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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밴쿠버아일랜드 여행


 

 

  

 

   밴쿠버아일랜드 여행은 록키여행에 비해서는 불편함이 많았다.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하는 여행이라서 단체여행보다는 훨씬 낭만적이라고는 할 수 있었다.

며칠 전부터 나는 잇몸의 염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피로의 누적과 거의 날마다 마시는 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내 판단에는 심각했다. 잇몸에 문제가 생긴 후 이틀쯤 지나자 얼굴에 두드러기까지 일었다.

나는 좋아하는 술 마시기도 그만 두었고 약을 열심히 복용하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라 최악의 결과까지 상상하기도 했다. 하루에 십 수번씩 거울을 들고서 입안을 들여다봤던 이유는 혹시라도 그 앞니가 빠질까 걱정되어서였다.

잇몸의 염증 때문에 4박5일간의 여행을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을 때 딸은 시니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주사기 앞에서는 겁먹은 표정이 되어버리는 나를 익히 아는 딸은, 내가 엄살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나는 일정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딸과의 약속을 지켜야만 했으니까.

나는 밴쿠버의 약국에서 구입한 약을 챙겼고 딸은 한 보따리의 티켓을 챙겼다. 밴쿠버아일랜드는 유명한 관광지라서 버스표와 크루즈티켓을 미리 구매해야만 한다. 예매가 좋은 점은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고 또 할인된 티켓을 구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성상 늦봄과 한 여름이 피크이고 9월 초순까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10월 중순으로 날짜를 잡았으니 비수기에 하는 여행이었다. 하루에 한두 번씩 다니던 크루즈선도 우리가 여행 할 무렵에는 이삼 일에 한번 꼴로 다니고 있었는데 그나마 11월이면 일주일에 한번 다니기도 어려울 거라 한다.

그 여행은 딸이 계획했고 준비했기 때문에 나는 딸을 잘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는 셈이었다. 4박5일씩이나 되는 기간이라서 가방 두 개에 옷을 꾹꾹 눌러 담았다. 딸은 슬리퍼도 하나 챙겼는데, 복도나 방에 깔리는 카펫 때문에 슬리퍼는 필수품이었다.

밴쿠버의 터미널까지는 20분밖에 걸리지 않아서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터미널 입구에서 남자직원이 뾰쪽하거나 날카로운 쇠붙이로 된 물건이 없느냐면서 그런 건 짐칸에 두라고 한다. 캐나다는 고속버스에서도 그런 물품을 제한하는 모양이었다. 거기서부터 밴쿠버의 호슈베이선착장까지 가는 그레이하운드인데 화장실이 딸려 있다. 딸은 버스가 깨끗하다하며, 나나이모에서 포트하디까지 가는 고속버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린다. 나나이모에서부터 포트하디까지 6시간동안 버스를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미리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호슈베이선착장에서 나나이모까지 가는 배는 BC페리호라고 쓰여 있는 쾌속선이었다. 비수기답게 배의 좌석이 3분의 2쯤은 비어있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맨 앞쪽 자리를 선점했다. 아이들 때문에 나름 시끌벅적하다. 나는 배의 화장실에서 유난히 빠글거리던 파마머리를 보면서 걸음을 멈췄다. 아무리 봐도 머리가 육십 대 한국인 스타일이었다. 세세히 살피던 나는 아주머니의 치마를 보면서 잘못 봤구나 생각했다. 뚱뚱한 몸에 걸린 치마가 캐나다 원주민들이 입는 스타일이었다.

딸의 얘기로는 밴쿠버에서 함께 버스를 탔던 원주민커플이란다. 그들 부부는 우리보다 먼저 탔던 것 같다. 한국의 나이 든 부부처럼 그들도 대화가 별로 없었다.

