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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찾은 밴쿠버



  









    

   아들이 끊어준 항공권은 82만원. 놀랍도록 싼 가격이었다. 삼년 전 127만원을 주고 끊었을 때도 솔직히 비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때는 조카와 함께했던 여행이었고, 조카의 일정에 맞추느라 추석 전날 출발했었다.

혼자 밴쿠버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나는 미리서부터 겁을 먹고 있었다. 나는 탑승 보름 전부터 짐을 쌌다. 가방에 물건을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딸의 결혼 때문에 밴쿠버에 가려는 중이었고 무려 두 달씩 잡은 이유는 여행을 겸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구겨질까봐 예식에 입을 옷을 한동안 가방 위에 펼쳐 놓기도 했다. 공항까지 아들이 데려다 줄 예정이라서 탑승 전날 나는 아들네 집으로 갔다.

탑승시간이 오후 늦은 시간이라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입국심사대로 가지 않고 컴퓨터 앞으로 갔다. 컴퓨터에서 여권심사를 해서 탑승권을 받았고, 대신 수화물은 따로 부쳐야 했다. 내 수화물 가방에 번호표를 매달던 직원이 오 분정도 대기하면서 전화를 기다리라고 말했다. 짐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십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었다. 선물 몇 가지가 들어있었고 딸에게 줄 잡다한 물건 때문에 그 가방은 꽤 무거웠다. 비싼 물건이 아니라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으니 불안했다.

시간이 너무 걸리는 것 같아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직원의 대답이 아이러니 했다. 전화연락이 오지 않으면 출국해도 된다는 뜻이란다. 허탈한 웃음이 나왔고 한편 안도가 되기도 했다. 입국심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나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

출국 전 sk텔레콤에 가서 내 휴대폰을 정지시켰다. 두 달 가까운 시간이라서 요금절약 차원이기도 했지만, 한편 캐나다에서 칩을 끼워 캐나다의 번호를 부여받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였다. 개찰구에 도착하자 아들은 내게 잘 다녀오라고 했고 나는 손을 흔들었다.

개찰구에 들어서자마자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1시간씩이나 좁은 의자에서 시달려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운행시간이 -시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본다. 비행시간이 1시간 정도면 잠이라도 자야 시간이 빠르게 지날 것이다. 우선 옆자리에 누가 앉느냐가 중요하다.

내 양쪽으로 아가씨들이 앉았는데 다행하게도 외국인들이다. 둘 다 영어를 쓰지만 나는 영어를 쓰지 않으니 안심이 될 수밖에. 하긴 내가 회화가 된다면 얘기를 나누는 게 오히려 시간 보내기에 더 좋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나는 숨죽여 웃었다. 아가씨들이 나이든 나와 얘기하는 걸 질색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오른쪽 옆에 앉았던 뚱뚱한 아가씨의 복장을 보면서 딱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그 아가씨는 어깨에 커다란 구멍이 난 티셔츠와 미니팬츠를 입었다. 우리나라를 여행했다거나 아니라면 우리나라에서 체류하는 아가씨일 수도 있겠다싶다. 대한민국의 한낮은 430일부터 30도를 오르내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에어컨 바람이 빵빵한 비행기 안은 가을 날씨처럼 서늘하다.

담요를 무릎에 두르고 벌벌 떠는 그녀에게 담요를 펴서 온몸을 감싸라고 했다. 내 콩글리시가 통했는지 그녀는 그렇게 했고 잠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자 실내가 적막해졌지만 나는 여전히 잠들지 못했다.

두어 시간이 흐르자 잠과 씨름하는 걸 그만두었다. 뉴스를 볼까하고 앞사람의 의자에 붙어있는 소형 텔레비전을 켰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이미 봐버린 어제의 뉴스였다. 건너편 앞자리에서 게임을 하는 애가 있어서 눈 여겨 보기도 했다. 나는 애니팡 정도밖에 못하는 젬병이니 시간 내내 게임 방법만 익히다가 말 것 같았다.

혹시 좋은 영화가 있을까 해서 화면을 열심히 뒤졌다 주키퍼스 와이프라는 영화였는데 소개되는 줄거리도 괜찮았고 내가 좋아하는 제시카 차스테인이 주연이었기 때문에 선택했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을 당시를 그린 영화였고 바르샤바의 한 동물원이 주 무대인 실화였다. 독일군 장교의 짝사랑을 교묘히 이용해서 무수한 사람을 살려낸 동물원 사육사의 아내 역을 제시카 차스테인이 맡았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가냘픈 외모와 어딘지 모르게 외로워 보이는 이미지가 매력인 배우이다. 화면이 작아서 안타까워하면서 볼 수밖에 없었던 그 영화 덕분에 시간은 훌쩍 갔다.

비행시간이 8시간을 넘어서자 밥을 주기 시작했다. 시간상으로 보자면 새벽 2시 반쯤이지만 조식이다. 밴쿠버는 이미 오전 10시가 넘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초저녁에 밥을 줄 때도 느낀 거지만 밥과 찬이 시시해 보인다. 생각해보니 25년 전쯤 첫 비행 할 때 먹었던 밥이 제일 맛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땐 소박하게 먹던 시절이라서 배정되던 밥이 꽤나 고급스러워 보였을 것이다. 게다 요즘에는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다보니 특별한 감흥이 없는 것 같다.

식사가 끝난 후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화장실 뒤쪽 공간에 들렀다. 항상 입국서류를 항공기 안에서 나눠주는데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직원은 밴쿠버공항 시스템이 자동화 되어 개개인이 작성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컴퓨터에는 각국의 언어 선택 기능까지 있다는 설명도 했다. 순간 입국심사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창을 활짝 열어놓으라고 하는 걸 보니 드디어 비행기가 하강을 하려는 것 같다. 여기저기 겁먹은 몇 사람이 보인다. 바퀴가 바닥에 덜컹하면서 닿는 순간 발딱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승무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서 짐을 꺼내 놓는다. 안전벨트 매라고 할 때 화장실 가는 사람과,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자마자 일어나서 짐칸에서 짐 내려놓는 사람들이야말로 매너가 꽝이 아니겠는가.

비행기에서 내려 앞사람을 따라 가다보니 멀찍이 컴퓨터가 보이고 사람들이 조작을 하고 있다. 직원이 와서 도와주었기 때문에 나도 금방 끝났다. 일단 여권을 넣어 인식하게 한 다음에 내 얼굴을 촬영하는 방식이었다. 시커멓게 나온 사진의 표정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당혹스럽다. 물론 직원들은 있는 그대로의 라고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스탠리 파크와 밴쿠버 시내 전경-

   

짐을 찾아 나가려는데 출구가 어느 쪽인지 불분명하다. 3년 전에는 조카의 뒤를 졸졸 따라 다녔기 때문에 처음 와본 공항처럼 생경할 수밖에 없다. 중년 여직원을 붙들고 물으니 WAY OUT 이라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생각하다가 출구라고 하니 오히려 잘 알아듣는다. 중국의 위상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점검을 하는 직원 앞으로 다가가자 내게 뭐라고 질문을 하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내가 머뭇거리자 그녀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내게 나가라는 손짓들 한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가니 딸이 손을 흔들고 옆에 선 딸의 남자친구는 웃음을 짓는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사진보다 더 핸섬하다고. 두 달간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김은숙   201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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