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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악산 가는 길


 
 
 




     내 과거의 삶에는 추억처럼 여행이 자리하고 있다. 힘든 삶이었는데 어떻게 여행을 많이 다녔느냐고 묻는다면 그 두가지는 별개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감악산에도 너덧 번 정도는 갔을까? 물론 등산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 범륜사에서 십여분 정도 더 올라가다 내려왔을 것이다. 늦은 시간에는 길을 오르다 등산객이 더 이상 보이지 않으면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계곡에서 아이들과 목욕을 하기도 했다.
   여름에는 피서객들이 너무 많아 적성 면에서부터 길이 밀리기도 했다. 당시 우리는 서울 신정동에서 살았던 터라 아침 일찍 출발해서 포천을 들러 한탄강으로 해서 감악산을 돌아오곤 했다. 어느 때는 동두천으로 해서 그쪽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항상 의정부는 피했다. 거의 파주를 거쳐 은현, 거기에서 동두천이나 포천을 선택했다. 되도록이면 좁은 국도를 이용하곤 했는데 그건 도로가 막히는 걸 피하느라 선택한 길이었다. 워낙 지도를 자주 들여다봐서 면허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길을 너무 잘 안다. (우리 집 안방 문에는 커다란 지도가 붙어있다. 지금도 늘 떠나고 싶은 마음이므로...)
   감악산에 갈 때마다 한탄강이나 임진강을 들르곤 했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였는데 아마 거의 고기는 낚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아이들을 데리고 놀기에 적당한 곳이 많다. 임진강은 한탄강에 비하면 그늘이 드리워진 곳이 별로 없어 한두 번이나 들렀을까?
   한탄강 상류 쪽에 재인 폭포가 있다. 재인 폭포에 관한 내용은 옮겨다 적는다. 

  - "다른 폭포와는 달리 평지가 움푹 내려앉아 큰 협곡이 생기면서 폭포가 생겼다. 폭포에 관한 전설이 전한다. 옛날 줄타기를 잘하던 재인이라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부인이 있었는데, 이 고을 수령이 부인을 탐하여 재인을 죽이자 재인의 부인은 수령의 코를 물고 폭포에서 자결하였다. 그 뒤 재인폭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폭포 위에는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용소(龍沼)가 있다 ." -

   당시 나는 폭포를 바라보면서 지명이든 산의 이름이든 폭포의 이름이든 재인처럼 세련된 이름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왜 이리 그곳에 대한 기억이 희미할까? 폭포를 보기위해 당시 구불구불한 계단을 내려와야 했을까? 그 계단이 참 길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감악산을 오르다보면 운계폭포가 나온다. 겨울에는 물이 흘러내리다 켜켜로 얼어붙어있고 거기에 파리처럼 사람이 붙어있다. 아니 매달려 있다. 줄이 위쪽으로 연결된 게 아니고 아랫사람으로 이어져 있으니 맨 위쪽에 있는 사람은 붙어있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높아 그 장면을 지그시 내려다봐야했는데, 그 때문인지 빙벽등반이 위험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않았다.
   빙벽을 타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쓰기 시작한 소설은 오랜 시간 미완인 채로 남아있다. 단 한번도 빙벽 등반을 해보지 못한 터라 쓰다 방치해두고 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언젠가는 완성을 해야겠지만 여긴 겨울에도 얼음 구경이 힘든 남쪽의 끝 지방이니 영원히 미완에 머물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운계폭포를 지나 조금 더 길을 따라 오르면 먼저 보이는 게 미륵불이다. 범륜사에 속한 미륵불인데 절 밖에 서 있다.
   다소 늦은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스님하고 마주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래쪽에는 피서객이 우글거려도 범륜사에 들르는 사람들 또한 많지 않았다. 그래서 범륜사라는 그 절이 조용하게만 기억되는 걸까? 절 입구에서 넘치는 우물물을 마신 기억, 그리고 아이들과 윗 계곡에서 목욕한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있다.
   감악산을 떠올리면 한탄강. 임진강, 재인폭포, 범륜사와 빙벽이었던 운계폭포까지 엮어진 굴비처럼 떠오른다. 딱 한번 들러봤던 임진강 폭포어장도 떠오르지만 1킬로쯤 되는 송어만 샀던 것 같다. 한 마리였을까, 두 마리였을까?
  이젠 그 길을 따라 여행할 까닭이나 여유, 또는 이유가 전혀 없을 듯하다.
 
 





 
 

 
김은숙   200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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