나나이모에 도착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도시에는 들를 수 없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나갔던 우리는 다시 여객터미널로 들어왔다. 바람이 심하게 불었기 때문이다. 원주민 아주머니가 정류장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그들이 가지고 가는 물품 중 오디오와 기타가 바람 때문에 저절로 소리를 낼 것 같았다. 아주머니는 어느 틈에 꺼냈는지 니트로 된 망토를 두르고 있었고 무거운 엉덩이에는 알루미늄가방이 깔려 있었다. 그 아주머니를 보면서, 아내는 춤을 추고 남편은 기타를 퉁기는 집시커플을 연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왔는데 기사는 선글라스를 착용한 흑인이었다. 버스가 낡기도 했지만 실내가 깨끗하지 않았다. 게다 버스기사의 복장이 영 구리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의 화장실에 다녀오던 딸이 똥수깐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한다. 때문에 우리는 버스가 정류장에 세울 때마다 주변의 화장실을 이용했다.

 

캐나다의 시외버스는 정차하는 곳마다 여유시간이 있으며 기사는 출발할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우리나라로 말할 것 같으면 고속버스가 아니라 시외버스에 가깝다고 얘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캠프벨에 도착했을 때 1시 가까이 되었고 버스기사가 40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다고 얘기했다. 점심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 같았다. 시내라고 표현하기도 애매한 읍 정도의 도시였는데 둘러보니 슈퍼마켓 겸 식당이 눈에 뜨였다. 마켓만으로 사용하기에도 좁은 공간을 둘로 갈라 하나는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유리로 된 기역자 모양의 음식진열장이 있었고 테이블은 4개뿐이었다. 게다 손님은 딱 한명이었다.  

조리된 음식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고르자 음식을 기름에 데웠다. 밀가루 반죽에 고기와 야채를 싸서 튀긴 만두 종류였는데 접시를 테이블에 놓자 식용유 냄새가 난다. 한 입 베어 물자 기름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기름이 덜 끓었어, 라고 딸에게 얘기하자 딸은 그냥 먹으라고 한다.

딸을 쳐다보던 필리핀 주인여자가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딸과 그 여자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나는 앞자리를 무심코 보고 있다가 소스라칠 뻔 했다. 얼굴이 조그맣던 그 남자의 엉덩이가 의자에서 흘러넘칠 것 같았다. 나는 계산을 하고 나가던 그 남자의 비대한 몸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꽤 오랫동안 필리핀여자와 대화를 하는 딸을 보면서 필리핀여행과 호주여행을 떠올렸다. 소통의 문제가 있었던 호주에서와는 달리 딸은 노련하게 대화를 끌어가는 것 같다.

밴쿠버아일랜드는 밴쿠버와 닮아있으되 시골스러운 분위기였다. 가끔씩 호사스럽게 지어진 집들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거리는 한적한 느낌이다. 10월초이니 우리나라 같으면 고속도로가 인산인해일 테고 주요 관광지는 사람들이 들끓겠지만 밴쿠버아일랜드는 완전 비수기이다.

가끔씩 눈에 띄는 팀홀튼을 보면서 딸은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야간근무라서 죽도록 고생했다는 말을 하면서, 고작 한 달밖에 하지 않았지만 상당한 경험이 되었다는 너스레도 떤다. 맨 처음 딸은 밴쿠버의 팀홀튼에 취업을 했었다. 전화로 투정부리던 그 시절을 아마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우리는 줄곧 밴쿠버아일랜드와 밴쿠버 사이의 바다를 보고 있었다. 길이 밴쿠버아일랜드 오른편으로 나 있었고 버스는 북쪽으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닷가에 줄줄이 늘어 서 있는 집들이 파도가 없는 바다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밴쿠버에서도 파도 없는 바다를 줄곧 봐왔던 딸은 어쩌다 파도가 바닷가로 밀려드는 걸 보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때론 산속으로 길이 나 있기도 했는데 록키산맥을 다녀 온 후라 시시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동해안이나 서해안과 전혀 다른 풍경을 맛볼 수 있었다.  버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고, 밴쿠버와 비슷한 면이 많아서 사진이 별로 없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어쩌면 포트하디에 도착해서부터가 본격적인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은숙   201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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