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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오사카 여행


   
    
  


    
아들이 출장 간다기에 덜컥 따라 나선 여행. 솔직히 일박이일이니 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하다. 일본여행은 난생 처음이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씻고 공항으로 갔지만 시간이 빠듯하다. 우리에겐 여분의 좌석이 배정되기 때문에 늦게 수속을 할 수밖에 없다. 잠깐 면세점에 들르느라 시간이 부족해서 뛰어야 했다. 아들은 제 엄마 나이를 까맣게 잊고 저만치 앞서서 뛰고 있다.

오사카는 항공기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간다기에 자리여분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빈 자리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우리의 자리는 맨 앞쪽이었고 공간이 넉넉하다. 아들은 곧 조종석으로 간다. 

 직업 특성상 아들은 일 년에 한번 정도 항공기를 타야만 한다. 태국 여행 때 자세히 봤는데 대형 비행기에 비해 조종석이 상당히 비좁았다. 아들은 그 안에서 비행시간 내내 긴장을 할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승무원이 입국 신고서용지를 가져다 준다. 쓰다 보니 실수를 한다. 승무원에게 용지 하나를 더 달라고 하면서 다음에는 영문주소를 정확하게 외워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쓰다보니 용지와 한 시간 가까이 씨름한 거 같다. 겨우 작성을 끝마쳤는데 항공기는 이미 착륙을 시작하고 있다.

항공기가 도착한 공항의 이름은 오사카 간사이. 간사이공항도 밴쿠버처럼 자동화 시스템이다.  먼저 여권을 컴퓨터에 들이밀고 읽힌 다음 얼굴 촬영을 한다. 일본의 어느 공항에서건 지문인식을 위해 두 번째 손가락을 기계에 대야 한다는데, 범죄자를 식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

오사카는 도쿄 다음으로 큰 도시라는데 공항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하긴 인천공항보다는 규모가 작아야 맞을 것 같다. 이곳저곳 안내문에는 한자가 섞여있어 오히려 나는 편리하다. 나는 한자를 꽤 알지만 아들은 한자를 거의 모른다. 따라서 회화는 아들이 담당하고 한자풀이는 내가 하면 될 것 같다.
 
간사이공항역은 의외로 복잡하다. 창구 앞에서 일본인 여자 도우미가 할인표를 끊으라고 한다. 난바까지는 980엔인데 천엔이면 다음 역인 다이코쿠초까지 갈 수 있단다. 우리는 난바역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승무원에게 난바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어디서 타느냐고 물었더니 설명을 해준다. 발음도 좀 이상하고 영어에 서툴렀지만 그나마 숫자는 알아들을 것 같다. 우리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 다음 난바라는 글자를 계속 따라갔다. 난바행 지하철은 우리가 탄 후에도 간사이역에서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간사이는 지하철의 종착역이자 시발역이었다.
 
지하철에서 다양한 일본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일본 여자들은 화장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불그스름한 볼터치와 붙인 속눈썹이 인상적이었다. 중고생들도 더러 속눈썹을 붙이고 있었다.

건너편에 앉은 일본 아가씨가 불닭볶음면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비닐봉지를 들고 있어서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 했다. 나는 불닭볶음면을 일본에서 처음 본 거다. 내가 선호하는 라면은 두  어 가지밖에 안 된다. 그러니 새로 출시된 라면을 모를 수밖에.

지하철에도 한국인들이 더러 있었다. 화장하는 방식이 달라서 구분이 되는 것 같았다. 가장 참혹 했던 장면은 앞 애교머리를 세팅한 한국 아가씨가 난바행 지하철에 탔다는 거다.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가지고 말이다. 아무리 제멋이라고는 하지만 내 보기에는 망신스러운 장면이다.
 
환승역인 난바역은 더 복잡하다. 겨우겨우 다이코쿠초로 가는 지하철을 잡아탔다. 다이코쿠초에서 내리니 한시 반이 다된 시간. 이제 쿠라스시 100엔 초밥 가게를 찾아야 한다. 몇 분 되지 않아서 아들이 환호성을 터트린다.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100円이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건물에 매달려 있다.

