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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지쓰기


  편지를 즐겨 썼던 나는 지금도 기회가 되면 연서를 쓰곤 한다. 이상한 얘기 같지만 연서를 보낼 대상이 아닌 경우 의무적인 몇 마디를 적고나면 더 이상 할말이 없다. 그러니 그런 편지를 받는 사람은 내가 인색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연서는 결국 그 끝 지점이 허무에 닿아있다. 그래도 쓸쓸한 날에는 문득 연서를 쓰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엔 메일의 개념이 편지의 개념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내 손으로 쓰는 글이 아니라서 삭막한 느낌이 든다. 다만 메일을 쓰는 공간에 다양한 그림이나 무늬가 깔려 있어  어느 정도 위안이 되긴 하지만.  
  아래의 글을  우연히 사이버 공간에서 마주쳤는데 지은이는 모르겠고 느낌이 참 좋아서 지금도 종종 읽어보곤 한다.
        
 
                                                편지 쓰기(퍼온 글)
 
  30촉 전등 불 아래서 편지를 쓴다. 마땅히 보낼 곳 조차도 없었다면 절망 했겠지만, 편지를 쓸 곳이 있어, 만년필 소리 서걱서걱 손끝으로 느껴가며 결코 채울 수 없을 것 같은 A4 용지 위에 내 마음을 쏟아 놓기 시작한다. 사소한 내용을 적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보다는 가슴 속에 늘 담아 두었던 이야기들이 한 줄 한 줄 내려온다.
 
  가슴 속 이야기는 언제나 많고, 꺼내도 꺼내도 끝이 없다. 어느 겨울 밤 졸리운 눈 부비며, 어머니 앞에 앉아 두팔에 실타래를 걸치고, 원을 그리며 풀어나간 실처럼, 그 이야기는 길게 길게만 이어져 간다. 그 이야기들이 언제나 많고 새로운 이유는 무엇일까?
 
  소중한 이들에게 수줍어서 못 전했던 감사의 이야기들, 그들의 탁월함들, 내가 가져야 했던 절망의 순간들, 한 번도 말할 수 없었던 나의 실수들, 나의 이야기들, 그리고 희미하게만 알고 있었던 너의 절망에 대해서.... 다음에 영등포역에서 헤어질 때에는 눈물을 숨기지 않고 그의 팔을 끌어 꼭 안아 주고 함께 울것이라 마음을 먹어보기도 한다.
 
  외로운 밤엔 창밖과 편지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편지를 쓴다. 편지지가 잉크를 흡수하고 선명하게 말려내듯이, 우리의 이야기를 꺼내고 다시 담으려 편지를 쓰는 것이다. 편지지 위를 한 바탕 달리고 나면 삼킬 수 없을 것 만 같았던 그 외로움은 어느덧 큰 행복으로....
 
 
  편지 봉투에 편지를 세련되게 접어 넣고, 주소를 찾아 적고, 밥풀을 으깨어 봉투를 닫으면, 나는 어느덧 집으로 돌아오는 1호선 전철안에 앉아있다.

 
 
 
김은숙   200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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