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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주 이야기


   요즘 잠시 나는 외도를 했다.
   사람들이 점 집을 찾는다거나 철학관을 찾는 것은 답답한 일이 있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 답답치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다못해 초등생들도 뭔가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하물며 성인들이야 오죽 하겠는가? 이렇게 말하다보니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고민에 빠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인터넷 한겨레에 가서보니 어느 날부터 사주팔자 명리라는 게시판이 생겨나 있었다. 아마추어 역술인들이 게시물을 올린 독자들의 사주를 봐주고 있었는데 학문의 깊이로 풀어낸 성실한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나도 굴절된 내 삶을 대충 사연으로 엮어 올렸고 두 거사들이(?) 내 사주를 꼼꼼하게 풀어내었다. 물론 그들이 100% 맞는 건 아니었지만 내 성격과 내가 밟아 온 길을 비교적 정확하고 소상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내 앞에 펼쳐진 길이 정해져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하자 내 스스로가 굉장히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사주를 풀어내는 명리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인터넷 검색 창에서 사주라는 글자를 찍으니 사이트들이 우르르 떴다. 그러니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공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사주 사이트를 클릭해서 이것저것을  읽기 시작했다. 한자어인데다 그 학문에서만 쓰는 고유한 단어이고 사전에 없는 단어들도 많아 뜻풀이에 어려움이 있었다. 인내를 가지고 한 이십여 일쯤 들여다보니 어느 부분은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내용도 많았다. 사주를 풀어내려면 외워야 하는 용어들이 많지만 화강암처럼 굳어버린 내 머리가 쉽게 받아들일 리가 만무했다.
 잠시 나는 내 나이를 망각했던 것 같다. 아마 나는 이쯤해서 그 학문을 습득하기를 그만둬야 할 것이다. 그래도 간혹 사이트에 가서 게시글로 올라온 사람들의 사연을 읽고 만세력을 뽑아본다. 어느 사이트에서는 친절하게도 생년 생월 생일 생시를 써넣으면 만세력과 십이운성, 대운수, 신살, 십신, 오행 등이 목록으로 엮어져 나온다. 역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바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걸 보면 선무당처럼 나쁜 것 한두 가지 정도는 골라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십 여일 수박 겉 핥기식으로 한 공부이므로...
 명리학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사주는 그 학문이 깊지 않고서는 도저히 풀어 낼 수 없다. 점쟁이들은 신이 곁에 있어  황새 눈발로 가다 우렁 주워먹는 소리라도 할 수 있겠지만 명리학은 절대 그렇지 않단 뜻이다. 
   각설하고...
   앞으로도 내 사주에는 남자 운이 있다한다. 그래서 혼자 살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자질도 사주에 있다했다. 듣기 달콤했던 그 말 때문에 나는 역학에 매료 되었던 것일까?
   그나저나 역술인들의 공통점은나쁜 상황을 돌려 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차피 복채로 살아야 한다면 친절함을 겸비해야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니까.  
결혼을 하려는 사람이 사주를 보러 남녀가 함께 간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상대의 사주가 나쁘다는 걸 본인을 앞에 두고 말할 역학자가 있을까? 그런 말은 그 사람에게 상처를 안겨 줄 수 있으므로 절대 하지 않는다. 그냥 재미로 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특별한 사주는 드물다는 게 이십 여 일간의 사주 사이트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또한 역술인들은 숙명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운명을 바꿀 수가 있다고 말한다. 사주가 나쁜 사람은 덕을 쌓으면 훨씬 나은 인생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김은숙   200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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