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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치앙마이 2


 

 

 

   다른 숙소와는 달리 Galare 게스트하우스는 11시까지 입실이 가능했다.  기차표도 취소해야 했기 때문에 일찍 숙소에서 나왔다. 도로변에서 뚝뚝을 세워놓고 흥정을 했다. 기사는 몸이 꽤 뚱뚱하고 얼굴이 검었는데, 무뚝뚝한 표정을 가진 남자였다. 오십대쯤 되어보였지만 딸아이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들었고 간단한 회화도 했다.

기차역을 들러서 우리가 묵을 게스트하우스까지 가자고 하니까 200밧을 달라고 한다. 기차역에서 게스트하우스까지 가까웠기 때문에 150밧으로 깎았다. 기차역 앞에서 잠깐 뚝뚝을 세워두고 딸이 안으로 들어갔다. 뚝뚝 기사가 딸이 예쁘다면서 나더러도 아름답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더러 중국인이냐고 묻는다. 한국인이라고 하자 갑자기 남자가 ‘안녕하세요’ 라는 말을 던진다. 몇 마디 더 하다가 남자는 투어를 하겠느냐고 내게 물었다. 내가 워킹투어를 할 거라 말하자, 남자의 얼굴이 본래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기차표가 반 토막 나는  바람에 기분이 급 저조해지기도 했다. 구입한 표를 출발하기 전 그것도 48시간 안에 바꾸는데, 50% 밖에 회수가 안된다하니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체계가 다른 건지, 아니라면 외국인이라 불이익을 당하는 건지 다소 궁금하기도 했다. 이십여 년 전 중국에서 여행할 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1.5배의 항공료를 지불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쨌거나 외국이니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차역에 왔다 갔다 하며 쓴 뚝뚝 비용까지 따지면 350밧 정도 손해를 본 셈이었다.

숙소에 다 왔는지 뚝뚝이 섰다. 잠깐 서서 주변을 둘러보던 딸이 앞장을 선다. 딸은 골목길이 보이자 망설임 없이 그 길로 들어갔다. 잠시 후 잘 가꿔진 정원이 우리를 반겼다.

                                  Galare게스트하우스

Galare 게스트하우스는 강과 가깝고, 큰 도로와 접해있지 않아 매우 조용했다. 1986년부터 영업을 했다는 그 숙소는 이층건물이었는데 규모가 꽤 컸다. 가장 끝 부분에 레스토랑이 딸려 있고 그 옆으로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가 묵을 방은 레스토랑과는 정반대쪽이었다. 짐을 부려 놓은 후 나와서 둘러보는데 호텔의 가운데쯤에 오픈된 사무실이 있고 여행 가이드북이 놓여 있었다. 남자 직원이 있어서 물어보니 승합차를 대여할 수 있다한다. 점심까지 포함한 비용이 2000밧인데 가이드 역할까지 겸한 기사가 딸려 있었다. 우리는 점심은 알아서 먹겠다는 조건으로 1800밧을 내고 예약을 했다.

계약 건은 다음 날의 일정이었고 그날은 시내에 있는 사원을 걸어 다니면서 둘러보기로 했다. 꽤 더운 날씨긴 했지만 걷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다. 감기몸살에서 벗어난 딸이 경쾌한 걸음으로 앞장을 섰다.

      

  

도로변을 걷다보니 꽃가게가 즐비했다. 조금 더 걸으니 시장이었다. 너저분한 어물전에서 발길이 딱 멈춘다. 눈에 익숙한 그것은 참꼬막. 앉은자리에서 1킬로 쯤 먹을 수 있는데 먹을 방법이 없으니 너무 아쉽다. 큼직큼직한 과일 전을 지나니 말린 과일을 파는 가게였다. 오는 길에 들러야 하니까 쓱 훑어보고 지하 음식점으로 갔다.

