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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잉글리시베이와 스탠리파크








    

  선탠을 위해 딸과 사위를 따라 집에서 나왔다(당시는 결혼 전이었지만 편의상 부부로 표현함). 나는 집으로 가는 길을 정확히 알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걸었다. 집에서 잉글리시베이 해변까지는 약 오 분 정도 걸렸다. 잉글리시베이에는 통나무가 많다. 사람들은 통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거나 그 곁에 누워 있었다.

                                      -잉글리시베이-

     

봄이 거의 끝나고 있었지만 바람은 여전히 쌀쌀해서 선탠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위는 윗옷을 벗고 오일을 발랐다. 딸은 간단한 옷을 입은 상태에서 팔다리에 오일을 발랐다. 나는 통나무에 기대앉아서 바다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가끔씩 바람에 실려오는 특이한 냄새. 누군가가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 같았다.

밴쿠버에는 마리화나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딸네 아파트 옆집인지 아래층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오후 6시쯤이면 어김없이 풍겨오는 냄새이기도 하다. 늦은 밤에 가로수 길을 걸을 때도 비슷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밴쿠버에서 마리화나를 곧 합법화 할 거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마리화나를 판매하는 가게도 있으니 머지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화창한 날이라 바닷가로 산책 나온 이들도 있다. 멀리 통나무에 앉아 기타를 뜯는 노년의 남자도 보인다. 밴쿠버의 바닷가에서 기타 줄을 퉁기고 있으니 무척 부러워 보인다. 삶의 여유처럼 느껴진다 할까. 반면 밴쿠버의 거리에서 폐품을 줍는 사람들도 많다. 폐품을 줍는 사람 대부분은 노인들이며 거의 남성들이다.

걸어 다니면서 휴지통을 뒤지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노숙자에 가깝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줍는 사람은 그나마 형편이 나아 보인다. 자그마한 트럭을 타고 다니면서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품 수거함만 찾는 사람들은 그들과는 부류가 다른 것 같다. 그들을 보면 자동적으로 우리나라 대도시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떠오른다. 밴쿠버도 나이든 사람들의 빈곤 율이 높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잠에 빠져 있는 마약환자들-

   

대낮에 공원에서 누워 자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도 한데 대부분 마약 환자라고 한다. 폐품을 줍는 사람들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실은 그 사람들 중에도 마약 환자가 섞여있단다. 캐나다는 복지정책이 잘되어 있어서 노인들이나 빈곤층의 생활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하는데 실은 마약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가끔씩 마약에 관한 기사가 뜨는 걸 보면 이제 마약은 남의 나라 문제만은 아닐 것 같다.

쓰다 보니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난 통나무에 기대앉아 찬바람 쐬는 게 지겨워서 집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익숙한 거리는 아니었지만 집 근처에 있는 높다란 빌딩 하나를 정해 두고 다니니까 길을 잃을 염려도 없었다.

그늘진 인도 쪽은 바람이 꽤 찼다. 걷다가 유모차를 끌고 가는 부부를 참견했다. 유모차에는 기저귀를 차고 얇은 티 하나만 입은 젖먹이가 누워 있었다. 차도르를 두르고 있는 아내와 청바지를 입고 있는 남편은 얘기에 정신이 팔린 건지 둔감한 건지 아기가 인상을 쓰고 있는데도 알지 못했다. 나는 콜드를 연발하면서 유모차의 짐칸에 있는 담요를 손가락질 했다.

집에서 가져 온 과일을 먹으면서 딸에게 얘기를 했더니 지나친 오지랖이라고 한다. 한국인들이나 아이를 꽁꽁 싸맨다는 얘기다. 그래도 그렇지 아기가 입고 있는 게 티 하나와 달랑 기저귀 하나라는 게 말이 되냐고, 나는 툴툴 거렸다.

                                                  

딸이 사위에게 점심으로 뭘 먹겠냐고 물었다. 아직 점심시간은 멀었지만 운동도 할 겸 스탠리 파크를 돌고 점심거리도 사올 예정이었다. 점심에는 햄버거와 치킨버거를 먹기로 했다. 우선 잉글리시베이 근처에 있는 한 레스토랑의 화장실에 들렀다. 밴쿠버는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오픈된 화장실이 곳곳에 있다. 화장실에서 나오자 딸은 꽃이 많은 곳으로 가자면서 앞장섰다. 잠시 후 딸은 잉글리시베이 산책로에 연결된 계단을 따라 산으로 올라갔다.

 

큰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 탓에 공원에는 습기가 많았고 양치류 식물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표피를 덮고 있는 이끼 때문에 어떤 나무들은 줄기가 아예 녹색이었다. 작아서 존재감이 거의 없는 풀도 조그마한 꽃들을 매달고 있어 아직 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햇빛이 잘 닿는 곳에 피었던 꽃들은 이미 시들고 있었다. 철쭉과에 속하는 만병초라는 이름을 가진 꽃은 한창이었는데 색이 어찌나 다양한지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빨강 주황 노랑 보라 흰색 등등...

                  

벌써 오월 말이니 초록 잎은 생기를 띠어 갈 것이고 꽃은 점점 사라질 것이었다. 공원이 워낙 잘 조성되어 있고 게다 도로가 공원을 가로 지르기도 했지만 샛길에 접어들자 으스스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좁은 길에서 중년의 남자와 마주치자 딸은 뜬금없는 얘기를 끄집어냈다.

새벽 운동을 나왔던 한 아가씨가 강간을 당했고 공원에 텐트를 치고 자던 청년이 실종된 사건이었다. 아가씨는 시체로 발견 되었고 청년은 아직까지도 행방이 오리무중이라 한다. 여름이면 노숙자들이 스탠리파크에서 기거하기도 하는데 그들의 범행 일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단다. 딸은 특히 어두운 시간에는 조심 해야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주위를 둘러보던 딸이 갑자기 햄버거 이야기를 해서 우리는 서둘러서 공원을 빠져 나왔다. 스탠리파크는 세계에서 열손가락 안에 든다는 매력적인 공원이지만, 가끔씩 사건도 일어나는 장소이니만큼 관광객들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은숙   201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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