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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치앙마이 3


 

 

    우산공장 입구

   밴을 타고 치앙마이의 외곽지역을 도는 날이라서 새벽에 일어났다. 약속 시간은 7시. 기사는 숙소의 프런트에 있던 직원. 사십대 후반인데 영어를 꽤 잘하는 여직원이다. 그녀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이름은 뚜. 뚜여사가 오리털 잠바를 걸친다. 아침 기온이 좀 시원하기는 하지만 잠바를 걸칠만한 온도는 아니어서 우리는 웃었다. 덧붙이는 뚜여사의 설명. 겨울에는 16도까지 내려가는데 그때는 잠바를 입어야 한단다.

 우리가 맨 처음 가는 곳은 왕과 왕비의 여름별장. 승합차로 거의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인데 그 시간동안 우리는 왕과 왕비에 대한 얘기로 꽃을 피웠다. 한국에 대한 얘기도 꽤 많이 했다. 세계 경제가 좋지 않다는 얘길 나누기도 했는데 뚜여사는 숙소의 손님도 많이 줄었다고 얘기를 한다.

태국인들의 왕과 왕비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하다는 말을 듣고 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고나 할까. 나는 여행기를 쓰기에 앞서 태국의 국왕에 대한 검색을 했다. 푸미폰 국왕은 태국에서 반정부시위와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중재역할을 해서 나라를 안정시킨 장본인이었다. 국왕의 모든 정책이 완벽한 건 아니었지만 거의 모든 태국인들이 국왕을 존경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뚜여사에 의하면 태국도 빈부격차가 심한 편이라 한다. 본인의 봉급도 얼마 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영어실력으로 봐서 그 숙소에서 썩기는 아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치앙마이에서 살고 싶단 말을 딸이 전하니 뚜여사가 웃는다. 여행객들에게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고.

   

왕과 왕비의 별장에는 안개가 자욱이 끼어있었다. 입구의 주차장에 내리는데 차가운 안개의 입자가 살갗에 소름을 돋게 했다. 한편 안개 때문인듯 신비로운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기사가 왜 잠바를 챙겼는지 알 것 같았다. 딸은 매표소에서 또 치마를 빌려야했다. 그날도 여전히 딸은 거의 한 뼘 길이밖에 되지 않는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태국의 사원이나 그 외 특별한 장소는 거의 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옷을 요구했다. 뚜여사가 잠바를 빌려줘서 딸이 입고 들어갔다. 감기로 고생하다 나은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지만 실은 나도 추웠다.

    별장

지대가 높아서 여름에도 시원하다는 그 별장은 여름 내내 왕과 왕비가 기거 한단다. 그러고 보니 관광객들 태반이 태국인들이다. 화단에는 몇 가지 꽃들이 피어있었지만 이파리들이 생기를 잃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쓸쓸한 풍경이었다.  뚜 아줌마는 왕과 왕비의 나이가 많아 걱정이라는 말을 했다.

별장에서 나와 승용차를 타고 한참 내려오니 도이스텝 사원이 보인다. 황금사원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태국에서 가장 화려한 사찰이다. 사원 입구에 들어서는데 높다란 계단이 앞을 가로 막는다.

                                                                 

계단 양쪽으로 용이 있었는데 머리가 네 개씩이나 달려있어 메두사가 떠올랐다.  시멘트에 무늬를 그린 후 칠을 꼼꼼하게 해서 만든 용의 몸통이 계단의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무늬는 윤기 나는 페인트를 발라 모양을 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관광객들의 손길이 닿아서 용의 몸뚱이가 반들반들 윤이 나는 것 같았다.

드디어 계단의 끝 지점에 다다르자 사원이 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마당 가득한 신발과 두리안 나무가 보인다. 몇 아름드리 두리안 나무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그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은 풍선처럼 매달린 열매에 멈춰있다. 태국에서는 흔한 과일이기는 하지만, 농장에 가지 않는 한 매달려 있는 그 과일을 보기 힘든 탓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 같았다.

