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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훼미리마트 점주를 고소한지 오일도 채 되지 않아서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한달쯤 걸린다는데 보름 안에 해결되는 것이다. 자문을 구했던 감독관이 연수중이라 약간 걱정이 되긴 했지만 야간수당이나 연장수당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했기 때문에 그때까지도 낙관을 하고 있었다.

 

   하필 태풍이 남서해안 쪽으로 상륙하고 있어 걱정이었다. 전날 밤 에위니아는 주정뱅이처럼 밤새도록 창을 두들겼다. 날이 샐 무렵부터 바람은 잦아들었는데 비의 양이 늘어났다. 그러더니 외출을 할 시간이 되자 폭우로 변했다. 더러 비탈진 도로는 개울처럼 물이 흘러내렸다. 버스 앞창의 와이퍼가 과속 질주하고 있었지만 빗물이 줄줄 흘러내려서 세상이 굴절되어 보일 정도였다.

 

  노동부에 도착했을 때 내 바지는 무릎 근처까지 젖어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몇 분 걷는 동안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근로감독과 문 앞에 서 있던 낯익은 남자. 그는 훼미리마트의 점주였다. 나를 노려보던 그를 외면했다.

 

  깐깐해 보이는 얼굴의 감독관은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때부터 상황은 내게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자문을 구했던 근로 감독관은 연수중이라 전화통화도 안된다.)

 

  나는 5월 16일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점주는 19일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말하자면 16일 17일 18일은 트레이닝시간이고 그때 일한 건 무보수라는 것이다. 거기다가 마이너스로 계산된 액수가 12000원 정도 더 늘어나 있었다. 그런 식으로 해서 점주는 계산을 정확히 맞춰 온 것이다. (시간당 2600원 정도로 계산을 했다가 3100원으로 계산을 하다보니 20시간 이상을 빼야만 했고 마이너스를 12000원 더 쳐서 계산해야했던 것이다. 감독관은 거기에 대해 알고도 모르는 체 했을까? 아님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트레이닝을 하는 날 일한 건 뭡니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니까 최저임금이 아닙니까? 마이너스 친 것도 영수증을 가져 오셔야죠. 계산이 안 맞잖아요. 감독관은 목청을 높이던 나를 제지시켰다. 그 다음 감독관의 행동에 아연해졌다. 그는 노동법 책자를 펼쳤다. 그 항목은 근로기준법 55조였다. 야간수당이나 연장수당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5인 미만 사업장은 야간수당과 연장수당을 받을 자격이 안 된다는 말이었다. 점주나 나나 그 법에 충실하면 된다는 어투로 느껴졌다. 얘기 도중 나는 현직에 있는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지만 같은 답변이었다. 근로감독관의 옆에 앉아있던 직원도 동조를 했다. 사면초가였다.

 

  취하서를 쓰고 뒤에 남아서 감독관과 개인적인 의견을 나누었다. 억울한 사람은 제가 아닙니까,라고 하자 그렇지만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덧붙인 말은 도의적으로 따지자면 점주가 돈을 더 줘야하지만 법이 그렇기 때문에 못 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었다. 내가 점주의 가족이 운영하는 마트가 4개나 된다며 임금 실태 조사를 할 용의가 없냐니까 그건 권한 밖이라 한다.

 

  고작 내가 더 받은 돈은 트레이닝이라고 우기던 며칠간을 계산한  6만여원이다. 24200원의 마이너스가 34000원으로 둔갑한 것은 나더러 양보를 하라했다. ( 난 이미 그걸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이너스를 친 것에 대한 영수증을 뽑아와야한다고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아마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임금 고발을 한다 해도 계산에 집어넣지 않은 돈은 트레이닝으로 우기리라. 그렇게 노동자를 눈뜬장님으로 만드는 점주야말로 법을 교묘히 악용하는 경우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뒤집어 말하자면 감독관은 그 부분에 대해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고...

 

  오늘 오전에 아는 노무사와 통화를 했다. 그 친구 왈 자기가 감독관이라면 도의적인 책임을 들어 점주에게 야간 수당이나 연장수당을 주도록 권유를 했을 거라는 말이었다. (그도 한때 노동부에 몸담았던 사람이다.)

 

  몇 년 전 동남아시아 인들이 임금 착취를 당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무관심했다. 내 일이 아니니까하고서 말이다. 따라서 그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요즘에야 이 부분에서 나는 가책을 느끼니 나도 참 한심한 사람 ). 문제에 부딪고 보니 그들처럼 나도 힘없는 노동자에 불과했다. 당시 그들은 고소장도 쓸 처지가 못 되었으니 얼마나 막막하고 서러웠을까.

 

  노동부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라는 문구가 있다. ‘빛 좋은 개살구’나 ‘전시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과연 노동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

 

 

      

김은숙   200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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