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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나 옛날에는...


 
 
 
  플랭카드가 펄럭거리던 가게가 있었습니다. 제목은 시계수리 대학 병원이었지요. 그 주변에는 철거민이 살았더랍니다. 길쭉한 고무다라를 쓰레기 통으로 쓰던 시절. 쓰레기는 통에서 넘치다 못해 골목을 누볐습니다. 오늘처럼 스산한 바람이 불면 휴지 조각들은 멀리 날아가곤 했습니다. 그리고 골목을 가득 메우던 변소냄새.집집마다 연탄을 땠기 때문에 그 골목에는 가스 냄새와 연탄재도 넘쳤습니다. 누구나 옛날에는 그렇게 살았다죠.
   연애편지를 주고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편지에는 참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가을을 담을 수 있었고 시골의 아담한 마을을 담을 수 있었고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네 잎 클로버를 넣기도 했고 사진을 넣어 보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들리지 않는 음악과 맡을 수 없는 향기를 끼워 보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옛날에는 그런 편지를 쓰고 보냈지요.
   호롱불을 켜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천장만 밝게 비추던 불빛.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실감나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벽에는 네 홉 짜리 소주병이 몇 개씩 걸려있었습 니다. 호롱불을 켜기 위해 석유를 담아두던 병이었지요. 호롱불빛이 일렁이는 걸 본적이 있는지요. 아니 그림자가 출렁거리는 것을요. 누구나 다 옛날에 호롱불을 켜고 살았던 것은 아니겠지만 외가에 가서라도 호롱불을 본 적은 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을 겁니다. 방과후면 책가방을 던지고 함지를 들었습니다. 엄마 몰래요. 재첩을 잡기 위해서지요. 넓은 들을 가로지르는 냇가로 달려갔습니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나는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엎드려 두 손으로 모래를 퍼 올리면 재첩이 너덧 개씩 나왔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물을 바라보면 하늘 에 있는 것은 죄다 있었습니다.
   간혹 친정에 가면 내를 둘러보곤 하는데, 저 위쪽에 목장이 있어서 소 똥물이 흐르더라구요. 


                                                       
                      -한국 한센 복지협회 사보 2004년 5-6월호에 권두언으로 실린 작품-
 
 

김은숙   200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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