딸이 망고 밥을 파는 코너 앞에 섰다. 머리에 흰 천을 두른 아주머니가 찰밥 위에 망고를 얹고 연유와 비슷해 보이는 무엇인가를 부어준다. 무슨 맛일까 궁금해서 의자에 앉자마자 그것부터 먹었다. 들척지근한 맛. 껄쭉한 액체는 연유가 아니라 코코넛이란다. 내 기호에는 안 맞는데 딸은 맛있다고 한다.

망고밥 외에도 어묵이 들어간 돼지고기국수와 닭고기국수를 각각 시켰다. 솔직히 어느 음식점에서건 음식의 양이 좀 부족하다 싶다. 태국인들의 체구에 비해 우리의 몸집이 1.5배 정도이니 당연할 수밖에 없겠지만.

    

골목으로 나오니 전통의상을 만드는 가게가 보인다. 앞쪽으로 문이 없어 완전히 노출된 가게였는데 보아하니 판매장을 겸하고 있는 것 같다. 워낙 요란한 빛깔의 옷이라서 입을 사람이 있을까싶기도 하다.

 걷다가 쏭테우를 보게 되어서 지도를 보여주며 동그라미를 친 왓 프라씽 사원으로 갈 수 있냐고 물었다. 기사는 길을 돌아나가서 반대편 정류장에서 타라고 한다. 금방 쏭테우를 발견하고는 올라탔다. 이십분 정도도 달리지 않았는데 기사가 내리라고 한다. 걸었다 해도 한 시간이 안 걸렸을 것 같다.

   왓프라씽사원 

볕이 따갑다. 금방 피부에서 땀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딸은 거의 땀을 흘리지 않지만 나는 얼굴에도 땀이 나기 때문에 고작 로션을 바르는 게 전부이다. 이미 나는 태국인들과 피부 빛깔이 비슷하다. 오 분쯤 걷자 왓 프라씽 사원의 입구가 나타난다.

  

사원의 안으로 걸어 들어가니 자그마하면서도 아름다운 신전들이 나타난다. 순간 감탄을 하면서 황금색의 섬세한 무늬를 바라보았다. 걸어가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니 사원이 마치 공원처럼 꾸며져 있어 운치가 더 하는 것 같다. 특별한 분들이 모셔져 있다. 금빛불상과 함께 모셔진 미라불. 하지만 피부까지도 섬세한 그분들은 인조인간이란다. 하필 그때 신전에 든 사람이 전혀 없어 소름이 돋았던 시간이기도 하다.

에피소드 하나. 신전 중 하나인데 거기에는 미라불이 많진 않았다. 긴 의자에 비스듬히 누운 미라불 앞에 중년여인이 앉아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저런 미라불도 있구나, 라고 감탄을 하면서 보고 있는데 턱을 괴고 있던 그 미라불이 갑자기 일어나는 게 아닌가. 아마 내가 빤히 바라봤기 때문에 민망해서 일어난 것 같았다. 그처럼 태국에서는 스님들이 좀 자유로운 수행을 하는 것 같았다.

와불을 모신 신전은 들어 갈 수 없게 자물쇠를 채워놓고 있었다. 우리는 철창 틈으로 와불을 들여다보았다. 나와 딸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봤기 때문에 딸은 얼굴을, 나는 발바닥을 관람했다. 와불을 모신 신전 뒤쪽으로는 야자수가 촘촘히 심어져 있었다.

  

왓프라씽 사원에서 나와 걷다가 커피숍에 들렀다. 삼색 고양이가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고 다른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딸이 커피를 마시다 말고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날이 더우면 동물들이 유순해 지는 걸까? 귀차니즘 때문일까. 아니라면 졸음 때문일까. 아무리 주물럭대도 누운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니 잠깐 떴던 눈을 도로 감는다. 내 손길을 은근히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찻집에서 나와 느릿느릿 걷다가 발견한 한글표지판. 치앙마이 경찰서이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쓰여 있고 맨 아래쪽에 한글이 표기되어 있다. 한국인 관광객을 배려하기 위함이 아닐까싶다. 치앙마이 경찰서 옆에 코끼리상과 부처님상이 있는데 광경이 좀 재밌다. 꽃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부처님 상 앞에는 음료수 잔이 많이 놓여 있다. 놓고 기도를 드리다 갔겠지만 내 눈엔 장난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다음에 들른 사원은 목재로 된 왁 판타오. 노란 깃발과 작은 호수가 인상적인 사원이다. 원래는 진한 갈색이었겠지만 군데군데 낡고 색이 바라기도 했다. 아주 오래된 신전처럼 보인다. 실내에는 길게 늘어뜨려진 장식이 있었는데 12마리의 동물들의 모양이 금박으로 새겨져 있었다.

