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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시대를 글쟁이로 산다는 것


  건너편 사육장의 개들은 이제야 잠이 든 것 같다. 밤마다 무엇 때문에 짖거나 울어대는지 통 알 길이 없다. 돌보는 주인이 곁에 없어서 그럴까? 주인은 낮에 와서 밥만 주고 간다. 10년 가까이 개를 키워 온 나는, 그 개들이 주인의 손길이 그리워서 그러는 게 아닐까하는 짐작을 한다.
  간혹 불면증에 시달리는 걸 부채질하는 건 저 녀석들이다. 오늘 새벽, 뒤척거리면서 개에 대한 원망과 개 주인에 대한 원망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틀 정도 내 기분은 잡쳐있었고 그 이유는 딴 데 있었다.
  몇 달 전에 책을 내기로 계약을 했었다. 종이책이 아닌 웹북이다. (물론 내가 제작비를 부담하는 건 아니지만 웹북은 제작비가 싸기 때문에 쉽게 계약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요즘 잘나가는 사이버 출판사로 나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오월까지 나오기로 한 책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스폰서 역할을 하는 사람과 통화를 했다. (그는 작가사이트 운영자이다.) 그가 이런 말을 한다. 요즘에 로맨스 소설이 잘 팔리기 때문에 일반소설은 뒤로 밀려나는 것 같다면서 내게 로맨스 소설을 써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그 말을 들은 후 입맛이 싹 달아나 버렸다.
  원래 나는 타협이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다. 등단을 하기 위해 편법을 쓰는 것도 싫었고( 그 이유 때문에 나는 사이버 공간에 들어와 정착을 했다. 함께 습작을 했던 많은 사람들은 거의 등단을 했다. 당시 나는 나름대로 활동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실천에 옮겼다.) 무엇보다도 기존 작가들이 원하는 스타일의 글쓰기가 싫었다.
  나는 돈 벌이를 위해 소설쓰기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도 내겐 중요하다. 그 동안 아주 적은 돈으로 이 시대를 산다는 것이 얼마나 팍팍한 일인지 너무 잘 알아버렸다. 나는 살인적인 물가라는 말을 절감하고 있다. 그건 아주 오래 전에 겪었던 몇 년 동안의 가뭄을 떠올리게 한다. 우물이 말라서 물이 고일 때까지 기다리느라 뙤약볕 아래 줄을 선 사람들... 지금의 나는 그 줄의 꽁무니에 매달려 있는 것만 같다.
  이 시대에 글쟁이로 산다는 건 너무 사치스러운 일이 아닐까싶기도 하다. 드라마의 한 주인공은 앵무새처럼 50만에 육박하는 실업자 운운하지 않던가. 어쩌면 책을 사보기에는 현실이 너무 절박하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잘 팔리는 장르는 로맨스소설이다. 거기에 사용되는 소재는 재벌, 미모의 여자, 핸섬한 남자, 교통사고, 불치병인 암...등등이다. 그러니까 대부분 드라마처럼 황당한 설정이다. 그리고 문장은 거의 밋밋한 설명체이다. (십대 후반이나 이십대 작가가 많고 혹은 오랜 시간 무명으로 지냈던 작가들이 돈을 위해 쓰는 경우도 더러 있다.) 살기 힘든 시대라 독자들은 그런 소설로 대리만족을 하려는 걸까? (독자들로부터 골치 아픈 게 싫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현실이 이렇다고 해도 나는 마음을 바꿀 생각은 결코 없다. 잘 쓰는 작가들에 비하면 형편없겠지만 그래도 좋은 소설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건너편의 녀석들은 아직까지도 칭얼댄다.  녀석들도 언젠가는 내 소설의 소재가 될 것이니까 귀에 거슬리는 저 소리도 좋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벌써 아침이 되었다.
 
 

 
김은숙   200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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