 
 
배가 고픈데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우린 은행에서처럼 번호표를 뽑았다. 그런데 문제는 앉을 자리가 마련되면 번호를 부른다는 거다. 이찌 니 산시 코 로코... 더 이상 생각 나지도 않지만 어느 게 어떤 숫자를 얘기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찌가 1 이면 니는 2, 3은 산시? 생각해보니 호명을 하는 직원에게 표를 보여주고 묻는 게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아들이 두어 번 묻다보니 우리 차례였다.

우리 앞쪽으로 개울물 위에 띄운 작은 배처럼 초밥 접시가 흘러오고 흘러갔다. 아들이 생맥주를 받아오는 동안 나는 몇 접시 골랐다. 아들이 맥주 잔을 들고 오는데 거품이 3분의 1정도이다. 왜 그리 거품을 많이 받아 오냐니까 꼭지를 잡고 누르니 그렇게 밖에 안 나온다는 것이다. 생맥주가 오백엔이니 초밥과 비교하면 꽤 비싼 셈이다. 우린 각각 한 잔씩 마셨다.
 
7-8접시는 회전초밥 접시를 선택했고 나머지는 앞에 설치된 컴퓨터를 이용해 주문해서 먹었다. 시켜 먹으니 회는 더 싱싱한데 밥의 양은 좀 적은 것 같다. 나중에 주문서를 보니 스무 접시나 먹었다.

밖으로 나오니 다시 한증막. 날씨를 검색해보니 낮 기온이 무려 35도. 3시가 넘었으니 그래도 한풀 꺾였을 것 같아서 걸어가자고 했다. 건물의 그늘이 드리워진 인도로 가는데도 땀이 줄줄 흐른다. 한국은 한여름 더위가 물러갔는데 오사카는 아닌듯하다.
 
중간에 슈퍼에 들러 몸도 식히고 사케도 샀다. 가게를 돌아보니 냉장고에 초밥 도시락이 가득하다. 다른 냉장고에는 튀김 도시락도 있고 김밥 도시락도 있다. 하루 이틀 더 있다 간다면 분명 사먹고 싶은 음식들이다. 팩으로 된 사케를 사고 납작하게 눌린 오징어채도 샀다. 새우깡과 비슷한 과자도 한 봉지 사고.

난바역을 지나쳐 도톤보리 중심가에 들어오니 이비스 스타일즈 호텔이 보인다. 벌써 4시가 넘었다. 어림잡아 보니 거의 한 시간 정도를 더위와 투쟁한 것 같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씻고 사케를 뜯었다. 아들이 청하보다 조금 싱거운 것 같다고 한다. 새우깡처럼 생긴 과자는 맛도 새우깡과 흡사하다. 오징어채는 너무 말라서 씹기가 괴롭다.

새벽부터 움직인 몸이라 술이 들어가니 노곤하다. 점심까지 잘 먹었으니 좀 자고 아경이나 구경해도 될 것 같다. 오는 길에 사진도 몇 장 찍었지만 특별한 느낌을 자아내는 건물이나 장소는 없었다.

낮잠을 제대로 잤나보다. 눈을 비비며 밖을 내다보니 호텔 주변에 불빛이 가득하다. 7시가 넘었으니 더위도 좀 누그러졌을 것 같다. 밖으로 나와 낮에 왔던 길을 밟아갔다. 우선 낮에 보아 두었던 도톤보리 수로 변을 걷기로 했다.

                                
                              
도톤보리의 수로에는 불빛이 가득하다. 낮에는 그저 검은 빛을 띤 하천 같았는데 밤이 되니 무척 화려한 느낌이다. 수로 가장자리에 매달린 등으로 인해 밤이 되면 더 근사한 것 같기도 하다. 폭이 그리 넓어보이진 않는데 사람을 가득 실은 유람선도 다닌다. 그러고 보니 수로의 깊이가 꽤 되는 것 같다.
 
도톤보리 수로는 재정비 된 인공 운하라고 하다. 이명박씨가 서울시장 재직 때 만든 청계천을 떠올리게 하는 수로인데 운치도 좀 다르고 쓰임새도 다른 것 같다. 이명박씨의 고향이 오사카이니 벤치마킹 한 건가 싶기도. 물론 개인적인 내 생각이다.

