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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암사를 아시나요?





    순천의 선암사라 부르지만 실은 승주군에 있다. 조계산의 서쪽자락 자리잡은 선암사는 영화 '동승'의 촬영지이다 ( 조계산의 동쪽에는 송광사가 있다).  그만큼 절을 에워싸고 있는 풍광이 수려하다는 얘기이다. 

   주차장에서 길을 따라 구불구불 계곡이 이어져 있다. 계곡에는 큰 바위가 많았고 맑은 물이 졸졸 흐르다 소를 이루곤 했다. '동승'의 화보를 떠올리며 어디쯤에서 스님 셋이 알몸을 담갔을까, 하고 가늠해 보았지만 정답은 알아내지 못했다(오늘 당장이라도 '동승'이라는 영화를 보고 확인해 봐야겠다). 계곡의 폭이 넓어 여름에는 한결 운치가 있을 것 같았다. 

   선암사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을 때는 오후 세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등산객들이 하산하는 중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두 종류가 있는 것 같았다. 나처럼 게으른 자와 등산객들처럼 부지런한 자.

   표를 끊는 곳에 바리케이드가 있지만 경내까지 진입하는 차가 많았다. 나는 희뿌연 흙먼지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오늘은 장애인이나 할머니들이 많이 오는 날인가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주변 산을 바라보니 소나무와 밤나무, 도토리나무, 단풍나무가 보이는데 삼나무도 제법 눈에 뜨인다. 가로수에 많이 쓰이는 삼나무는 가지에 붙은 잎이 바람에 너울거리고 줄기가 곧아 아름답다. 삼나무 사이로 난 길을 지날 때는 드라이브이건 그냥 걷는 상태이건 참 기분이 좋다. 

   선암사의 일주문은 독특하다. 양쪽에 담장을 끼고 있어 흡사 나비 같다할까. 경내에 들어서다가 고려시대의 복장을 한 남자와 마주쳤다. 그 남자는 핸드폰을 허공으로 쳐들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청학동에서처럼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도 가까이 있는지 경내에는 이상한 복장을 한 사람이 많다. 주변을 살피던 나는 여러 가지 소품을 보고서야 무슨 일인지 깨닫게 된다. 엠비시 창사특집이라는 커다란 버스에 그 글자가 붙어있고 스텝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게 보인다. 

   나는 그들을 힐끗 바라보고 대웅전 뒤쪽으로 돌아간다. 작은 사찰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크다. 전체 건물이 이십여 동이나 된다한다. 나는 단체로 관광 온 사람들 틈에 끼어 선암사에 관한 어느 스님의 설명을 듣는다. 대웅전 앞의 삼층석탑과 아치형의 무지개 다리인 승선교, 대각암 부도, 입구의 장승.

   다시 내려와 대웅전 앞을 바라보니 촬영중이다. 대웅전 앞의 상석에 앉은 스님이 백운화상인가? 목소리가 저음이면서도 카랑카랑하다. 마당에 펼쳐진 멍석에 앉은 사람들은 스님과 궁중에서 온 듯한 차림의 여인네와 시녀 그리고 신하들이다. 눈에 익지 않은 얼굴인 걸 보니 거의 엑스트라로 쓰였던(?) 배우들인가 보다.  

   삼층석탑은 그들 때문에 보기는 글렀다. 한참동안 카메라 앵글이 돌아가고 다들 숙연하다. 나는 나의 긴 그림자가 그들에게 미치지 않도록 한쪽에 비켜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절 귀퉁이 의자에 앉은 남자를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한다. 스텝인 듯한데 그는 의자에 앉아 단잠에 빠져있다.

   '직지'라는 제목의 그 이야기는 700년 전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지고 있다한다. 청주 엠비시에서 창사특집으로 촬영중이란다. 아래쪽의 내용은 빌려 온 것이다.

-[청주흥덕사에서 1377년에 금속활자로 간생한 책의 이름이 "백운화상 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心體要節)" 입니다.
   이 책의 이름을 줄여서 "불조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 "직지"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책' 전시회에 "직지심경"이라 소개되면서 한때 잘못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불교에서 '경(俓)'은 불교경전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엄밀한 의미에서 불경이 아니므로 "직지심경"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여기에서는 판심제 (版心題)에 나타나는 가장 간략한 책의 이름으로 "직지"를 가장 일반적으로 부릅니다.]-

   청주 흥덕사는 절터만 남아 있었는데 얼마 전에 복원을 했다. 흥덕사 앞마당에는 삼층석탑이 있다. 복원된 흥덕사가 작고 보잘것없는 사찰이라서 삼층석탑이 있는 선암사를 배경으로 촬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스님복장을 한 배우들이 선암사의 스님들보다 훨씬 더 스님 같은 느낌이다. 스님들조차 촬영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들락거려서 헷갈린다. 배우들은 쉬는 틈을 타서 스텝진들과 기념촬영을 한다. 상당히 아이러니한 장면이어서 웃음이 나온다. 그들은 지금 촬영중이 아니던가. 

   잠깐 동안 나는 700년 전으로 거슬러 갔다 온 기분이다. 그들 때문에 삼층석탑은 보지 못했지만...
   천천히 내려오는데 기분이 참 묘하다.















김은숙   200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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