙으면 병도 들고 또 나이가 들면 죽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만병통치약이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중간에  판매소에서  나와 다시 철길을 건넜다. 

캔모어는 록키산맥의 세자매 봉우리에 근접한 도시였다.  캔모어의 일부 마을은 아예 산그늘 속에 있었다. 3천 미터에 육박하는 록키산의 중턱에 마을이 자리하고 있으니 겨울이면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할 것 같았다. 예전에 광산촌이었기에 그런 곳까지 집들이 들어선 것 같았다.

 

 며칠 전에 티비를 통해서 본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배경이 캔모어 주변 카나나키스이다. 수많은 양떼와 광활한 풀밭 그리고 거대한 록키산. 1930년대가 배경이며 주인공인 두 청년은 양치기이다. 그들은 각기 다른 시간에 일은 하지만 산에 둘 밖에 없어 공동생활을 하게 된다.  자신의 고민이나 가정사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기도 하다보니 자연스레 우정이 싹튼다. 그들의 우정이 어느 날 밤 애정으로 발전해버리고 마는데...

대만출신의 이완감독은 순간적인 일탈이라 할 수 있는 두 남자의 하룻밤을 절절한 사랑으로 엮어낸다. 동성애지만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영화. 여느 연인들의 사랑처럼 그들의 사랑 또한 함께 했던 그 시간과 그 장소를 그리워하는 것으로 표현이 된다.

몇 년 후 각자의 가정을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은 다시 만나 그때의 그 장소를 찾아가 사랑을 나누고, 해마다 한두 번씩 만나지만 그들은 가정을 버릴 수가 없다. 흐르는 강물과 거대한 산봉우리에 걸린 구름, 밤하늘의 별, 숲과 풀밭을 지나는 바람이 그들과 함께 했기에 사랑이 더욱 아름다웠던 게 아닐까싶었다. 많은 상을 휩쓸었기 때문이 아니라 록키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내겐 뜻 깊은 영화였던 것 같다.

 

캔모어는 그런 영화를 찍어도 될 만큼 시골스러운 분위기의 작은 도시이다. 물론 미국 개척지시대가 배경인 서부영화이니 세트장을 이용해 영화를 찍었으리라는 추측을 해본다. 아싸이베리판매장 방문 때문에 잠시 들렀던 캔모어사진은 할 수 없이 캐나다의 캔모어관광청에서 빌렸다. 내가 가진 캔모어 사진은 나이 든 아줌마가  풍경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에  한겨울의 저 사진으로 땜방을 할 수밖에.  

이야기가 영화로 흘러가버리니 영화나 한 편 보고 쉴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샷또쓰리벨리 호텔의 영상이 함께하는 마무리 글은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김은숙   201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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