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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아유타야


  

   아유타야 와불

  아유타야로 들어가는 도로는 혼잡스러웠다. 우리가 하차한 곳은 터미널 안이 아니라 길거리 간이정류장이었다. 시내를 둘러보는데 우리의 시야에 잡힌 것은 석양빛을 받고 있던 탑이었다. 틈새에 나무까지 돋아나서 자라고 있는 낡은 탑을 바라보면서 사진을 마구 찍었는데 알고 보니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아유타야 시내의 탑 

아유타야의 유적지는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이니 도심의 어귀에 서 있는 탑 하나만으로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나는 주변에 있던 빨간 빛깔의 사원을 찍다말고 딸에게 밥부터 먹자했다.

우리가 원하는 음식점이 없어서 몇 걸음 더 가다가 길거리 가게와 마주쳤다. 주변에 사람이 워낙 많아서 호기심에 음식을 살펴보았는데 국수 종류였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우동과 비슷했는데 한 그릇에는 라면사리, 다른 그릇에는 소면이 담겨 있었다. 먹는데 간도 잘 맞고 맛있다. 인도에 놓여있는 테이블마다 사람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음식 가격도 40밧에 불과했다.

주변을 돌다가 숙소로 가기위해 길가에 서있는 뚝뚝 근처로 다가갔다. 숙소까지 요금이 60밧이라던 아주머니가 내일 일정을 우리에게 물었다. 아유타야는 방콕보다 덜 더우니 에어컨이 있는 택시가 아니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요금은 한 시간당 200밧. 두 시간 정도 돌아보기로 하고 아침 8시에 출발하기로 예약을 했다.

아주머니는 굿모닝이라는 숙소 앞에서 내일 오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숙소로 들어가는데 거꾸로 매달린 갖가지 빛깔의 양산이 눈을 사로잡았다. 분위기가 좋다며 딸이 사진을 찍었다. 딸은 프런트에서 여주인과 한참동안 얘기를 나눴다. 여주인은 지도를 꺼내들고 유적지와 야시장, 기차역의 위치를 표시해준다. 방에 들어가자 딸이 난색을 표했다. 내 눈에는 그리 나쁘지 않은데 딸은 마음에 안든다며 투덜댔다. 뭐랄까. 숙소가 좀 창고스러운(?) 느낌이라고나 할까. 샤워를 한 후 야시장에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다음 여행 장소가 수코타이라서 우선 기차표를 끊어야 했다. 버스만으로는 7-8시간 정도 걸리므로 핏사눌록까지 기차를 타고 핏사눌록에서부터는 버스를 타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뚝뚝을 타고 기차역부터 갔다.

한 사람당 핏사눌록행 기차표가 455밧 정도. 일등석은 없고 이등석 요금이다. 표를 산 후 다시 뚝뚝을 타고 아유타야 야시장으로 갔다. 숙소와 야시장이 도보로 15분. 술 몇 잔 마시고 걷기에 딱 좋은 거리이다. 입구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강을 따라 야시장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길이 앞쪽으로 죽 뻗어있다. 강가에 야시장이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좋긴 한데 나쁜 점도 있다. 바람을 따라 썩는 냄새가 코 안으로 흘러든다는 점.

    

우리는 이것저것 사들고 맨 안쪽까지 갔다. 테이블이 있는 음식점들이 거기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앉아있는데 바람이 시원해서 태국 같지가 않다. 옆자리는 신선로에서 생선탕이 끓고 있다. 구수한 냄새가 나는 민물생선탕이다. 다른 테이블에도 신선로가 놓여있지만 우리는 홍합과 맥주를 시켰다.

    

껍질이 녹빛인 걸 보니 우리가 흔히 먹는 담치가 아니라 진짜 홍합이다. 확실히 맛있긴 한데 가끔 신선하지 않은 게 섞여 있어 얼굴을 찌푸리곤 했다. 홍합을 한 번 더 시켜서 먹었다. 저렴한 것들은 이미 바닥이 났고 고가의 음식밖에 없어 어쩔 수 없었다. 홍합 그릇과 맥주잔까지 깨끗이 비우고 일어섰다.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기 위해서 숙소와는 반대쪽 방향으로 걸었다. 다리가 큰 강을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어두워서 강물은 볼 수가 없었다. 가끔씩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에는 대부분 연인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데이트를 즐기는 것 같았다.

   클래식시티의 카페

도로변에 상가건물과 주택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는데 타 지역보다 고급스러워 보였다. 클래식시티라 불리는 그 마을은 세계 각국에서 흘러들어 온 외지인들이 산다고 한다. 카페도 있고 음식점도 눈에 띈다. 인적은 드물고 불을 켜둔 카페도 손님들이 거의 없다. 일본식 카페에 앉아있는 쥔장은 생김으로 봐서 분명 일본인이다. 홀로 카페를 지키고 있는 그가 무척 외롭게 보인다.