신전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도 신발을 벗었다. 마당보다 더 안전한 곳이 없을까하고 두리번거리는데 구석에 신발장이 있다. 신발을 잃어버리면 큰일 나. 아마 우리 신발은 남자가 바꿔 신고 갈걸? 서울의 음식점에서 신발을 두 번씩이나 잃어버렸다는 한 친구를 떠올리면서 내가 딸에게 말했다. 나과 딸의 신발 사이즈는 260밀리미터.

우선 경내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자잘한 신전들이 있는데 모셔놓은 부처님이 각양각색이다. 꼭두각시 인형을 닮은 부처도 있고 밀랍스님 형태의 부처도 있다. 금복주의 모델로 유명한 달마부처도 보인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부처님 말씀이 있었으니 모셔진 모든 분들을 공통어인 부처님이라고 기록하지만 글을 쓰는 내내 답답하다. 부처님마다 제각각의 이름이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납골당 

경내의 모서리 쪽에 납골당이 있다. 나무에 천이 둘러있어서 성황당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 수많은 사진들이 붙어 있는데, 가끔 젊은이들의 사진도 보여서 마음이 아프다. 제단엔 갖가지 모양의 밀랍인형이 놓여있다.

    

경내를 조금 돌아가니 갖가지 종이 매달려 있다. 아이를 안고 가던 사람이 종을 두들긴다.  앞서서 종을 두들기는 사람은 꼬부랑 할머니. 할머니는 무슨 소원이 있는 걸까. 사람들은 느릿느릿 종을 두들기면서 소원을 빈다.

몇 걸음 더 움직이니 앞이 탁 트이고 멀리 시내가 보인다. 먼지 때문인지 날씨가 흐릿한 건지 시야가 뿌옇다. 채색이 잘되어 있는 사원과는 대조적인 빛깔이다.

  

배롱나무 그늘 아래서 모여 앉아있는 젊은 스님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도 무심한 표정을 짓는다. 생각해보니 나도 누군가의 카메라에 담기고 또 휴대폰에 담겼을 것 같다. 매무새를 바로하고 찍어도 마뜩찮은 스타일인데 방치된 상태로 담길 것이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 사진을 찍다보니 벌써 경내를 한 바퀴를 돌았다.

                                  

이층에 본관이 있어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인데 그보다 더 엄청난 건 거의 모든 게 황금빛이라는 점이다. 자세히 보니 다른 색도 눈에 띄긴 했지만 황금색이 주류를 이룬다 할 수 있겠다. 바라보면서 금으로 도금을 했을까 아님 페인트일까 고민하기도 했다.

    

나는 탑돌이를 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한 바퀴를 돌았다. 소원을 빌어야하는데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햇살 아래 빛나는 황금색 지붕과 그늘진 곳에서도 번쩍거리는 황금색 부처님들 때문에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신전의 내부를 두루두루 구경하고 계단을 밟아 내려오면서 다시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었다. 다행히 낡은 내 신발도 딸의 새 신발도 나란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긴 신성한 사원에서 그깟 신발을 탐하랴싶었다.

다음 코스는 우산공장 견학인데 우선 식당을 들리자고 했다. 벌써 열두시 반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뚜여사가 내려 준 곳에서 몇 발짝 거리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식당이 있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는데 우리는 닭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를 다 시켰다. 주문을 받는 중노인이 주인인 것 같았는데 복장이 참 허름했다. 계산대로 쓰는 널찍한 테이블 위에는 간장양념 그릇이 잔뜩 쌓여있었다.

다들 잽싸게 음식을 먹고 나가는데도 빈 좌석이 없을 정도였다. 상황을 보건데 나름 유명한 식당인 것 같았다. 오리고기는 삶아서 접시에 내왔고 닭고기는 국물요리였다. 튀긴 돼지고기는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내가 선호하는 음식은 아니었다.

