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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랜드캐년과 후버댐


                               

  엘에이에서 이틀을 달려 도착한 곳은 그랜드 캐니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귀퉁이에 있는 노란 꽃 사진을 찍은 다음 사람들을 따라 걸었다. 한참 가는 동안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아서 우리가 무엇엔가 속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장엄한 광경이 짠하고 펼쳐지는 게 아닌가. 어느 누구라도 나처럼 그 첫 대면을 잊지 못하리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그곳을 바라보니 내가 마치 3디 안경을 낀 것 같은 느낌이다. 분지처럼 오목하게 자리를 잡은 바위산들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전날 밤에 비라도 좍 내렸다면 사진이 더 선명했을까? 이제 와서 보니 사진의 해상도가 더 떨어져서 휴대폰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바위산과 바위산이 맞닿아 만들어낸 골짜기를 보는데, 한 대야쯤 되는 푸른 물이 보이고 주변에 이름 모를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러고 보니 관광지에서 가끔 눈에 띄는 헬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누구든 우리처럼 발품 팔아가며 관광을 해야하나보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볕때문에 내 목 언저리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가는 길보다 오는 길이 더 걱정이 된다.

     

 

부잡하다고 해야 하나? 들어가지 마라는 위험한 장소에서 기도를 드리는 사람이 있다. 드레스를 보니 결혼식을 올리는 것 같은데 내 보기에는 용감한 사람이 아니라 정신 나간 사람들이다. 우리처럼 법규를 잘 지키는 사람들은 안전펜스 안에서만 사진을 찍는다.

   

한 시간 가까이 걸었을까. 안내소가 나온다. 가이드인지 안내소의 직원인지 잘은 모르겠는데 열심히 설명을 하는 중이다. 어차피 그들과 섞여 있어봐야 알아듣지 못하니 소용없다. 에어컨 바람에 우선 몸을 식혔다.

주변에 남자 화장실만 있어 물어야 했다. 우먼 레스트룸이라고 말했는데 나이 든 남자직원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곧이어 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 남자가 쏘리라는 말을 하며 웃는다. 또한 레이디라는 표현도 쓴다. 우먼보다는 레이디라는 말을 써야하나? 아님 내 발음이 이상했던지... 등등을 생각하면서 남자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여자화장실이 보인다. 문이 남자의 등 뒤에 있었던 것이다. 빨간 표시 이미지가 가려져 있다는 게 함정이었다.

한 시간 정도 걸어갔다가 30분 만에 돌아 왔는데 제대로 구경 하려면 일박을 해야 한단다. 돌아오는 길에는 해가 얼굴에 내리쪼여 우산을 썼다. 9월 초의 그랜드 캐니언 여행에는 우산이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사막지대라 비가 거의 오지 않지만 말이다. 우린 다음 코스인 후버댐을 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후버댐의 건설 시작은 미국 31대 대통령 허버트후버가, 마무리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했다. 당시 세계는 대공황이었고 실업자가 너무 많아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후버댐을 건설했다고 한다. 미국 서부지역은 후버댐 건설로 인해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후버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경비원들이 서 있었는데 그들 중 한사람이 창을 내리라고 했다. 순간 우리는 깔깔 거리며 웃었다. 그가 한국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 아줌마들의 수다스러운 웃음을 즐기려는 듯 우리 언어로 다른 농담까지 했다.

이쑤시개를 붙여서 만든 것 같은 철탑이 언덕 위에 있었는데 붉은 빛을 띤 흙이 이제 막 공사를 끝낸 것 같은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담긴 물의 깊이는 알 수 없었으나 댐의 규모가 워낙 커서 많은 양처럼 보이지 않았다. 새파란 하늘을 닮은 새파란 물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김은숙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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