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회원가입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아이디    비밀번호
   자동로그인     
산문모음
요세미티국립공원
세쿼이아국립공원
라스베이거스와 데스밸리
그랜드캐년과 후버댐
뜬금없는 만남
불확실성의 시대
캘리포니아에서 네바다로
CC 클럽의 연회장
LA에 가다
퀘벡주 생소베
오타와 여행
퀘벡주 생제롬 2
퀘벡주 생제롬1
캐나다 사돈댁의 개와 고양이
캐나다데이 몬트리올(2)
캐나다데이 몬트리올(1)
퀘벡 오를레앙섬
퀘벡 몽모랑시폭포
퀘벡시 여행2
퀘벡시 여행1
캐나다에서의 결혼식
몬트리올 전망대와 성요셉성당
캐나다 몬트리올
다낭 야시장
다낭 링엄사
베트남 다낭, 호이안
베트남 다낭 용화사
베트남 다낭여행
밴쿠버아일랜드(빅토리아2)
밴쿠버아일랜드(빅토리아1)
밴쿠버 반두센식물원
잉글리시베이와 스탠리파크
꿈 (두 번째 이야기)
일본 오사카城
일본 오사카 여행
밴쿠버 스타벅스에서
다시 찾은 밴쿠버
洪水 유감
다시 방콕으로
태국 치앙마이 3
태국 치앙마이 2
태국 치앙마이 1
태국 수코타이
아유타야에서 수코타이까지
태국 아유타야
태국 라용
코창 호핑투어
태국 코창
짜뚜짝시장과 카오산로드
태국 여행(인천공항에서 방콕으로)
제주도 여행 4
제주도 여행 3
제주도 여행 2
제주도 여행 1
밴쿠버의 이모저모
밴쿠버의 스탠리파크
프린스루퍼트에서 밴쿠버까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프린스루퍼트
밴쿠버아일랜드 (크루즈여행)
밴쿠버아일랜드 여행(포트 하디)
밴쿠버아일랜드 여행
캐네디언록키 여행(5)
캐네디언록키 여행(4)
캐네디언록키 여행(3)
캐네디언록키 여행(2)
캐네디언록키 여행(1)
캐나다 여행 2 (밴쿠버 딥코브)
캐나다 여행 1
타인의 삶 (영화이야기)
살인의 해석(책을 읽고...)
여름 피서지 화양동 계곡
필리핀 여행기 - 보라카이(2)
필리핀 여행기 - 보라카이(1)
필리핀 여행기 - 세부
필리핀 여행기 - 보홀(2)
필리핀 여행기 - 보홀(1)
필리핀 여행기 - 두마게테
나는 왜 등단을 하지 않는가?
남아 있는 나날 (영화)
노무현대통령을 기리며...
남동생의 귀향
사주 이야기 2
엄살과 과장의 미학, 소설
지옥에 다녀오다
호주 속의 유럽, 멜버른
캔버라의 가을
아름다운 항구도시 시드니
우리집 강아지 3
문장에 욕심을 버려라 (작가지망생을 위한 조언)
우리집 강아지 2
횡설수설
사랑하라, 위선적이지 않게...
남자와 여자의 섹스는 동등하다
히로시마 내 사랑 (영화)
내 아들 이야기 (2)
노동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24시 편의점의 애환
선유도 기행
안개 낀 흑산도
홍도 기행
보문사에서의 만남
내 딸 이야기
내 아들 이야기
외모 콤플렉스 ( 2 )
외모 콤플렉스 ( 1 )
가지 않는 길
메일을 주고받던 남자
어느 아줌마의 하루
편지쓰기
첫사랑
살아가는 이야기
누구나 옛날에는...
가을의 삽화
혼자만의 여행
살아남은 자의 슬픔
농담 (책을 읽고...)
비둘기 (책을 읽고...)
큰 도둑 호첸플로츠 (책을 읽고...)
골드 러시 (책을 읽고...)
빅 피쉬 ( 책을 읽고...)
롤리타 (책을 읽고...)
이방인 (책을 읽고...)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책을 읽고...)
인터 프리터 (영화)
15분 (영화)
욕망 (영화)
이도 공간 (영화)
동승 (영화)
뷰티풀 마인드 (영화)
오아시스 (영화)
내 마음의 풍금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영화)
집으로... (영화)
나쁜 남자 (영화)
파고 (영화)
사랑이 머무는 풍경 (영화)
화마와 개
갈매기의 꿈
시를 좋아하던 한 남자
우리집 강아지 1
사주 이야기
소묘
안개와 안개꽃
안개가 낀 날엔...
술에 관한 일화
산다는 것
어느 여자의 하루
철 모르는 꽃
떠나야 한다는 것
눈이 내리는 날에...
무화과의 고장 삼호
우도 이야기
흐린 날의 스케치
이 시대를 글쟁이로 산다는 것
선암사를 아시나요?
이별의 섬 관매도
백담사에서 설악동까지
주절주절
사랑은 슬픔이다
初夏의 일기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과 욕심
안면도 기행
감꽃이 피는 계절
아름다운 여수와 향일암
어머니를 그리며...
양은냄비 예찬
감악산 가는 길
추억 속의 여승
갈등은 나의 힘
어느 만화가를 위한 변명
내가 만났던 한 청년
이삭 줍는 노파
벚꽃이 눈처럼 내리던 날