점심 후 간곳은 우산공장. 입구에서부터 현란한 색상의 우산이 걸려있었다. 들어가다 보니 익숙한 목소리. 나와 비슷한 또래의 한국 남자들 너덧 명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차되어 있는 봉고차의 문이 열려 있어서 안을 볼 수 있었는데 골프가방에 십 수개의 골프채가 꽂혀있었다.

흰색 티를 입은 남자의 목에 스카프가 걸려 있었다. 바지며 신발이며 나름 고급스러운 스타일의 남자였다. 골프여행에 대한 루머를 많이 접했기 때문에 그들이 예사롭게 보이진 않았다. 물론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우산공장에 견학을 온 것 같았다. 우산을 만들기 위한 재료는 대나무와 한지 그리고 물감이었다.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건 노끈과 풀 따위였는데 한 사람이 한 공정씩 맡고 있었다. 공장은 디귿자 모양으로 지어져 있었고 가운데는 잔디가 깔린 마당이었다. 마당에서는 초벌우산과 완성품 우산이 햇볕을 받고 있었다.

   

첫 공정은 대나무를 쪼개는 일이었다. 다음엔 대살을 다듬고, 그 다음은 대살에 풀을 발라 하얀색의 한지를 붙이고...꽤나 섬세한 작업이었다. 우산의 크기도 다양했는데 보라색이나 빨간색처럼 진한 빛깔의 우산이 많았다. 어느 우산에 그려진 무늬는 어찌나 섬세한지 수를 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대부분의 우산은 한지가 재질이었고 따라서 장식품으로 쓰이는 것 같았다. 더러 천으로 만든 우산이 섞여있다는데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반대편 쪽으로 돌아가니 관광객들이 몰려있었다. 소지품에 그림을 그려 주는 환쟁이(?)들이 죽 열을 지어 앉아있었다. 구경하다보니 휴대폰이나 옷에 간단하게 그림을 그려 주고 챙기는 수입이 더 짭짤할 것 같았다.

    

옆 건물을 들여다보니 기념품 가게였다. 살펴보니 우산만 있는 게 아니다. 우산, 부채, 연등, 별, 꽃, 물고기 등등... 서너 살 먹은 아이를 데리고 오면 이거 사 달라 저거 사 달라 떼쓰다가 급기야는 뒹굴어버릴 것 같은 분위기의 공간이다. 어찌나 분위기가 좋던지 우리는 사진을 엄청 찍어대었다.

 

그 건물 가까이에 공예품 가게가 있어 잠깐 들렀다. 대부분 고급 장식장에 들어갈 품목들이었다. 뚜여사가 우리의 주머니 사정을 잘 몰라서 안내한 것 같았다. 아이쇼핑만 하다 나왔더니, 잘 차려진 음식을 구경만하다 나온 것처럼 허전했다. 공예품 가게에서 나오자 벌써 5시였다. 차에 오르자 뚜여사가 딴 데도 들르겠냐고 물었다. 우리는 손사래를 친 후 뚜여사의 손에 100밧을 쥐어줬다. 뚜여사가 놀라는 표정으로 고맙다는 말을 했다.

우리는 중간에 내려서 시장에 들렀다. 선물용으로 말린 과일을 샀고 숙소에서 먹을 망고도 샀다. 꽃가게를 앞을 지나는 데 대부분 여자들 혼자서 멀거니 앉아있었다. 꽃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버리니 나름 걱정이 되었다.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밤이라고 숙소에서 한잔하기로 했다. 숙소의 레스토랑에는 비싼 안주밖에 없어서 맥주만 마셨다. 어차피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맥주 한두 잔씩 마시는 정도에 그쳐야했다. 나는 딸에게 방콕으로 돌아가면 왕궁부터 들리자는 말을 했다.

 

 

 

김은숙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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