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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창 호핑투어


   

 

 

 

   호핑투어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두리번 거리며 가는데 꼬챙이에 꿰어있는 닭이  보였다. 벌거벗은 세마리의 닭은 장작불에 구워지고 있었다. 그 앞에 서서 음식점을 둘러보았는데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꼬마애가 잔심부름을 하는 그 식당은 가족 체제로 운영 되는 것 같았다.

    

필리핀의 음식처럼 태국의 음식에도 인공조미료가 많이 들어 가는 것 같다. 첫술을 뜨던 딸과 아들의 입에서 맛있다는 소리가 동시에 튀어나오니 말이다. 한국에서도 음식점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니 생소하다고 할 것도 없다.

볶음밥은 50밧, 흰밥은 10 밧. 국물 요리는 80밧. 다 먹은 후 자리에 앉아 계산해 달라고 하니 주인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계산기를 두들긴다. 음식 한 가지를 빼먹었는지 계산이 안 맞다. 가게의 물건들이 낡아 보이는 걸 보면 경력이 만만찮을 것 같은데 실수라니... 아무래도 아주머니가 암산에는 젬병인 것 같다.

    

숙소로 돌아오니 승합차가 서 있다. 우리는 방으로 들어가서 수건과 선글라스. 수영복을 챙겼다. 승합차는 전날의 선착장과는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삼십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한산한 공터. 가장자리에 나무도 몇 그루 서 있다. 바다는 보이지 않고 근방에 낡은 건물이 있다. 들어가면서 보니 바다 위에 지은 건물이다. 양쪽으로 가게가 즐비하고 가운데는 길인데 선착장으로 가는 통로이다. 옷가게나 기념품 가게도 보이지만 대부분 음식점이다.

    

통로를 벗어나자 바다가 펼쳐지고 낚시배 정도의 크기인 배들이 눈에 띈다. 호핑투어에 쓰이는 배인 것 같다. 10명이 함께 투어를 한다 해서 여유가 좀 있겠구나 싶었는데 계속 사람들이 배를 탄다. 다 타고 보니 무려 25명이다. 그 중 동양인은 우리 셋과 배에서 일하는 청년들 셋. 아이들이 셋. 중년 부부 두 쌍, 연인들 한 쌍. 수화를 나누는 청각장애 아가씨들 4명과 청년 하나, 그리고 레즈비언 한 쌍. 또 총각들 세 명.

수화를 하는 사람들은 수화를 해서 조용하고, 총각들은 수줍음을 타는지 말이 없다. 말이 제일 많은 이는 독일부부가 데려온 5살쯤 된 사내아이. 아이의 어깨에는 암링 튜브가 마치 날개처럼 걸려있다. 물속에 들어가서도 아빠에게 무엇인가를 계속 묻는다. 아빠는 배영을 하면서 아이의 말에 꼬박꼬박 대답을 해주니 참 보기도 좋지만 놀랍기도 하다.  몸매가 늘씬한 이십대 여성, 뚱뚱한 중년 여성, 대머리 아저씨 등등, 각기 다른 얼굴이고 또한 외모의 차이가 있는데  물속에서 나올 때 쳐다 보면 모두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는 것. 잘생김과  못생김의 차이가 한끗(?)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

                         

배가 처음 머문 곳은 백사장이 아름다운 무인도 해변이었다. 두 번째 장소도 무인도였는데 그 해변에는 나무로 만든 테이블이 있었다. 해변에서 수영을 하던 투어 측의 청년이 커다란 오징어를 잡아왔다. 청년이 장난하느라 나와 딸 앞에서 팔을 흔들었다. 순간 겁먹은 오징어가 먹물을 내뿜는 바람에 주변의 모래가 거무칙칙해졌고 청년도 먹물을 뒤집어썼다. 딸도 나도 청년도 한참 동안 낄낄 거렸다.

오징어 회를 먹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었던 탓인지 점심상에 오르진 않았다. 하긴 초장도 준비되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투어측에서 낡고 지저분하던 그 테이블에 점심을 차렸다. 스테인리스 통에 각각 담긴 반찬은 계란부침과 돼지고기 볶음요리, 잡채였다. 나는 수영을 할 줄 몰라서 자리만 지키고 있었지만 반찬은 두 번이나 가져다 먹었다.