 :: 홍도 기행


 

  

  배가 홍도 가까이 다가가자 나는 눈을 몇 번이나 비볐다. 마치 홍콩과도 같은 풍경이었다. 어떻게 산비탈에 빌딩처럼 높은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앉을 수 있을까싶기도 했다. 홍도는 마을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도시라는 개념으로 탈바꿈 되어있었다. 하긴 이십 오년이면 강산이 두 번 반 정도 바뀔 수 있는 시간이니 괴리감이 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는가.

 

  다만 홍도를 이루고 있는 기암절벽은 여전했다. 절벽을 쓰다듬는 바닷물도 예전처럼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렀다. 비가 그친 뒤였지만 장마 기간이라 엷은 안개가 떠돌고 있었다.

 

  섬 홍도는 석양빛이 머무는 시간이면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섬들이 하나같이 붉게 보인다 해서 紅島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다. 배에서 내리자 자갈밭은 보이지 않고 선착장 위에 전복이나 소라 따위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했다. (자갈밭 위에 텐트를 치고서 잠 못 이루던 그날도 오랜 시간이 지나니 내겐 추억일 수밖에 없다.) 포장마차 형식인 그 가게 앞을 지나 마을 입구에 다다르니 입장료를 내라했다. 역시 옛날과는 많이 다르네, 하는 생각을 했지만 해상국립공원이니 할말은 없었다. 나와 K는 극장의 좌석처럼 켜켜이 앉은 숙박시설들을 바라보다 민박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길은 여전히 구불거리고 비탈지군.”

 

  씩씩거리면서 올라가던 내가 중얼거렸다. K는 카메라 렌즈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민박집의 주인은 할머니였다. 슬레이트집이었으며 마당이 넓은 집이었다. (바닷가 마을은 공통적으로 담이 높고 마당이 좁다.) 홀로 기거하시는 탓인지 손님이 들자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비수기라면서 우리는 방값에서 오천 원을 깎았다. 나는 방에 불을 넣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리고 아침에 밥을 해달라는 말을 곁들였다. (요즘 관광지에서는 여관이나 민박집에서 해주는 밥을 먹을 수도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섬을 한바퀴 돌아보기 위해 나왔다. (배를 타고 하는 홍도 일주는 생략했다. 떠도는 안개 때문이었고 다음에 한 번 더 오기 위해서이다.) 안개는 여전히 꾸물거리고 있었고 평일이라 섬은 한산한 편이었다. 선착장 인근의 길을 가다 가게 앞에서 쭈그려 앉아 일을 하는 여자를 바라보던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여자의 얼굴에는 기미가 가득하고 화장이 지워진 탓인지 안쓰러워 보였다.

 

  “소라에 한잔하고 가자.”

 

  내가 말을 던지자 K가 눈을 흘겼다. 나는 안주 한 사라와 소주를 시켰다. K는 담배에 불을 붙여 물었다.

 

  “아줌마들 둘이만 왔어요?”

 

  도마 앞에 앉아있던 아낙이 쉰 목소리로 물었다.

 

  “왜요? 누구 소개 시켜 줄라고?”

 

  나는 빗질이 되어있지 않은 아낙의 머리칼을 보면서 되물었다. 아낙은 그럼요...라고 하면서 소라를 시멘트 바닥에 놓고 돌로 쳤다. 소라는 껍데기를 벗어난 상태에서도 꿈틀거렸다.  우선 소주를 한 병만 비웠다.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되겠기에...

 

  홍도는 1구와 2구로 나눠져 있지만 섬이 작아서 거기가 거기이다. 길을 오르다 학교와 마주쳤다. 화단에는 시든 장미가 보이고 노란 꽃이 보였다. 야생화인 듯한데 이름을 알 수가 없었다. K는 렌즈를 꽃 가까이 대고 셔터를 눌렀다.

 

  학교 뒤쪽으로 산이 있고 길이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새끼줄처럼 꼭대기를 향해 뻗어있었다. 안개 때문에 푸른 산에 우유 빛 얇은 천이 덮여있는 것만 같다. 조금 오르다 K는 담배를 또 피워 물었다. 쳐다보니 연기와 안개는 서로 뒤섞이질 않는다. 내려다보니 2구 마을이 역시 안개에 감싸인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시멘트 길이 바다로 뻗어있었고 주변의 바위산들이 안개에 반쯤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2구 마을이 다 보이네. 갈 필요도 없겠다.”

 

  한참 바라다보던 내가 중얼거리자 K가 일어섰다. 술을 좋아하는 내 심정을 잘 아는 까닭이다.

