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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 (두 번째 이야기)






  




   꿈 얘기를 또 끄집어내는 이유는 좀 특이한 사건을 겪었기 때문이다. 재작년 8월 말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머니 꿈을 내리 두 번이나 꾸었기 때문에 기분이 좀 묘한 상태였다돌아가신지 오래되었던 탓에 어머니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고,  꿈도 거의 꾸지 않고 있었다. 아들에게 꿈 얘기를 하면서 아버지 생신이 한 달 넘게 남았지만 겸사겸사해서 가자고 했다.

며칠 후 집에 왔던 아들이 아침 일찍 출발해서 당일로 다녀오자고 했다. 빠듯하기는 했지만 차로 움직이니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꼬박 4시간을 달리자 병원이 있는 중소도시에 차가 들어선다.

우리는 아버지가 계신 병원에 들르기 전 슈퍼에 갔다. 과일과 북어포 하나, 소주를 샀다. 과일은 병원 사람들과 나눠 드시라고 아버지를 드릴 거고 소주와 북어포는 어머니 산소에서 쓸 예정이었다. 아들은 취업 후 외할아버지를 처음 뵙는 다며 용돈도 준비했다.

아버지를 뵈면서 여전하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그렇듯 아버지는 발과 발목이 시리다는 말씀을 하시고, 나는 술을 많이 드셔서 생긴 병이라는 설명을 했다. 술을 드시지 않으면 나무랄 데 없는 분이니 병원생활은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헤어질 때마다 마음은 무겁게 내려앉는다.

어머니 묘소와 병원은 서로 소재지가 다르지만 차로 25분 정도면 충분하다. 국도를 15분 정도 달리자 익숙한 마을이 보인다. 다음 마을에는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있다. 학교는 전기 실습소로 바뀐 탓에 운동장에 전선만 가득하다. 마을을 두어 개 더 지나치고 나니 고향 마을. 산소를 먼저 가기로 했다.

산길에 접어들자 시멘트 도로이지만 바닥이 고르진 않다.  더 이상 차가 갈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자 차에서 내려  길을 천천히 올라갔다. 그 길 끝에 수평으로 뻗은 길이 있고 이삼 분 정도 걸으면 산소이다. 거의 다 왔다 생각하는데 우거진 풀숲이 앞을 가로 막았다.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에 숲을 뚫고 가야만 했다.

겨우 풀숲을 벗어나고 보니 온몸이 땀에 절어 있었다. 산딸기 덩굴이 엉켜 있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는 그때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키 높이의 풀숲에서 말벌 떼라도 만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머니 산소에도 딸기 넝쿨이 자라고 있었다. 잔디가 온전하게 자리 잡지 못한데다 딸기 넝쿨까지 뻗어 있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차피 도구가 없으니 잘라내지도 못했다. 북어포를 놓고 소주를 따라서 잔에 부었다. 어머니는 술을 단 한모금도 마실 수 없는 체질이니 안 좋아하실 수도 있겠다싶다. 그래도 산소에서 내려오니 나름 개운한 느낌이었다.

집에 들르자마자 장독대로 갔다. 간장과 된장을 가져와야하기 때문이다. 간장은 페트병 5개에 가득 채우고 된장은 비닐봉지 두 개에 눌러 담았다. 해마다 아버지는 병원에서 잠시 나오셔서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드신다. 물론 메주를 띄우는 것도 아버지 몫이다. 

된장과 간장을 차의 트렁크에 넣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믹스 커피가 있어 날짜를 살펴 본 다음 물을 끓였다. 커피를 마신 후 냉장고에 뭐가 있나 들여다봤다. 반찬 그릇 몇 개와 고추장이 담긴 플라스틱 통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육류와 생선 따위가 들어 있는 비닐봉지 몇 개가 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봉지들이 다 젖어 있다. 전부 버려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 없어 냉동고 문을 그냥 닫았다.

올라오는 길에 고향집 근처에 사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냉동실이 이상하다며 그 안에 있는 식품들을 다 버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날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더러 주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는다. 무슨 소리냐고 되묻자 주방에 불이 났다고 한다.

동생은 주방문을 열면서 주방 전체가 타버렸다는 생각을 했단다. 자세히 보니 벽과 천장은 그을렸고, 바닥은 연탄가루를 뿌린 것처럼 그을음이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냉장고가 타면서 새카만 연기가 엄청나게 났던 것 같았다.

통화를 하면서 시간을 계산해 보니 오후 5시 이후에서부터 다음날 오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불이 꺼졌던 것 같기는 했지만 우리에겐 엄청난 일이 될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다.

꿈속에서 어머니가 내게 뭔가를 얘기를 하셨는데 정작 나는 알아듣지 못했을까? 그 후 나는 꿈을 꾸고 나면 곰곰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엊그제는 할머니를 내 꿈에서 뵈었다. 돌아가신지 50년도 더된 분이니 여간해서는 할머니 꿈을 꾸지 않는다. 그날 오후에는 공교롭게도 미국에 사는 남동생이 온다는 전화를 받았다. 동생이 내 딸의 결혼식에 참석했기 때문에 대면한지 몇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 오는 건 8년만이다.

 꿈에 내 집에서 하룻밤 주무시고 가셨던 할머니. 할머니의 구부러진 등이 안쓰러워 복대를 드리려고 방에 갔는데 할머니는 이미 안계셨다.

그리워하는 마음을 전해 달라고 할머니가 내 꿈길을 찾아 오셨던 게 아닐까? 우리 어린 시절, 남동생에 대한 할머니의 사랑은 지나칠 정도였으니까. 남동생에게 산소나 들르자고 해야겠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지만 산소 가는 것까지 마다하랴.















김은숙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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