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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밴쿠버아일랜드 여행(포트 하디)


 

 

 

  

  

   나나이모에서 6시간 달려 도착한 곳은 포트하디. 우리가 내린 곳은 포트하디의 중심부라 할 수 있었으며 나나이모에서 출발하는 버스의 종착지였다. 도착 시간이 오후 4시 정도였는데 길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었고 도시가 워낙 작아서 시시한 느낌이었다.

숙소인 모텔을 찾아가니 문이 잠겨있었다. 문에 매달려 있는 종이에 쓰인 번호로 전화를 하자 승용차가 한대 미끄러져 왔다. 차에서 개를 안고 내리는 중년부인이 우리를 보며 활짝 웃었다. 부인이 땅에 내려놓은 개의 몰골이 꾀죄죄해서 쳐다보았다. 느릿느릿 걷는 그 개는 장님이며 15살이 넘었다 한다. 개는 앞이 잘 보이는 것처럼 능숙하게 숙소의 사무실로 들어간다.

사진과는 달리 숙소가 낡았다는 말을 딸이 소곤거린다.  마치 그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여주인은 앞의 건물도 본인이 운영하는 숙소라 하면서 우리를 안내한다. 널찍한 방이 몇 개 있고 규모가 큰 주방과 거실이 있는 콘도식의 모텔이었다. 여름이면 단체손님을 주로 받는 것 같았다. 많던 방들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게 우리에겐 녹록치 않는 일이었다. 마을 가까이에 해변이 있었지만 정작 그 모텔은 해변을 끼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화장실이 딸린 방이 더 비쌌기 때문에 화장실이 없는 주방 곁의 방을 선택했다. 주방의 찬장에는 커피와 켈로그 따위가 들어 있었다. 우리는 주방에서 끓여 먹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사오기로 했다. 나는 잇몸의 염증이 더 나아졌다면서 와인도 한 병 사오자고 했다.

가까운 곳의 리쿼스토어가 문을 닫았기때문에 할 수 없이 도로를 따라 걸어야 했다. 이삼 분 걷자 숲이 나타났고 도로의 가장자리에 띄엄띄엄 서 있는 가로등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앞에서 한 무리의 남자들이 왔기 때문에 우리는 얼른 길을 비켜주었다. 더 이상 주택이 없고 후미진 길이라서 조마조마한 심정이었다.

 

다행이 채 오 분이 지나지 않아 선착장이 나타났고 그 주변에 주점과 리쿼스토어가 있었다. 걱정이 사라진 우리는 물이 빠진 선착장 앞에서 사진을 찍었고 근방을 둘러보았다. 들여다보니 주점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건너편에 리쿼스토어가 있었는데 안이 비좁아서 마치 구멍가게 같았다. 늘 하던 대로 우리는 달착지근하면서 값이 싼 적포도주를 골랐다.

돌아오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헤이 걸! 이라고 소리쳤다. 딸이 돌아보지 말라고 주의를 줬지만 궁금해서 그럴 수는 없었다. 돌아보니 키가 땅딸하고 뚱뚱한 젊은 남자였는데 긴 머리의 원주민이었다. 우리는 걸음을 빨리했다.

숙소로 오기 전 생선요리를 하는 식당을 보았지만 그냥 지나쳤다. 주인만 멀거니 앉아있는 그 가게에 싱싱한 생선이 있을까싶었다. 게다가 돈이 여유로운 편도 아니었다. 집에 술을 놓아두고 슈퍼를 찾아 나섰다. 포트하디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대형마트인 세이프웨이가 있었다. 우리는 포도와 셀러리, 잘게 썰어진 채소와 만두, 도시락 볶음밥을 사왔다. 나는 잇몸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와인을 딱 한잔만 마셨다.

유리문이 허술한 탓에 방안이 추웠다. 방에는 붙박이 라디에이터가 있었지만 사용법을 몰라 한참 헤매었다. 시간이 늦어서 주인에게 전화를 할 수도 없었다. 켠다고 켰는데 방이 따뜻해지지 않아서 다른 방의 이불을 가져왔다. 아침에 깨어보니 라디에이터가 정상으로 작동되고 있었는지 방이 훈훈했다.

크루즈선은 오후에 타야 했으므로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근처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기 위해 오전 11쯤 숙소에서 나왔다. 하늘이 꾸무럭한 게 영 시원찮은 날씨였다. 선착장까지 10킬로쯤이고 택시비는 2만5천원에서 3만 원정도. 전날 모텔여주인에게 들었던 설명이었다. 우리는 숙소 앞에서 택시 대기장소를 쳐다보면서 잠깐 갈등을 했다.