 
  
운하 주변에는 다양한 가게들이 있다. 특히 기념품 가게와 술집이 많은 것 같았다. 우리가 걸어가는 수로의 둘레길 왼쪽 편으로는 거의 술집뿐인 듯 했다. 가끔씩 수로 위를 바람이 지나가곤 했다. 하지만 더운 밤이었기 때문에 수로변에서 술을 마시기에는 적당하지 않을 것 같았다.

수로에서 나와 고가 다리를 건너니 도톤보리의 중심 상가. 꽤 넓은 길을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장소가 한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귀에 익은 말들이 거리에 흘러넘친다. 한국인들이 마치 마실 오듯 오사카에 오나보다.
 
맛집을 찾기로 했기 때문에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지 눈여겨봤다. 숯불구이집이 눈에 띄었는데 아무래도 늘 먹는 음식이라서 패스. 통과, 통과를 말하면서 많은 음식점을 지나치긴 했지만, 가게 앞에 세워둔 입간판의 음식들 대부분이 유혹적이었다. 그러다 마주친 게 작은 골목의 한 음식점이었는데 전골요리 전문점이었다.
 
아들과 음식의 재료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줄을 선 사람 중 앳된 아가씨가 한국말로 설명을 했다. 대창전골인데 나름 유명하단다. 소 곱창이나 대창은 우리도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그 줄의 끝에 섰다.

차례가 되어 들어가니 손님 중 대부분이 한국 사람들이다. 바에서처럼 주방에 붙은 기억 자의 좁은 테이블과 나머지 테이블이 두 개 뿐. 워낙 비좁아서 테이블을 더 놓을 공간은 없다. 이층도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단다. 기억 자 테이블에 8명이 앉을 수 있다. 우린 기억자 테이블의 끝 부분에 앉았다. 부부 둘이 한다는데 테이블이 비워지기가 바쁘게 손님이 들어온다.
 
칵테일 한잔에 380엔, 생맥주도 380엔. 처음에는 생맥주를 각각 마셨다. 아들이 두 번째로 마신 칵테일의 재료는 맥주로 유명한 아사이 회사의 위스키와 얼음이다.

 

양배추가 무척 많이 들어 간 대창전골이 참 맛있다. 혹 마법의 가루를 많이 넣은 건가? 곱창이나 대창전골은 육수를 내서 끓인다면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맛있다. 아이들 어릴 때 곱창전골을 가끔씩 끓였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안다. 나는 소의 양과 곱창을 함께 끓이기도 했고 소고기를 넣어 끓이기도 했다. 솔직히 나는 음식점의 음식을 신뢰하진 않는 편이다.
 
술도 몇 잔 마시고 음식도 배불리 먹었지만 저렴하게 나왔다. 3200엔이었고 아들이 계산을 했다. 아들과 나는 돈 계산에는 철저한 편이다. 물론 재정 형편이 좋지 않은 내가 덜 부담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젊은이들이 늦은 밤까지 길을 메우고 있다. 소화도 시킬 겸 사람들 틈을 비집고 걸었다. 조금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오니 나이가 지긋한 남자들도 보인다. 혼자 걷는 젊은 여자의 새파란 원피스가 눈에 들어온다. 굽이 지나치게 뾰쪽한 하이힐을 신은 여자다. 진한 향수 냄새를 풍겨서 화류계 여자 같기도 하다.
 
아들이 조그마한 슈퍼를 보더니 들어간다. 뒷골목 술집들 사이에 자리한 가게라서 과일이 많은 것 같았다. 과일은 비싸서 보기만 했고 캔맥주 두 개와 생수 하나를 샀다.

호텔로 들어오니 11시. 이상한 맛의 맥주는 아들이 다 마셨다. 안주로 사왔던 과자는 마치 불량식품처럼 보였지만 먹을 만했다. 잠자리에 들면서 에어컨을 껐다. 오사카도 늦은 밤의 기온은 열대야를 벗어난 듯 했다.
 
 
 
 
 
 
 
 
 
 
 
 
 
 

 
 
김은숙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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