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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화과의 고장 삼호


 
 
  
 
  
   며칠간 무화과를 팔러 다녔습니다. 소개하자면 영암군 삼호는 무화과가 나는 고장입니다. 무화과의 열매는 다소 거친 바닷바람에 성장하고 익어 갑니다. 꽃은 피지 않고 곧바로 열매가 열리는 이상한 나무, 무화과. 생김새는 석류처럼 볼이 빨갛고 익으면 벌어집니다. 벌어진 틈새로 자잘한 씨앗을 드러내어 보이고 있는 과일이지요. 마치 나 먹어봐라 라며 유혹하는 듯한 표정이랄까. 바이블이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의 과일도 무화과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무화과의 표정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석류는 표면이 딱딱해서 지나가는 새도 침만 삼키고 맙니다만 무화과는 껍질과 살이 부드럽기 때문에  새들에게도 유혹적입니다. 이곳의 참새는 벼논에는 얼씬도 않는답니다. 그 달콤한 향기에 무화과 밭을 상주하는 거지요. 지나가다 보면 무화과 밭에는 그물이 쳐져있습니다. 안개라도 끼는 아침엔 거대한 거미줄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지요.
  초가을엔 대포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는데요. 그게 참새들을 쫓는 소리였답니다. 아마 제가 6.25를 겪었다면 자다 깨어나 비몽사몽 상태에서 짐을 꾸렸을 것입니다. 피난 갈려고요.
  무화과는 맨 아래쪽부터 익기 시작하는데 첫물을 딴 얼마 후부터는 익는 양도 많아지기 때문에 총소리도 멎습니다. 물론 위쪽으로는 잔가지가 많고 이파리도 무성하여 참새의 주둥이를 덜 타게 되는 거지요.
  무화과는 섬유질이 많고 당도가 높은 과일입니다. 변비 환자에게 좋은 과일이라고 하지요. 다만 신맛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달콤새콤한 과일을 좋아하는 분들은 맛의 묘미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저는 무화과 먹으면서 달콤하게만 기억되는 첫사랑을 떠올려 봤습니다.
  무화과는 이 주변의 사람들만 좋아하는 과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보관이 어려워 멀리 가지 못하니까요. 백화점으로 들어가는 것은 덜 익었을 때 딴다 하더군요. 그러니 맛이 덜하겠지요. 택배로 보내기조차 용이하지 않는 무화과를 보면서 어쩌면 저리도 여린 과일이 있을까싶은 생각을 했답니다. 한번 상자에 담으면 옮겨 담기가 어려우니까요.
  요새 이곳을 지나가면 무화과 맛을 보실 수 있답니다. 비가 잦았지만 이젠 당도가 높아져 먹을 만 하더군요. 가을이 깊어질수록 더욱 당도가 높아지겠지요. 남도 쪽으로 여행을 오시는 분이라면 한번쯤 들러 볼만할 것입니다. 딴 과일에 비해서는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1킬로에 오천 원 정도) 싸게 먹을 수도 있답니다. 올해는 생산된 양이 많아 이곳에서도 몸살을 앓고 있으니까요. 물기가 흐르지 않고 적당하게 익은 게 금방 딴 것이랍니다. 염두에 두시길...
  목포를 지나 영암으로 가자면 길 주변에 노점상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예민한 여자만큼이나 상처받기 쉬운 과일 무화과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김은숙   200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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