                       

내가 앉아있던 곳은 숲 가장자리였는데 주변에는 야자수와 이름 모를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자갈과 바위가 함께 뒹굴고 있었고 주변에 야자수도 많았지만 대부분 고목이었다. 해변에서 어슬렁거리던 나는 말라버린 코코넛 열매를 발견했다. 그 안에서 싹이 터서 자라고 있어 호기심에 집어 들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싹은 이미 모래밭에 뿌리를 단단하게 박고 있었다. 옆의 야자수만큼 자라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세월이 필요할까 궁리도 해봤지만 딱히 답이 떠오르진 않았다.

세 번째 코스는 스노클링이었는데 배가 달려 도착한 곳은 바위섬 근처였다. 산호초와 심해어까지 볼 수 있다는 지역이었다. 주변의 다양한 물고기를 모으기 위해 빵 조가리를 던졌다. 색색의 물고기들이 몰려 들었는데 제법 큼직한 놈도 있었다.

육지에서 꽤 먼 바다라 배가 몹시 출렁거렸다. 삼십분 정도 흐르자 멀미가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자리만 지키고 앉아 있던 동양여자가 배 위에 토사물만 쏟아놓았다고 욕할까봐서 노심초사했던 시간이었다. 겁이 많았던 나는 어릴 적부터 물에 들어가는 걸 무서워했다. 내 심정을 알 턱이 없는 아이들은 남들보다 늦게 바다에서 나왔다.

  

마지막 코스는 원숭이 섬을 둘러보는 거라서 배를 섬 근처에 댔다. 엔진소리만으로도 우르르 몰려드는 걸 보니 원숭이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인 듯 했다. 입장료 없이 원숭이섬 관광을 하는 거라 출렁이는 배에서 셔터를 눌러야만 했다. 준비해간 바나나가 바위섬에 흩뿌려졌고 원숭이들은 빠른 동작으로 하나씩 주워들고 까먹기 시작했다.

한동안 구경을 하는데 한 쌍이 교미를 하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이놈들 뭐하는 짓이야! 라고 내가 언성을 높이자 사람들이 웃었고, 웃음소리에 원숭이 두 놈은 서로 떨어졌다. 잠시 후에 드는 생각은  아무도 나서지 않는데 괜히 나만 유난을 떤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오는 길에는 다들 조용했다.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지쳐 보이기도 했다. 연인들이 애정행각을 보여주지 않아서 좀 싱거웠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런 기대를 하는 내 선입견이 문제 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코창의 멋진 숙소 

집에 돌아오니 3시 30분 정도. 천천히 씻고 밖으로 나왔다. 3-4시가 되면 다소 선선해지기 때문에 벌써부터 길거리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여기저기 술집이나 음식점을 기웃거리다 칵테일바에 갔다. 칵테일바라기 보다는 레스토랑이라고 하는 게 맞겠는데 테이블도 낡고 분위기도 영 시골스럽다. 이런 스타일의 레스토랑이 많은 게 코창의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나는 박하향이 나는 칵테일을 마셨고 아이들은 다른 걸 마셨다. 코코넛에 럼을 넣은 칵테일의 맛이 제일 좋은 것 같아서 그것과 바꿔 마셨다. 역시 히히덕대면서 술 마시는 게  최고다.

건너편의 의자에 앉은 홀로남인지 아님 유부남인지, 노인이 나를 흘깃 거린다. 잠시 후에 노년의 여성분이 오자 노인은 흘깃거림을 멈춘다. 칠십대 초반인 그들은 부부일 것 같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부부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들을 쳐다보면서 자꾸 궁금해 한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람부탄을 안주로 해서 어제 남긴 맥주를 마셨다. 눈이 충혈된 아이들이 계속 하품을 하더니 마시다말고 침대로 갔다. 아이들은 내가 술을 다 마시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

 
 
 
김은숙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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