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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아시스 (영화)


 
 
 
    설경구를 처음 접한 건 박하사탕에서이다. 영화배우치고는 꽤 안 생긴 얼굴이었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는 외모를 보고 배우를 뽑는 경우가 흔하다.)
   박하사탕은 광주사태를 겪은 한 남자가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였다. 그 남자는 광주사태의 후유증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 남자의(설경구) 연기는 너무 자연스러웠다. 어쩌면 광주사태 때의 한 사람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벽걸이 천에 나무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으로부터 오아시스라는 영화는 시작된다. 사막의 오아시스를 이태리 자수로 꾸민 것이다. 종두라는(설경구) 남자가 공주네(문소리) 집을 찾아왔다. 공주는 뇌성마비 장애 처녀이며 집안에 늘 갇혀 지낸다. 공주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거울을 가지고 햇빛을 반사시켜 천장에 빛의 무늬를 만드는 놀이를 즐긴다. 그 무늬는 그녀가 바라는 희망처럼 새가 되었다 나비가 되었다 한다.
   그런 장난을 하고 있을 때 들어선 종두는 한참동안 그 빛을 피하지 못한다. 공주의 팔은 거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에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음 본 뇌성마비 처녀에게 종두는 그 정도이면 예쁘다는 말을 한다. 그건 가식이 아니다. 종두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종두 역시 지능이 낮으며 그만큼 순수하기 때문이다.
   종두가 그곳에 온 것은 공주의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치어 죽였기 때문이며 바로 출소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은폐되어버린 비리가 있다. 교통사고를 낸 사람은 종두의 큰형이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조
금 모자란 동생에게 떠맡긴 비열한 형이다. 형 대신 몇 년을 종두는 감옥에서 지내다 나온 것이다. 그 형은 종두를 몽둥이로 다스리는 냉혈한이기도 하다.
   공주를 찾아간 둘째 날 종두는 반항하는 공주의 몸을 만지고 들여다보다 자신의 하의를 내리고 밀착한다. 물론 공주의 옷을 벗긴 건 아니다. 종두는 사랑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종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지렁이이기 때문이다. 공주는 종두의 행동이 처음에는 무섭고 두려워서 소리를 지르며 반항을 한다.
   그날 밤. 가로등 때문에 벽에 걸린 벽걸이 천에 나무의 그림자가 출렁대는 걸 바라보며 무서움에 떨던 공주는 수화기를 든다. 어둠 속에서 늘 홀로 버려져 있던 자신에게 너무도 가깝게 다가왔던 사람인 종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주의 가슴에도 종두가 사랑으로 자리잡는 순간이다. 둘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종두는 휠체어에 공주를 태우고 다니면서도 사람을 전혀 의식할 줄 모른다. 오직 사랑하는 여자를 기쁘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하지만 어디가나 사람들은 공주를 벌레 쳐다보듯 한다. 종두조차도 이상한 사람이라고 수군댄다. 종두의 어머니 생일 때 뷔페 음식점에 데리고 가서도 똑같은 취급을 당했다.
   "저런 여자를 보고 성욕이 생겨요?"
   경찰서에서 경찰관이 종두에게 하는 말이다. 종두가 공주와 침대에서 사랑을 나눌 때 하필 안 오던 오빠가 와서 종두는 강간범으로 몰린다. 공주의 오빠도 자신의 삶을 위해 누이를 버리다시피 했다. 그런 말을 하는 경찰이나 경찰서에서 공주를 빌미로 해서 돈을 뜯어내려는 공주의 오빠나 종두의 가족이나 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으로 보인다. 아니 세상의 인간들 중 제대로 된 인간은 몇이나 될까하는 생각이다.
   종두는 감옥으로 다시 들어가고 공주는 종두의 편지를 받는다. 출소하면 둘은 아름다운 사랑을 하며 살 거라는 여운을 주는 편지이다.
   영화의 자막이 올라가면서 나는 깨달았다. 둘의 사랑이야말로 오아시스 같은 것이 아니던가?
 
 
 
김은숙   200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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