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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은 슬픔이다


 
나는 내 소설 안에서 사랑을 완성 시키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건 내 안에 깃든 연민과도 관계가 깊다. 오늘처럼 우울한 날이면 떠오르는 얘기 하나... 
 

챗에 익숙하지 않았던 어느해 가을.

결혼 생활에 균열이 가고 그 균열은 지진 후처럼 속살을 벌겋게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컴은 그전부터 만지고 있었지만 그때쯤 인터넷을 깔았고 채팅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모르는 남자의 손에 의해 조립된 문구가 창에 떴을 때 환상처럼 느껴졌다. 이박삼일 채팅을 하곤 했다. 물론 컴퓨터 앞에서 밥을 먹을 때도 있었다. 어쩌면 그건 결혼생활의 고통을 잊게 하는 마약과도 같았다.

그 무렵 사랑하게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먼 곳에 있었지만 컴 앞에 앉으면 그의 숨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늘 두통 정도의 메일을 띄웠다. 마치 군대에 있는 애인에게 편지를 보내듯. 셀수 없으리만치 많은 쪽지도 보냈다. 삼 천자까지 찍어보낼 수 있던 그 채팅 사이트의 쪽지함도 편지지나 마찬가지였다.

간혹 나는 그런 것에 회의를 느낄 때도 있었다. 그를 사랑한다 하기보다는 내 슬픔이나 고통을 잊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하는 생각이였다.

그에게 습작품을 보내고 수화기를 통해 평을 듣곤 했다. 그는 내게 참 잘쓴다면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무척 꼼꼼하게 읽는 것 같았다.

물론 나는 그의 쪽지를 별로 많이 받진 못했다. 말수가 적은 그는 쓰는 것도 싫어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기적이고 차가운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컴퓨터 앞에서 내 쪽지를 기다리는 듯했다.

나는 그를 만난다는 것이 두렵다는 말을 했다. 환상이 깨지고 사랑이 깨질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만나야했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었으므로...

낯설었다. 목소리의 이미지와는 다른...아마 그도 그걸 느꼈을 것이다. 한시간 동안 술집의 의자 깊숙이 앉아 내가 지껄이는 말에 간간이 대답을 하던 그의 모습은 지금도 또렷하다. 한 장의 사진처럼...

물론 그 후로도 쪽지는 주고받았다. 하지만 보기전보다 관심이 덜한 느낌이었다. 간혹 나는 술을 마시고 컴퓨터 앞에 앉아 울고 있다는 쪽지를 보내곤 했다. 왜냐고 그가 물으면 슬프다고 했다. 사랑을 하니까 행복해야지 왜 슬프냐고 되물으면,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테고 그 생각을 하면 슬프다는 대답을 했다.

그는 집착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말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채팅사이트에서 그의 아이디가 사라진 걸 발견했고  절망속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그 고통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일년이 지난 후 어느 사이버 공간에서 같은 아이디를 보았다.  그 순간  가슴은 쿵쾅거렸고  슬픔이 우루루 일어서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떠오르는 그의  얼굴은  길을 가다 잠깐 마주친 사람처럼 낯설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사랑했던 대상이 그의 아이디 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김은숙   200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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