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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네디언록키 여행(5)


 

 

                                                           

   요호국립공원에 위치한 내츄럴브릿지는 잠깐 들러 사진만 찍었던 곳이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들리지 않고 갔다면 아쉬울 뻔했다. 가이드가 특별코스라면서 생색을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을 따라 구불구불 흘러온 물이 바위 틈새로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원래는 한 몸이었던 바위가 갈라져 두 몸이 되었는데, 내 보기에는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그 바위의 이름이 내츄럴브릿지인 이유는 자연의 힘으로 갈라졌기 때문이라 한다. 모양새로 보니 흐르는 물이 바위를 갈라놓았을 것 같은데 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기에 저런 모양이 만들어졌을까? 다리를 건너 봤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은데 갈라진 틈이 상당히 넓어서 건널 수 없다고 한다.

버스가 골든을 채 지나기도 전에 비가 뿌리기 시작한다. 그냥 지나가는 비가 아닌 것 같다. 게다 골든에서부터 샷또쓰리벨리호텔까지는  상당히  멀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잠들기 시작했고 가이드도 이미 잠든 것 같다. 차장으로는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사람들은 쿨쿨 잔다. 나는 아싸이베리라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세뇌라는 단어를 떠올려본다. 값싼 여행상품에는 늘 그런 게 따라 다닌다.

 

중간에 화장실을 들르긴 했지만 버스가 꽤 많은 시간을 달려서야 도착한 곳이 샷또쓰리벨리 호텔이었다. 거의 오지라고 할 수 있는 곳에 호텔이 들어 서 있다. 호텔 주변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많은데 비가 내리는데다 날이 저물고 있어 묘한 느낌이다. 어딘지 모르게 스릴러영화에서 본 호텔 같기도 하고... 지붕이 너무 빨간 탓인가? 차에서 내린 나는 눈을 연신 깜빡였다.

 

호텔를 감싸고 있는 게 산인데다 호텔 앞으로 강이 놓여있으니 풍경이 그만이다. 강 앞에 빨강, 파랑, 주황, 색색의 보트가 뒹굴 거리고 있다. 사용료가 한 시간에 5달러 정도 된다고 하는데 탈 사람이 없어서이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한 시간 정도 타고 저녁을 먹으면 시간상 딱 일 것 같은데... 너무 아쉽다.

 

호텔의 내부의 통로가 미로처럼 느껴진다. 천장이 낮고 좁은 탓이다. 게다가 곳곳에 오래된 사진이 담긴 액자가 걸려 있고, 벽진열장에는 낡은 물건들이 놓여있다. 고스트하우스에는 더 많은 것들이 있다는데 문이 닫혀서 다행인 것 같다. 비가 와서 어둠이 일찍 스며드는데 고스트타운 관람이라니...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사진을 적당히 찍고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밖에서 들여다보이는 것과는 달리 레스토랑은 엄청 분위기가 있다. 음식은 스테이크였는데 웬걸 삶은 고기이다. 딸려 나온 채소는 깍쟁이 같은 접시에 담겨있다.

돼지고기인지 쇠고기인 맛을 구분할 수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먹었다. 마치 분식집에서 먹는 돈가스처럼 맛이 그냥 그렇다. 첫날과 두 번째 날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먹던 조식 뷔페가 내 입을 사치스럽게 만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음식은 종류가  많아서 입이 헤 벌어졌었으니까.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상품으로 볼펜을 준비해왔다며 가이드가 퀴즈를 냈다. 뒤꽁무니에서 불이 켜지는 독특한 볼펜이었다. 난센스퀴즈는 내겐 너무 어려웠다. 단 하나만 알아맞혀도 볼펜을 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극적이었지만 정답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곤 했다. 볼펜이 자꾸 줄어가니까 조바심이 쳐졌다.

OX 퀴즈에서 나는 젊은 아가씨와 계속 경합을 벌이다가 결국 내가 이겼다. 운이 좋았던 거 같았다. 일곱 번째의 문제를 나만 맞혔으니까. 그런데 가이드가 불러내서 노래를 부르란다. 까짓 거 볼펜 4개가 생기는 일이니 불러야지. 좀 떨리긴 했지만 끝까지 불렀다. 평소 실력에 비해서는 형편없지만 볼펜은 받았다. 받아서 아무리 볼펜을 조작해도 불이 켜지지 않는다. 볼펜에 들어있는 조그마한 수은 건전지의 수명이 다한 것 같았다.

이후부터는 나도 꾸벅꾸벅 졸았다. 삼일 밤 내내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고 조카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가끔씩 차창으로 스치는 풍경을 몽롱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잠들곤 했다. 3박 4일의 여정이지만 오랜 시간처럼 느껴졌던 록키여행. 버스에서 내리니 한바탕 꿈이라도 꾼 것처럼 밴쿠버가 낯설다. 

해가 지기 전이라 밴쿠버의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마중 나온 딸이 내게 운이 좋은 편이란다. 3박 4일 동안 밴쿠버에는 비가 내렸다하니 딸 말마따나 나는 운이 좋은가 보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와인과 안주가 될 만한 식품을 몇 가지 샀다. 조카는 딸과 밴쿠버를 돌아 볼 계획이지만 나는 집에서 쉬기로 했으니 왕창 마셔도 괜찮을 것 같다.

 

김은숙   20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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