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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는 삼월 중순 무렵도 꽤 추웠다 한다.  집을 다시 짓고 있어서 만삭이었던 어머니가 몸을 풀만한 마땅한 곳이 없었다.  방이 두 칸 이상 되는 집이 별로 없었거니와 있다 해도 셋방살이를 하는 사람들 차지였다.  결국 집을 지으면서  임시거처로 쓰던 헛간에서 내가 태어났던 것이다.  어머니는 나를 배려해서 내가 성장한 후에 그 말씀을 해 주셨다. 헛간에서 태어났는데 평범하다니... 난 그 부분이 매우 불만스럽다.
나는 울보였다. 누군가에게 맞고 우는 것이야 통상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조금만 슬퍼도 울었고 꾸지람을 들어도 울었다. 시골에서는 식사 때나 되어야 가족이 모였는데 그때는 꾸지람을 듣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꾸짖어도 다들 고개만 숙였지 묵묵했는데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곤 했다. "저년 또 눈물에 밥 말아먹는다!" 어머니는 우는 것조차 용납하려들지 않았다.

한글을 익힐 무렵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마 초등학교 이학년쯤일 것이다. 집에 책이 구비되어 있는 게 아니라서 방과 후면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했다. 동화책에서 접하게 된 세상은 경이로왔다. 바보 이반, 백설공주, 빗자루를 탄 마귀 할멈... 그들을 책에서 만나면서 자연 귀가 시간이 늦었다. "어째서 인자오냐?" "도서관에서 책 봤어라우." 나는 아버지의 무서운 눈빛을 피하면서 그렇게 대답하곤 했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고 혼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어쩌면 나는 동화책을 읽는 게 일거양득이라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마당에 널린 벼를 닭이 먹지 못하게 마루에 긴 시간 걸터 앉아 있어야 한다거나, 담배 잎을 크기대로 고르는 일 따위를 하지않아도 되었으니까.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세상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초등학교 사오 학년 때쯤엔 우주라는 걸 배우게 되면서 밤에 잠들지 못했다.

광활한 우주와 별처럼 작은 지구... 그리고 티끌만도 못한 ''라는 존재. 그 생각을 떠올리자 두려움이 밀려왔고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그날밤 나는 오랫동안 숨죽여 울었다.



초등학교 육 학년 때 학술경시대회에 나갔다. 그 무렵엔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험을 치러야만 했다.  나로선 전성기라고 할 만큼 공부를 잘 한 시기이기도 하다. 네 시간 시험을 치르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모든 응시생들이 밥을 먹어야했던 식당은 시험을 치르던 학교와는 꽤 떨어진 곳에 있었다. 개인집을 식당으로 쓰고 있었다. 내가 밥을 먹은 장소는 거실인 듯했는데 커다란 상이 놓여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학생들이  우르르 식당에서 나왔다. 무조건 그들을 뒤를 따르는데  하필 풀빵 굽는 노파가 눈에 뜨였다.  벽지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내겐 처음 맡는 풀빵 냄새였는데, 회를 동한다고 할 만큼 맛있게 느껴졌다. 나는 홀린 듯이  노파에게 다가갔다.


  어머니가 주신 돈이 호주머니에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워진 풀빵이 단 한개도 없었다. 나는 구부리고 앉은 노파 옆에 서서 풀빵이 구워지길 기다렸다. 노파는 느릿느릿 빵을 구웠고 내가 빵 봉지를 들고 얼굴을 들었을 때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읍 사거리에서 사오십분 이상 헤매었다.  읍내에는 초등학교가 둘밖에 없었는데 학교 이름을 알지 못했다. 두 학교 다 가봤지만 그저 낯설게만 느껴졌다. 얼마나 쑥맥이었던지 교무실에 가서 물어보지도 못했다.


 결국 시험은 망쳤고 그때부터 나는 공부를 싫어하게 되었다. 계속 나락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순전히 내 탓이었지만 간혹 나는 그 노파가 마귀할멈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결혼생활은 내게 많은 고통을 가져다주었다. 이십대에 가졌던 꿈을 실행에 옮겼던 이유는 불행한 결혼생활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내게 있어서 소설쓰기는 탈출구였던 셈이다. 습작반에 등록한 후 강의실에 첫발을 디디던 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기 코끼리 걸음마랍니다."


그 후 강산이 변할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기 코끼리가 뱁새 걸음을 해 온 것만 같다. 소득 없는 삶이지만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 저는 전남 함평 출신이며 '한국소설대학'이라는 문학원을 수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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