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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스베이거스와 데스밸리







해가 질 무렵 우린 라스베이거스에 들어섰다. 다들 들떠 있었지만 우선 숙소로 향했다. 우리가 선택한 호텔은 장방형의 평범한 빌딩. 들어가서 보니 주변건물들이 예쁘다. 창을 열고 동화에서 나올법한 예쁜 건물을 찰칵. 햇살이 탑 꼭대기에 앉아있다
                                  
 도박장이 서너 곳 정도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빌딩마다 도박장이 필수품처럼 자리하고 있다. 완전 빗나간 예상이었다. 우린 아무데나 들어가서 각각 20달러 정도의 도박을 했는데 예상대로였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탕진했으니 말이다. 물론 나는 구경만 했다.

도박을 위한 도시는 밤이 되어야 제 빛을 발하나보다. 도박장에서 나오니 주변이 벌써 불야성이다. 사진을 찍어보지만 밤풍경을 휴대폰에 담기에는 무리이다. 나중에 보니 죄다 흔들린 사진뿐이다.

 

저녁식사부터 하자면서 동생이 우리를 데리고 간곳은 꽤 큰 이태리 음식점이다. 라스베이거스에 올 때마다 들르는 식당이라 한다. 음식이 엄청 푸짐하게 나왔는데 오징어튀김이 바삭하니 맛있는 곳이었다. 동생은 포도주를 마셨지만 나는 맥주를 마셨다. 인원은 7명이나 되는데 술 마시는 사람은 셋뿐이라 항상 맹숭맹숭한 기분이다.

      

도심이라서 인솔자를 잘 따라다녀야 한다. 게다 나는 휴대폰도 카카오 톡만 사용해야하니 바짝 긴장할 수밖에. 일주일에 6일 정도는 산행을 하는 동생인지라 걸음이 엄청 빠르다. 한참 가다가 어느 건물 앞에서 분수 쇼 하는 걸 보느라 걸음을 멈췄다.

 

또 다시 동생을 열심히 따라 가다 보니 베네치아 상가. 유난히 파란 하늘과 흰 뭉게구름 때문에 몇 초 동안 낮이라는 착각을 했었다. 실은 2-3층 건물 위로 펼쳐진 하늘이 인공구조물이었다는 것.

여기저기에서 고대의 동상들을 만날 수 있었고 미켈란젤로의 벽화가 그려진 천장도 볼 수 있었다. 나는 지붕 끝에 올라선 그리스 철학자들을 힐끗거리다가 사진을 찍었다곳곳에 에어컨이 설치되었는지 매우 시원해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게 인공 조형물들이라 질리기도 했다.

카지노가 있으면 노숙자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주면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노숙자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어마어마해서 나온 대책이라고 하니 여행객들은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강원랜드 근처의 전당포에서는 승용차를 차를 잡고 돈을 빌려주는 경우도 많다 한다. 다 털리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겨울이 춥지 않으니 노숙을 할만은 하겠지만, 그 추운 사북에서는 어떻게 노숙을 하는지 궁금하긴 하다

            

이튿날 여행지는 데스밸리와 소금사막. 차가 네바다 주로 들어선다. 동생이 잠깐 내렸던 곳은 매표소(?)처럼 보이는데 둘째 올케가 갑자기 하는 말이 화장실에 가는 모양이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막에 화장실을 하나 지어놓고 돈을 받아? 나는 매표소로 들어가는 동생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 했다. 동생은 무인 판매대에 돈을 집어넣었고 거기서 나온 표를 받더니 정작 화장실에는 들르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인쇄지는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입장권이었다. 나는 한참동안 킥킥 거렸다.

우리는 차가 없는 도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 아마 매표소를 거치지 않았다면 나는 동생이 길을 잘못 들었다고 의심했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날 사막지역에서 길을 잃어버린다면 머리에 쥐가 날 것이다. 가끔씩 이상한 길로 접어들어 당황케도 했지만 대부분 데스밸리로 가는 샛길이었다.

 

차를 세운 곳은 완전 사막지대였다. 드디어 데스밸리의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에 도착한 것이다. 불볕더위가 피부를 찌르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거기야말로 우산이 꼭 필요한 곳이었다. 몇 발 떼지도 않아서 얼굴이 술 취한 사람처럼 벌게졌으니까. 멀리서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산 앞으로 바짝 다가가서 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화가의 붓질을 느낄 수 있는 그 산들은 한걸음 물러나서 보는 게 더 묘미가 있을 것 같다.

태양에 그을린 산이라고 해야 하나 아님 불타버린 산이라고 해야 하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당시는 너무 뜨거워서 단 몇 분 간 서 있는 것도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멀고 먼, 깊고 깊은 곳에 자리한 골짜기이자 산맥인데, 마치 일별하듯 둘러보았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중간에 잠깐 들른 곳은 금을 캐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장소이다. 골드러시 때 금을 캐기 위해 사막의 골짜기에 들어갔다가 발이 묶여서 엄청 고생했다는 데스밸리. 죽음의 골짜기는 그들로부터 얻어진 이름이라 한다.

           

그들이 사용했던 낡은 마차가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1850년경에 일어난 일이니 백 칠십년 된 물건인데 나름 멀쩡해 보인다. 지역의 특성상 내리는 비가 워낙 소량이어서 그 마차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코스는 배드워터이다. 누군가가 그 호수의 물을 마시려다 자지러질 뻔 했던 것일까? 솔트워터가 아닌 배드워터이니 말이다. 얼음처럼 딱딱해진 소금밭을 조심조심 걷다보니 구멍이 있고 물이 고여 있다사람들의 발길에 부서지다 못해 눌어붙었을까? 소금밭 앞 둘레길에 서 있는 푯말이 침묵을 지키고 있어서 난 그렇게 짐작할 뿐이다.

 소금밭도 사막처럼 복사열 때문에 더욱 뜨거운 것 같다. 나오는 도로의 이름은  아티스트 드라이브인데 일방 통행길이란다. 그러니까 데스밸리의 도로들은 매표소 쪽으로 들어오고  아티스트 드라이브 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물론 입구쪽으로도 나갈 수야 있겠지만 그 길로 나가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테니 바보가 아니라면 출구를 이용하겠지 싶다. 아티스트 드라이브를 지나면서 바라본 데스밸리의 색감이 훨씬 좋다. 파스텔과 유화가 뒤섞인 느낌이라할까. 덥지만 않다면 차에서 내려 마음껏 감상하고싶은 욕구가 생기는 풍경이다.

화질이 좋지 않아서 대부분의 내 사진은 엉망이다.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표정을 달리한다는 데스밸리는 늦가을이나 겨울에 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데스벨리의 여행은 내겐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었으니 말이다.  

 

 


김은숙   202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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