  다시 그 가게 앞으로 오니 바구니 속의 고기들은 낚싯바늘을 물고 있고 입을 커다랗게 벌린 채 숨을 헐떡이고 있다. 아낙의 남편이 바다에 나가 잡아 온 물것들이다. 회를 치니 혀끝이 달다. 생선 머리는 라면과 함께 끓였다. 그것 또한 별미이다. 술자리에는 남자가 끼지 않을 수는 없는 법. 홍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그 남자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자 한다.

 

  “낚시질 하러요?”

 

   나는 안개 속에 내던져진 배를 상상해 본다. 배는 아침이 올 때까지 방향을 몰라서 표류할 것만 같다.

 

  “앞이 전혀 안 보이는데 고기를 잡겠어?”

 

  K의 말에

 

  “그럼 뭐를 하는 거지?”

 

  내가 곧바로 대꾸를 했다. 모자의 그늘 때문에 더욱 검어 보이는 남자의 입 꼬리가 양쪽 볼을 타고 올라가 있다.

 

  “고기를 잡는다면 또 모를까. 아니라면 안 가지.”

 

  “고기도 잡아야죠.”

 

  남자가 여전히 싱글거리며 내 말에 대답한다. 그러나 남자는 딴 손님이 들자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섬이란 순식간에 소문이 도는 곳. 남자의 행동에 이해가 갔다.

 

  취해서 올라오니 아직까지 할머니는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은 상태였다.

 

  “집에 가져와서 할머니랑 먹는 건데...”

 

  마음 씀씀이가 넓은 K의 말에 나는 멋쩍어서 고개만 끄덕거렸다. 방에 와서 누웠는데 술기운 때문에 금방 잠들었던 것 같다. 소란스러워 잠이 깨니 새벽 세시였다. 건너와 보니 할머니는 텔레비전을 켜 놓은 채 눈을 감고 계셨다.

 

  “밤에 잠이 잘 안 와.”

 

  이해가 간다. 나는 벽에 걸려있는 액자 속의 가족들을 쳐다본다. 가족들은 간혹 섬에 들를 수밖에 없다. 배 삯조차도 만만치 않으니까. 할머니는 숙박 손님을 받고 김이나 톳을 말려서 그 손님들에게 판다. 그 외 식사제공도 수입의 일원이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고 살지 않는 게 다행이라는 할머니. 할머니는 한 노인의 얘기를 내게 들려주셨다.

 

  “그 노인이 죽으려 여길 왔다는 거야.”

 

    이야기의 첫머리에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튀어 나왔다. 남편 없이 살았던 그 노인은 자식에게 집을 사주고 함께 살았다한다. 하지만 자식이나 며느리는 시간이 흐르자 남만도 못했다. 그 외의 자식들도 노인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결국 노인은 가출을 했다. 할머니와 동갑인 74세여서 더욱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한다.

 

  “수면제 20알을 먹었는데 멀쩡하드래. 그래서 홍도를 찾아들었다는 거야. 물에 빠져 죽으려고...불쌍해서

 내 방에서 그냥 묵으라고 했어. 돈도 딱 오 만원이 남았던데...”

 

  할머니는 잠깐 생각에 잠긴다. 나는 그 다음 말이 궁금해서 침묵을 지킨다.

 

  “내 집에서 죽으면 내 신세까지 망친다고 했지. 내가 감옥을 살아야 한다고... 글고 수면제는 물이랑 먹으면 절대 안 죽는다고 했어. 소주랑 먹어야 금방 죽는다고...”

 

  그랬으면서도 가던 날 그 노인에게 만원을 쥐어 주고 친척이라고 배표도 싸게 끊었다. 목포에 닿거든 아는 여인숙을 찾아 가라고 전화번호도 쥐어주었다. 그 후 그 노인이 통 연락이 없다면서 할머니는 한숨을 쉬신다.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노인의 상황을 보고서 죽는 방법에 대해 말을 했겠지만 상처가 되었으리라.

 

  할머니는 배 시간보다 일찍 식사 준비를 하셨다. 밥상 위의 반찬은 대부분 할머니가 배를 타고 나가서 건져 온 것들이다. 집에서 나오니 비까지 부슬부슬 내린다. 할머니는 장독대를 열어 비닐옷을 꺼내 주셨다. 건강하시라는 말을 남기고 골목길로 내려섰다. 돌아보니 비에 젖은 파란 슬레이트 지붕만 보인다.  

 

  바다는 안개와 부슬거리는 비 때문에 가라앉아 있었다. 안개와 실비에 푹 젖어있는 섬은 여전히 아름답다. 마지막 여행을 홍도로 가는 사람들이 그 노인 말고도 더 있을까? 시간이 넉넉해서 섬을 돌아보는 동안 나는 부질없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김은숙   2006-06-27  





이 홈페이지의 저작권은 김은숙에게 있습니다. Copyright(C)2006 Kimsooklove.co.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