밤길을 걸어서 숙소로 오는데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건너편에 유적지가 있다. 해가 지기 전에도 마주쳤던 유적지인데 규모가 꽤 크다. 밤에 보니 더 거대해 보이기도 하고 신비로운 느낌도 든다. 길을 건너서 사진을 찍었지만 어두워서 질감이 떨어진다.

유적지와 마주보이는 위치에 있는 카페에서는 라이브음악이 흘러나온다. 가수의 목소리가 뽕짝을 하는 국내가수를 연상시켜서 흥미가 사라진다. 우리는 안을 쓱 훑어보고 말았다. 인도가 컴컴해서 가끔은 차도로 걷기도 했다. 숙소로 들어가니 다들 자는지 적막이 흐른다. 다음날 일정을 생각해서 우리도 얼른 잠자리에 들었다.

여덟시 오 분 전쯤 숙소에서 나왔는데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문 앞을 지키고 있다. 일찍 와서 우릴 기다렸다는 그런 표정이다. 뚝뚝의 운전석 칸은 무척 비좁은데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같이 탄다. 아주머니가 기사노릇도 하고 간단하긴 하지만 영어회화도 하고. 아저씨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만 한다. 두 분 다 새카맣고 비쩍 말라서 안쓰러워 보인다. 뚝뚝이 맨 먼저 도착한 유적지는 왓 야이 차이 몽콘. 사원은 전체적으로 우람하다.

                                          왓 야이차이 몽콘

   왓 야이차이 몽콘

마치 종 위에 고깔이 얹힌 것 같은 모양새의 탑. 가장 위쪽의 탑은 하늘을 찌를 것 같이 뾰쪽해서 카메라에 다 담기가 어렵다. 슬그머니 끼워 넣은 것처럼 낡은 탑들 틈에 새 건물이 들어 서 있기도 한다. 아유타야는 1350년경에 세워졌고 1767년 미얀마군에의해 붕괴되었다한다.

                                        왓 파난 청

왓 파난 청

두 번째로 간 곳은 왓 파난 청. 들어가면서는 새 건물이구나 생각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오래된 불상이 눈에 띈다. 거대한 황금 불상이 실내를 꽉 메우듯 앉아있는데 딸은 불상이 무섭다한다. 나도 슬쩍 쳐다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이곳에는 자잘한 청동불상도 상당히 많다. 불상 세 개가 나란한 방에 들어가니 왕의 젊은 시절 사진이 한쪽에 놓여있다.

 

밖으로 나와 얼쩡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를 찍었다. 눈이 참 신비스럽다. 태국은 개 뿐만이 아니라 고양이도 많다.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건 대부분 길고양이들 일 텐데 사람이 다가가도 가만히 서 있다. 하긴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길거리 고양이를 막 대하니 눈만 마주쳐도 도망가겠지 싶다.

                                              왓 차이 와타나람

 왓 차이 와타나람

세 번째로 간곳은 왓 차이 와타나람. 우리가 카오산로드에서 사 입었던 몸빼의 무늬와 탑의 무늬가 똑같다. 탑들이 참 화려하면서도 웅장하다. 아쉬운 건 사찰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불상들의 머리가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긴 세월의 풍화에 그리되었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미얀마의 침략 때문이란다.

와불

이제 삼십분도 남지 않았다. 유적지가 여기저기 흩어져있어서 이동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 물론 사진을 찍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거대한 와불 앞. 부처님의 한가로움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앞에 누워 천연덕스럽게 자고 있는 개 한 마리. 하필 오수를 여기에서 즐기나. 자비로우신 부처님은 그 놈이 깨어나면 머리를 쓰다듬겠지만 내 눈에는 좀 건방져 보인다.

아유타야 시내로 다시 돌아오는 동안 계속 스쳐 지나가는 유적지들. 기사아주머니는 더 둘러볼 거냐고 묻지만 안 된다는 대답을 했다. 핏사눌록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하기 때문이며 그날 안으로 수코타이까지 가야하기 때문이었다. 뚝뚝은 다시금 숙소를 향해서 달렸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가장 중요한 유적지인 왓 마하 탓엔 가지 못했다. 태국 여행책자라도 미리 들여다보고 왔더라면 그런 불상사는 없었으리라. 뚝뚝 기사아주머니가 유적지에 대한 지식이 좀 부족했을 수도 있겠지만, 짧은 영어실력이니 설명이 어찌 가능하랴. 아유타야를 둘러보는 동안 일박으로는 어림도 없겠단 생각을 했기 때문에 아주머니를 탓하지는 않았다.

 

 

 

 

김은숙   2016-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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