 

바닷가의 산책로가 있다하니 기념으로라도 걸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얼마든지 걸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가방을 맨 어깨를 들썩여 보였다. 가다가 정 안되면 택시를 부르자며 앞장섰다. 재수 좋으면 독수리도 본다하니 걷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서 도로를 따라 이십 여분 걷다보니 숲으로 난 길이 보였다. 도로는 좀 더 내륙 쪽으로 나있고 그 길은 바다와 가까웠다. 길은 바닷가에서 숲으로, 다시 숲에서 바닷가로 끊어질 듯 이어지고 있었다.

 

바다는 물이 빠져 갯벌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많은 새 떼가 힘찬 비상을 했다가 가볍게 내려앉기도 했다. 새소리 때문에 주변이 왁자지껄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새 떼들 가운데 대머리독수리를 두세 마리 발견할 수 있었다. 대머리독수리 한 마리는 갯벌의 썩은 나무 등걸에 앉아 날개를 반쯤 펼치고 있었다.

숲길에서는 블루베리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다. 하나 따 먹었더니 사유지라서 따먹으면 안 된다고 딸이 경고를 했다. 딸은 바닷가에서 조개 한 마리 줍는 것도 허가를 받아야만 할 정도로 엄격한 나라라면서 내가 따 먹을 때마다 눈을 흘겼다. 딸 때문에 다섯 개쯤 따 먹고 말았던 것 같다. 가을비와 바람에 다 떨어져버릴 것이니 엄청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숲에서 딸아이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눈에 대는데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렌즈에 잡혔다. 지팡이를 든 노인이었는데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만 같아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숲이 끝나면서 계곡이 나타났다. 계곡의 검붉은 물속에서 허옇게 배를 드러내면서 둥둥 떠 내려오는 건 연어이다. 나중에 마주친 누군가에게 질문을 했었는데 오염 때문이라 한다.

계곡에서 돌아 다리로 올라오니 삼거리와 마주친다. 한쪽은 포트하디선착장으로 가는 길이었고 또 하나의 도로는 나나이모 쪽으로 가는 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를 만났는데 이미 우리는 지쳐 있었다.

딸의 모습이 측은해서 가방을 바꾸자고 했다. 딸의 가방이 내 것에 비해 1.5배 정도 크니 당연히 무게도 많이 나간다. 딸의 가방을 매었다가 이십여 분 만에 다시 내 가방을 돌려받았다. 나와 딸은 아버지와 아들과 당나귀라는 이솝우화가 떠오른다는 대화를 하면서 웃었지만 정작 우리를 봐 줄 사람은 주변에 없었다.

우산까지 들고 있으니 등에 매달려 있는 가방 속에 돌덩어리가 들어있는 느낌이다. 그 부근에서 마주쳤던 모텔이 딸의 입에서 한숨이 나오게 했던 것 같았다. 나는 저걸 예약하지 그랬냐? 라고 말했고 딸은 포트하디의 모든 모텔을 인터넷에서 찾는 게 가능 한 줄 아느냐, 고 투덜거렸다. 솔직히 모텔이 외딴집처럼 산기슭에 자리하고 있어서 예약을 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만족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그 지점에서 포트하디의 다운타운까지는 상당한 거리였다.  

 택시비 아낀다고 미친 짓을 한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을 때 발견한 푯말이 크루즈선착장이었다.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가늠해보니 우리가 걸었던 길이 U자로 구부러져 있어 포트하디다운타운의 반대편일 것 같았다.  마침 확 트인 장소가 주변에 있었는데 건너편을 바라보기에 알맞은 장소였다. 언덕배기가 전망대 구실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 서 있던 한 커플이 자리를 뜨자 우리도 그 곳에 서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그 전망대와 건너편 도시의 사이에는 바다가 일부를, 갯벌이 그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가 걸어 온 10킬로미터의 길을 따라 시선을 옮기는데 채 일분이 걸리지 않았다. 비 때문에 어른어른한 그곳에서부터 전망대 부근까지 걸어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두어 시간동안 로드트립을 한 셈이었다.

조금 더 걸어 도착한 크루즈선착장의 너른 마당에는 몇 대의 승용차가 비를 맞고 있었다. 배를 타려면 삼십분 정도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으려던 딸은 과자만 한 봉지 빼왔다. 커피 자판기가 고장이 나도 관심이 없을 만큼 대기실에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았다.

 

 

 

김은숙   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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