바깥으로  나오니 우거진 나무 사이사이에 노란 연등이 꽃송이처럼 매달려 있다. 우수수 쏟아질 것 같은 연등꽃 아래 호수가 있어 한층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바람이 지나면 호수의 깃발이 펄럭이고 연등꽃의 꼬리도 흔들렸다. 사원의 한쪽에는 왕의 초상화가 놓여있었는데 펼쳐진 빨간 양산이 초상화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왁 판타오에서 나와 걷다보니 요란한 장식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레스토랑 같은데 앞문이 없는 가게이다. 하얀 트리가 입간판처럼 서 있어서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아름답게 치장된 크리스마스의 장식품들을 보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여름나라의 크리스마스는 어쩐지 싱거울 것 같다.

그곳을 지나쳐 잠깐 들렀던 사원. 사원의 이름은 알지 못한다. 반쯤 남은 유적과 산뜻한 신전이 대조적이었던 사원이었다. 그 사원을 빠져나오면서 화려한 옷을 입은 코끼리와 마주쳤다.

  

사원을 나오면 긴 골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골목이 끝나면 또 다른 사원이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는 사원이 아닌 골목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골목은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가끔은 검은 색깔의 그림이 가득한 벽이 나타나 음산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조금 더 걷다보니 왓 치앙문이라는 사원이 나타났다. 왓 프라씽처럼 섬세한 무늬의 신전이 앞쪽에 있어서 살펴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장식에 붉은색의 염료를 많이 써서 눈이 어지럽다. 절을 하는 신도 뒤에 서서 안을 훑어보다가 나왔다. 신전 뒤로 돌아가니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시멘트로 만든 듯 회색빛과 검은 빛을 띤 코끼리들이다. 코끼리가 탑을 떠받치고 있는데 그 신전만은 딱 겨울 느낌이 난다.

걸어서 다니니 시간이 훌쩍 간다. 내일을 위해 체력을 좀 아껴두어야 한다. 지도를 보니 집에서 멀지 않은 길 위에 있는 것 같다. 과일을 사기위해 아침에 들렀던 시장을 향해서 걷는다.

우리는 여름이라고 느끼는데 긴 옷을 입은 사람이 더러 있다. 아무래도 그들은 추위에 약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과일을 고르고 있는데 누군가가 말을 건다.

“이거 되게 맛있어요.”

돌아보니 오십대쯤으로 보이는 남자이다.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연노랑색의 과일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다. 비파와 비슷하기도 한데 자잘한 감자모양이라고 표현하는 게 딱일 것 같다.

“나는 항상 이것만 사다 먹어요.”

남자는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자전거를 타고 온 걸 보니 여행객이 아니라 태국에서 상주하는 남자인 것 같다.

“마누라 한국에 놔두고 여기서 딴 여자랑 사는 것 아녀?”

바라보며 웃던 내가 불쑥 말을 던지자 남자가 휭하니 사라져 버린다. 기분이 나빠서일까, 진짜 그런 삶을 살아서일까? 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한편 태국이 어떠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그 과일은 껍질을 벗겨서 먹는데 달착지근하니 맛있다.

  

 그날도 밥을 먹기 위해 밤거리를 좀 헤맸다. 강을 건너갔다가 강을 건너서 왔는데 어디가 어딘지는 잘 모르겠다. 인도가 없어서 오토바이가 다니는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는데 어둡기까지 해서 무서웠다.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사진 속의 풍경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불빛에 의해 그곳의 이미지가 포장되었다고나 할까.

 

 

 

 

 

김은숙   201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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