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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낭 링엄사








    

첫날 중요한 관광지를 두 곳이나 다녀왔기 때문에 천천히 움직이기로 했다. 740분쯤 되니 눈이 떠졌지만 아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어제처럼 조식을 호텔에서 해결하고 나가니 벌써 열시. 초록색 택시를 타고 링엄사로 향했다. 택시는 해안선을 따라 난 도로를 달린다. 택시에서 바라보는 미케비치가 아름답다.

한참 달리다보니 바다의 가장자리를 가득 메운 배들이 보이는데 광주리처럼 독특한 모양의 배들도 틈에 끼어있다. 두 사람이 타기에도 비좁아 보이는데 무얼 하는데 쓰지? 택시 기사와도 말이 통하지 않으니 물어 볼 수도 없다. 택시는 산길로 올라간다. 호텔에서도 볼 수 있던 해수관음상이 점점 거대해진다. 비탈진 주차장에 차를 세우던 기사가 우리에게 웨이트를 연발한다. 우리 또한 웨이트라고 몇 번이나 답한다. 통역을 하자면...

기사: 여기서 기다릴게.

우리: 우리를 기다릴 거라고?

우리는 one hour 라고 하면서 검지 하나만 치켜들었다. 그는 머니 따블이라는 말을 했고 우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돌아 갈 장소가 미케비치였기 때문에 더블이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우리가 도망가면 어쩌려고. 내가 아들에게 소곤거렸다.

주차장에서 올라온 우리는 사찰 뒤꼍을 돌았다. 그늘져 있어서 그곳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닭장에 닭과 토끼가 있기에 나는 애완용이겠지 생각한다. 이곳저곳의 그늘진 바닥에는 개들이 한가롭게 누워있다. 꽃을 매달고 있는 나무가 있어 사진을 찍는다. 그 아래쪽으로 코끼리와 다양한 사람들의 동상이 있다. 그 부근에는 커다란 보리수나무가 있는데 그 앞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나무를 보니 샴쌍둥이를 닮은 연리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연리지는 결코 아니다. 특이한 방법으로 자라는 열대 보리수. 몸통을 보니 분명 한그루인데 땅으로 뻗은 가지가 수십 개이다. 위쪽의 가지에서 수양버들처럼 가느다란 줄기들이 내려와 땅에 뿌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몸을 늘려가나 보다. 한꺼번에 많은 수분을 흡수하기 위해 그런 방식을 쓰는 것 같다고 아들이 말한다. 세월이 흐르면 가느다란 줄기였던 게 굵직굵직해진다는 것. 하나의 나무가 마치 군락처럼 이루어져있다.

                                    

사람들을 따라서 가다보니 계단이 있고 계단 중간에 청동 빛깔의 탑이 서 있다. 거기서 조금 더 가면 68미터나 된다는 해수관음상이 서 있다. 걸어가면서 불상의 뒤태를 보는데 단추 구멍처럼 열린 여러 개의 창이 보인다. 부처님 몸의 열을 식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아니라면 전망대 역할을 하나? 전망대가 되려면 안에 계단이 있어야할 것 같다. 아들은 부처님의 몸을 수리할 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한다.

                                          

                                      

드디어 해수관음상의 앞모습이 보인다. 아름답고 자비로운 얼굴이다. 그런데 그 앞에 뚱뚱한 달마가 웃음을 흘리며 앉아 있다. 우리는 즉석사진도 찍었다. 햇빛 때문인지 기술 부족인지 사진이 새하얗게 나왔다. 불상이 마치 구름처럼 찍혔다고나 할까.

  

 국화 화분과 분재 화분(?)이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느라 보리수 분재와 다양한 화분 사이를 누빈다.

    

사찰 마당을 지나쳐 주차장으로 나가니 택시가 슬금슬금 따라온다. 우리는 기사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입구 쪽의 탑을 가리켰다. 탑 앞에는 역시 몸이 하얀 부처님이 누워 계신다. 부처님 뒤의 9층 석탑도 일주문처럼 서 있는 화려한 기둥도 우리네 양식과는 거리가 멀다. 링엄사는 지어진지 10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입구에서 기다리던 택시는 우리를 잽싸게 태웠다. 우리는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미케비치 앞에서 내렸다. 야자수가 숲을 이룬 곳인데 해변에는 펩시광고가 새겨진 파라솔과 갈대움막이 열을 지어 서 있다. 우리는 사만 동을 주고 쉴 수 있는 의자를 두개 빌렸다. 알맞게 데워진 바람이 불어 슬슬 잠이 온다. 아들은 쉽게 잠이 든다. 눈을 감고 있던 나는 십여 분도 안 되어 눈을 떴다. 옆 자리에 외국인 커플이 왔기 때문이다.

   

늘씬하면서도 건강한 체구를 가진 여자의 등에 문신이 새겨져 있다. 여자는 피부색이 검은 편이고 남자는 배가 약간 나온 몸인데 피부가 하얗다. 그들은 가져온 음식을 먹으면서 천천히 대화를 나눈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거의 없는데도 나는 계속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말이 끊기더니 여자가 간이 침대인 의자를 햇빛이 잘 드는 방향으로 당긴다. 여자는 일광욕을 위해 의자에 눕는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의 재잘거림이 파도에 묻혔다가 되살아나곤 한다. 잠시 후 아들이 부스스 눈을 뜨면서 가야겠다고 말한다. 한시장에 들른 후 점심을 먹고 시내의 맛집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길을 건너 초록색 택시를 잡았다. 아반테보다 작고 마티즈보다는 조금 큰(?) 택시의 기사는 체구가 작은 중년 남자. 이 기사도 어딘지 모르게 설치류 같은 느낌을 풍긴다.

택시가 다리를 건너는데 아들이 얘기한다. 미터기 조작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의심의 눈초리로 미터기를 한참 보고 있는데 차가 달리기를 멈춘다. 목적지였는지 기사가 우리를 돌아봤다. 요금은 딱 6만동. 10만동을 내밀자 기사는 거슬러 주지 않고 침묵했다. 우리가 뭐라고 얘기하자 3만동을 내밀었다. 내 언성이 높아지자 만동을 서랍에서 꺼내 준다.

우리는 내린 후 사기꾼 같은 놈이라며 욕을 했다. 아들은 미터기에 찍힌 돈의 액수도 수상하다고 하면서 전날 호텔로 갈 때의 요금 47천동을 들먹거린다. 내가 말했다. 그날보다 더 먼 거리였다고. 승차하던 곳과 하차 하던 곳이 달랐으니까 내 말이 맞을 것이다.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았다면 우린 멱살을 잡았을 것이고 그의 왜소한 몸은 공중에 붕 떴을 것 같다.

건너편이 한시장이라는데 시장의 규모가 꽤 큰 것 같다. 일층에서는 채소와 과일 견과류 따위를 팔고 이층은 옷을 파는 가게이다. 일층은 일층만이 아니고 반지하와 연결되어 있다. 먼저 과일 점에 들러 리츠와 망고를 샀다. 망고는 잘라 달라 부탁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견과류 가게도 몇 군데를 들렀다. 내가 사고 싶은 것은 피스타치오. 그런데 일 킬로에 삼십만동이란다. 우리 돈으로 환산해보니 15000. 500그램만 사기로 했다. 깎아서 14만동. 더 이상 살게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점심을 먹기 위해 그 부근에 있다는 맛집을 찾았다. 후미진 곳에 식당이 있었는데 공간도 비좁다. 앞문이 없는 가게였다. 바깥에 선 요리사가 커다란 팬을 이용해서 밥을 열심히 볶고 있었다. 안쪽에 서서 국수를 담아주는 늙수그레한 남자가 주인처럼 보였다. 그 남자는 머리에 조그마한 빵떡모자를 쓰고 있었다.

  

우리는 볶음국수 하나 소고기국수 그리고 볶음밥을 시켰다. 우리 앞쪽의 손님도 한국인들인데 우리처럼 음식을 푸짐하게 시켜서 먹고 있었다. 허름한 가게이지만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맛집인 것 같았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콩까페에 들르자는 얘기를 했다.

거기서부터 콩까페는 약 이십분 거리. 바다를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손님들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다. 페인트가 벗겨진 시멘트 기둥과 벽, 시커먼 천장이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는데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엄청 좋다한다. 카페의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종업원들도 7명이나 된다. 국방색 페인트칠이 된 벽과 국방색 앞치마를 두른 종업원들. 국방색이 컨셉인가 보다.

우리는 코코넛커피를 시켰는데 그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고 한다. 화장실에 들르면서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쳐다보는데 좀 섬뜩한 느낌이 든다. 호러영화에서 소품으로 쓰이는 계단 같은 느낌이랄까. 우리는 삼십 여분쯤 앉아있다가 나왔다.

다시 찾은 공원. 공원 앞으로 펼쳐진 바다는 잔잔하고 한두 척의 배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사람까지 별로 없어서 밤에 비해 조용한 풍경이다. 운치가 있어서 대낮에 다시 와보는 건데 꽃으로 꾸며진 공원조차도 평범해 보인다.

우리는 공원의 간이 의자에 앉아 과일을 꺼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망고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달착지근한 리츠는 까먹는 재미가 쏠쏠 하달까.






김은숙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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